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이소성대'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좋은 법문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세상의 모든 사물이 작은 데로부터 커진 것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나니, 그러므로 이소성대는 천리의 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모든 문제도 작은 것이 쌓여서 발생하는 것이지 큰 것이 곧바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도 된다.

대한민국을 들쑤셔 놓고도 아직도 가시지 않은 '메르스 사태'의 출발도 그 작은 곳에서부터 출발했다. 최초 메르스 감염자가 입국했지만, 인천국제공항은 메르스 감염자를 식별할 그 어떤 장치나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다. 이후 병원은 독감으로 오진하는가 하면 질병관리본부는 사태 심각성을 모르다가 초기 대응에 실패해 결국 전국 난리로 번지고 말았다.

메르스가 우리에게 생소한 질병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전염병 자체에 대한 전례는 그동안 얼마든지 있어왔다. 콜레라, 장티푸스부터 최근 조류독감까지 대한민국도 전염병에 무관한 곳은 아니다. 그만큼 전염병 관리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응이 안이했다는 말이다.

이제 원기100년이 반년도 채 남지 않았다. '이소성대' 정신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원불교 1세기를 넘어가면서 그동안 있어왔던 크고 작은 다양한 문제들을 '이소성대' 교훈삼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교단사에 가히 남을 만한 큰 사고들은 모두 작은 문제들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교단은 커지고 시대는 빨리 변했지만 여전히 관리 운영할 전문지식이 한참 뒤쳐진 것이 아닌지, 교산을 안전장치 없이 재가 출가 포함해 너무 개인에게만 의지한 것은 아닌지, 순환인사로 사장되는 지식노하우와 경제적 손실은 얼마나 되는지, 영육쌍전이나 교화단이 현실에 맞게 시행되고 있는지, 상시훈련과 정기훈련은 적절한 비율로 이뤄지고 있는지, 우리 각자가 마음공부에 대해서 얼마나 자신하고 있는지 등 살펴봐야 할 거리들이 많다. 하나같이 쌓이고 쌓이면 언젠가는 크게 터질 일 들이다.

'메르스 사태'처럼 사람이 직접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사소하게 생각할 수 있다. 또 교단의 위신이나 출가자 기득권이 마장(魔障)이 되어, 정부가 메르스 초기대응에 실패하고서도 오판을 감추기 위해 늦장대응을 펼쳤던 것과 같은 실수를 우리도 분명 범할 수 있다.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향후 교단이나 대중에게 위기나 재난이 닥칠 일이라고 유념하며, 큰 사건이 터진 것처럼 준비하고 해결해 가는 자세가 또 하나의 '이소성대' 정신이 아닐까.
좋은 일에도 이소성대가 천리의 원칙이지만, 안 좋은 일에도 이소성대는 엄연한 천리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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