대종경 공부 16

바닷속에서 오랫동안 잡히지 않고 자라난 큰 물고기에게 묻기를 '너는 어떻게 해서 그물에 걸리지 않고 이렇게 살아났는가?'하고 물었다. '바닥에 배를 대고 그물을 피했습니다. 바닥에 배를 대고 가만히 기다리기만 하면 그물이 위로 지나가는데 공연히 다른 고기들은 떠다니다가 그물에 잡혀 죽고 말지요'라고 대답했다.

하루종일 나의 마음을 관하고 있노라면 수만 번 수천 번 떳다 가라앉았다를 반복한다. 필자가 사는 우인훈련원은 오대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어서 매일 가는 산상기도터(중앙봉)에서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오대산을 바라보며 마당바위처럼 우뚝솟은 바위 위에 앉아 기도하곤 한다.

몇만 년이고 그 자리에 우뚝솟아 버티고 있는 태산처럼, 몇천 년이고 그 자리를 지켜주는 바위처럼 나의 마음의 수양력도 어떠한 경계에도 흔들리지 않기를 괜시리 자기 마음하나 주체를 못하고 이리저리 떠다니다가 그물에 걸려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날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눈만 뜨면 수많은 사물들과 사람들과 일들을 접한다.

아무것도 접하지 않을 때에도 저 깊은 속에서 수많은 경계가 이는데 밖으로 대인접물을 응할 때는 일분일각이라도 방심만 하면 금방 나의 정신주체는 사라져 버리고 오직 관념, 선입견, 편견, 이기적 생각 등등으로 혼돈의 세계에 빠져버린다. 그래서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고 그러한 개인들이 모여서 대중들이 함께 휩쓸릴 때에는 사회나 세상이 겉잡을 없는 수렁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사회의 단면은 개개인의 마음이 투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각자 각자가 자신의 마음을 잘 알아서 중심을 잘 지켜줘야 개인도 사회도 세상도 안정을 얻는다. 등잔밑이 어둡다 하였다. 자기를 보지 못하고 남은 잘 보인다. 이것이 함정이다. 남을 보더라도 있는 그대로 직시를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미 자기라는 상에 가려서 보기 때문에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자기 마음을 볼 줄도 모르고 나아가서 마음대로 쓸 줄도 모르면서 남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것은 삼척동자가 봐도 어리석은 일이다.

내 마음이 진리와 늘 연락이 되어 있어야 보이지 않게 끝없이 펼쳐져 있는 그물에 걸리지 않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세상은 더더욱 내 마음을 빼앗아 가기에 충분한 것들이 너무 많다. 그럴수록 더욱 정신을 차려서 내 마음을 지켜야 한다.

무관사에 동하지 말아야 하는데 내가 꼭 끼지 않아도 될 일들을 얼마나 많이 참견하고 사는가. 꼭 보거나 듣지 않아도 될 일들, 간섭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에 얼마나 많은 정신 에너지를 낭비해 버리는가.

'일상의 생활은 반분(半分)의 생활이 좋다'하셨다. 꼭 해야 할 일도 정신 기운을 존절히 써야 한다. 끝없이 변하는 가운데 변치 않는 수양의 힘을 얻어야 자타의 마음을 자유로 하고 다함께 나아갈 길을 밝힐 수 있다.

<우인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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