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덕 교무/원100기념성업회 사무총장
최근 대한민국 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사망률 20%에 가까운 신종 바이러스 메르스의 위협이 강력하다. 중동에서 건너온 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피해 속도가 너무 빨라 우리 사회와 전 국민을 불안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인류는 살아오면서 수많은 박테리아,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됐다. 바이러스는 그 종류도 다양하고, 인류 물질문명의 발달에 따라 새롭게 생겨나 인류의 생존을 끊임없이 위협한다.

각종 바이러스로부터 생명을 지키고 극복해 나갈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이러스 백신을 직접 맞는 것도 방법이지만, 각자 보건위생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몸의 면역력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근본 방안이다.

그렇다면 정신세계를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는 무엇이고, 그것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얼마 전 스승님을 무릎 가까이 모시고 문답감정을 할 기회가 있었다. 스승님이 물으신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빠른 바이러스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질문을 받고 대답하기 전까지 한참 동안 침묵이 흐른다. 메르스 바이러스인가? 감기 바이러스인가? 머리를 굴리고 있는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시며 말씀하신다.

"그것은 '안 된다 바이러스'라네."

마음공부를 하는 수행자인 나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말씀이다. 찡하게 공감이 일어난다. 스승님이 말씀하신 그 '안 된다', '할 수 없다' 바이러스는 확산 속도가 빠르고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치명적인 바이러스다. 스스로 면역체계를 기르지 못하도록 막는 힘이 큰 바이러스다. '안 된다 바이러스'가 일단 조직 안으로 들어오면 조직을 무력하게 만들거나 와해시키기도 하며, 구성원을 방관자로 만들고 게으름과 무책임의 상태로 쉽게 바꾸며 정신의 면역 체계를 무너뜨리기에 십상이다.

인간은 왜 '안 된다 바이러스'처럼 부정적인 사고와 행동이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그것을 선택하고 집착하는 것인가? 인류학자들은 책임지지 않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기주의 욕망과 오랫동안 약육강식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안정 욕구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신의 나태와 피폐를 불러일으키는 '안 된다 바이러스'의 발생과 확산을 막고 치유를 통해 스스로 면역체계를 세워나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신의 내공을 길러 진리의 면역체계를 세우고 그것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시대와 삶의 여건이 천만 번 바뀌더라도 진리를 오롯하게 만나야 한다.

우리가 진리를 모시고 수행하는 이유는 그 진리를 닮아가며 늘 깨어 있고자 함이다. 진리는 어떤 곳에서나 공정하고, 언제나 중립이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하늘은 지은 만큼만 주고, 나는 지은 고(苦)만 받는다는 것이다. 또한 진리는 언제나 '자비롭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살려내고 쉼 없이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돌고 도는 진리의 작용에서 지혜로운 선택은 무엇인가? 지혜를 낭비하지 않고 제대로 면역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안 된다, 할 수 없다. 이제 끝났어'라는 절망 바이러스를 택할 것인가? '할 수 있다'의 면역력을 키우는 긍정과 희망의 바이러스를 택할 것인가? 희망 바이러스를 선택하는 힘은 정신의 면역력을 키우는 '정신 차림'이다. '안 된다', ' 할 수 없다', '해도 소용없다' 등 절망 바이러스에 대한 강력한 면역체는 자신감 회복이다. 그 자신감은 수행정진의 정신차림과 조직리더들의 예측 가능한 방향제시, 그리고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에 있을 것이다. 안된다고 하지 말고, 아니라고 하지 말자. 내가 스스로 초두심(初頭心)으로 자신감을 회복하고, 스스로 정신의 면역체계를 강건하게 세워 중심으로서야 할 것이다.

지난 5일 100년 성업 특별법회를 다녀온 완도교당 합동법회에서 불목, 영암, 진도, 강진, 장흥의 교당 교도들과 함께 외쳤던 힘찬 구호가 귓가에 큰 여운으로 울린다. '우리는 100년의 주인공! 우리는 이루자! 이루자! 이루자!'

이제 나태하고 게으르고 처져 있는 우리 모습을 성찰하고 정신의 면역 체계를 굳건히 해나가자. 100년 성업 5대 지표의 실천방안으로 제시한 공동의 과제를 자신의 환경과 조건에 따라 다시 한 번 챙겨 주인 된 마음으로 몸소 실천해 나가자. 자기개벽, 조직개벽, 사회개벽, 시대개벽이 필요한 지금 이곳에서 내가 그 동력의 근본이 되고, 중심이 되고, 변화의 촛불이 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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