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버전 따른 매뉴얼 필요
경전도 시대 맞게 해석 돼야
현대인들의 문제 분석 어려워

▲ 이영적 교도
대부분의 일반인들에게 IT(정보기술)는 어려운 분야다. 정보기술 용어들이 영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들어도 무슨 말인지 귀에 쏙 들어오지 않는다.
우선 요즈음 유행하는 핀테크(Fintech), 클라우드(Cloud), 사물인터넷(IoT)만 봐도 그렇다. 이러한 정보기술의 새로운 배경과 추세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IT를 하면서도 잘 모르겠으면 나는 항상 사용설명서를 찾는다. 하지만 매뉴얼을 봐도 이해 안 되는 경우도 많다. IT를 전공한 사람들도 어려워 하니 일반인들이야 오죽하랴. 미국에 가서 개발자들로부터 직접 교육 받고 온 강사들도 조금 다르게 물어 보면 대답 못한다. 다른 사람이 만든 것을 다른 언어로 교육 받고 왔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강사에게서 교육 받은 사람은 더 모를 수밖에. 게다가 교육 받은 부분을 벗어나거나, 잘 모르면 우선 틀린 거라고 치부해 버린다. 그래서 자기가 아는 것만을 진실이라고 떠든다.

종교에서도 마찬가지다. 기독교, 불교, 유교 모두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2천년, 2천 5백년 전의 말씀을 그 나라 제자들이 기록하고 전수해 준 것이다. 창시자가 직접 쓴 경전은 없다. 다 여시아문(如是我聞)을 기초로 하고 있다. 그것은 잘못 들을 수도 있고, 잘못 이해할 수도 있고, 빠트릴 수도 있다. 글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이 극소수였던 시기에 몇 백 년간 구전돼 오면서 첨삭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논란도 많고 그로 인해 여러 종파가 생겨나기도 했다.

원불교는 다르다. 원불교의 가장 큰 장점은 소태산 대종사가 직접 〈정전〉을 감수하고 편찬했다는 점이다. 따라서 뜻이 왜곡될 가능성이 전혀 없다.
소태산 대종사는 〈대종경〉 부촉품 3장에 "나의 일생 포부와 경륜이 그 대요는 이 한 권에 거의 표현되어 있나니, 몸으로 실행하고, 마음으로 증득하여, 이 법이 후세 만대에 길이 전하게 하라"라고 말했다.

강남교당은 일요일 2부 법회를 본다. 2부에서는 저녁 7시부터 〈대종경〉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대종사의 뜻을 시대적 배경과 대상 인물과 말씀의 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공부하고 있다. 거기에 대종사의 친견 제자들의 증언까지 곁들이다 보면 마치 눈앞에서 직접 대종사의 말씀을 듣고 있는 것처럼 생생하다.

특히 〈대종경〉은 바로 100년 전의 말씀이다. 말씀의 진위와 해석에 다른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다. 대종사에 관한 기록도 많고 아직까지 증인도 많다. 거기다가 2천년 전 말씀과 1백년 전 말씀 중 어느 것이 더 우리 현대인에게 적합하겠는가?

〈대종경〉의 법문은 100년 전의 우리 사회가 배경이고, 등장인물도 우리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다. 주변의 친숙한 동네 어른들이고, 지명도 지금 그대로 쓰고 있다. 우리 집안, 우리 사회, 우리 문화, 우리 풍속, 우리 역사에 기초한 말씀이다. 그래서 〈대종경〉은 가끔 너무도 쉽게 느껴진다. 하지만 실행은 쉽지 않다.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IT 프로그램에서도 항상 새로운 버젼이 나온다. 앞에 나온 프로그램의 오류를 수정하고 새로운 기능을 넣어서 나온다. 사회적 환경과 사람들의 인지가 자꾸 변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버젼이 나오면 항상 매뉴얼이 따라 나온다. 그래서 매뉴얼을 볼 때 발행일이 언제인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메뉴얼은 통상 새로운 것이 나오면 앞에 것은 폐기 처분한다.

경전도 마찬가지다. 시대의 변화에 맞게 말씀이 바뀌어야 한다. 말씀은 놔두고 해석만 바뀌면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말씀이 춤을 추게 된다. 결론적으로 2천년 전의 말씀으로 오늘의 문제를, 현대인들의 문제를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원불교는 가장 최신의 현대 종교이고 〈대종경〉은 모든 종교의 경전 중에서 가장 최신판이고 현대인에게 가장 적합한 말씀이라고 할 수 있다.

<강남교당 / CIO포럼 명예회장>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