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안녕과 발전 우선하는 노조활동 지향
(비)조합원, 상급공무원 모두 잘 사는 길 도모
매주 108배 시행으로 자신 돌아봐

기다리던 단비가 내리던 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경본부 이상욱 김천시지부장(55·법명 명욱)을 만났다. 김천시청 3층에 자리한 노조사무실을 찾으니 그가 미소로 반겼다.

"노조지부장이라는 자리는 공무원으로서 누구나 피하고 싶은 자리입니다. 법외노조(노조법상 노조가 아닌 노조)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기업체 노조와는 다른 특수성이 있습니다. 공무원이라는 특성을 염두에 두고 시민의 이익대변과 공무원 직원복리에 앞장서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27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직책을 맡아온 그는 노조지부장으로서 동료를 '생활가족'이라고 표현했다. 공무원의 복리나 처우개선을 위해 사고하고 행동하지만, 공무원 이전에 그도 시민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김천시노조지부장을 맡았던 그가 올해 조합원들의 90%가 넘는 지지를 받아 다시 김천시지부장으로 선출됐다. 최근 국민연금 삭감에 대한 대대적인 정부의 홍보로 공무원들의 입지가 좁아지는 일이 발생했다. 그 결과 일부 국민들은 공무원들이 국민세금을 축내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노조지부장으로서 이런 분위기에서 조합원들이 공무원이라는 기본정신을 갖고 스스로의 정화운동을 하는 것과 국민들의 따가운 질타를 극복해내도록 이끄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뜨거운 논란이 됐던 공무원연금개혁안이 5월29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으로 대다수 공무원이 연금개혁안에 따라 퇴직 후 200만원 미만의 연금대상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 그는 시의 발전을 우선시하면서 공무원의 복지도 추구한다. 기본바탕에는 반드시 시민의 안녕과 시청의 발전이라는 전제하에 공무원의 복리향상을 지향한다. 동료 공무원 조합원들은 노조지부장인 그가 과감한 행동을 취하길 바라고 있지만, 그는 교도로서 조합원은 물론 상급자, 비조합원이 다 같이 잘 살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김천시지부는 지난해부터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한 적극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9~12월, 올해 3~5월 오전7시40분~8시30분까지 실과소별 전체직원이 나서서 1인 피켓 시위를 릴레이로 진행했습니다. 매일 김천시청 현관에서 조합원이 1인 피켓 시위를 시행해 공무원의 정당성을 홍보했죠. 그 결과 조합원들이 단결하는 계기가 됐고, 시청 공무원노조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전국 어느 공무원 단체도 하지 못한 일이었는데 그와 김천시청 공무원의 노력으로 이뤄냈다. 그는 매일 아침8시에 출근해 저녁10시가 넘어야 퇴근하는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서울시보다 면적이 넓은 김천시에 흩어져 있는 읍면동 직원이나 조합원의 애경사, 부당권리 침해, 고질민원, 조직 간 위해요소가 있으면 직접 현장을 찾아가서 해결되도록 힘을 보태고 있다.

"노조지부장, 이 자리는 일을 하지 않으면 일이 없는 자리고, 일을 하면 할수록 업무가 늘어나는 자리입니다. 다행히 원불교를 만나 나눔의 정신을 많이 배웠지요. 교법을 만나지 않았다면 내 이익만, 내 가족만 품어주는 사람이 됐겠지요."

교법을 만난 지 30년, 그도 사은의 은혜에 보답하는 교도의 삶이 뼛속까지 배였다. 20대 초반에 그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불같은 성격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온몸에 사람을 배려하는 편안함이 묻어있다. 김천시청에 걸린 표어처럼 시민이 행복한 살맛나는 김천을 위해 그 또한 노조지부장의 삶에 충실하고 있었다.

"노조업무도 공중일이라 내 마음이 흐트러지면 바로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그럴 때마다 내가 정체되고 방심했구나, 직분을 망각했구나 하고 반성합니다. 호랑이 등에 타고 있는 사람이 호랑이 등에 타고 있다는 것을 잊고 허튼 행동을 하지 않았나 자신을 돌아보지요."

공무원 인사철이 지나면 그를 찾는 조합원들의 전화가 많이 온다. 이때 그는 조합원들의 불만 섞인 얘기를 끝까지 들어준다. 이때는 마음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연암 이씨인 그는 이춘풍 선진과 집안 혈연의 관계로 집안 어른들의 권유로 교단과 인연이 됐다. 그가 다니는 구성교당 교화활성화에 대한 책임감도 가지고 있다. 6년 전부터 그는 매주 일요일 법회 후 가족들과 108배를 빠짐없이 진행하고 있다. 이 시간은 일주일 동안 노조지부장으로 활동하면서 혼란했던 마음을 정화시키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귀한 시간이 되고 있다.

주말에 동아리 활동을 하는 동료공무원과 전국노조 활동에 참가해야 하지만, 그는 교당 예회참석을 우선으로 여긴다. 원불교 교도로 알려져 있는 그는 김천교당 국수나누기 등 다양한 행사에 김천시장을 초청하는 등 지역사회에 교단을 알리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원불교100년을 맞이해 전 교도가 일주일에 한번 108배 시행과 교도 한 사람당 1인 연원달기 운동을 펼쳐나가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