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남북 양쪽의 환영을 받는 것도 드문 경우일 것이다. 태풍이 오기 전에 이미 한반도 남쪽에는 간간히 비가 내려 가뭄이 해소되었으나 중부와 북한 지역은 강수량이 심각하게 부족했다. 이로 인해 논밭 작물이 타들어 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들은 녹조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때마침 9호 태풍 '찬홈'이 지난 주말께부터 서해안을 따라 북상하더니 북한에 상륙하고 나서는 열대성 저기압으로 변했다고 한다. 소형 태풍으로서 찬홈은 약간의 피해도 남겼지만 남북 양쪽에는 고마운 태풍이 됐다.

태풍 찬홈이 오기 전에 중부지방의 가뭄도 심각했지만 북한은 더욱더 심각한 가뭄 피해를 입고 있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의하면 북한 지역은 100년 만의 '왕가물'로 '전국적으로 44만1천560정보의 모내기한 논에서 13만6천200정보의 벼 모들이 말라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내기한 논의 삼분의 일 가량이 말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북한의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도 그리고 함경남도의 피해가 극심했다고 한다.

농작물 뿐 만이 아니다. 북한 전력생산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수력 발전의 가동이 원할 하지 못하여 전력생산이 절반가량 줄고 이는 북한의 산업발전에도 영향을 주던 터였다.

원불교은혜심기운동본부도 함께하고 있는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약칭 북민협)에서는 북한의 가뭄 해소에 도움을 주기 위해 양수기 1,000대를 보낼 준비를 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실무접촉을 북에 제안했으나 그동안 묵묵부답이었다.

어찌됐건 9호 태풍 찬홈은 남북 양쪽으로부터 환영을 받는 보기 드문 태풍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들도 태풍 찬홈과 같은 역할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정산종사께서 돌아오는 세상을 글로써 예시하셨다.

'미국의 미국 됨이여 마침내 미국을 생각하고, 소련의 소련 됨이여 끝까지 소련을 위한다. 미소의 두 힘이 서로 상대하여 버티나 태양이 중천에 오르면 밝은 세계가 되리라.'(美之美兮終念美 蘇之蘇兮終念蘇 美蘇兩力相對立 太陽中天通光明) 한반도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서로 각축하는 모습을 보고 한반도의 미래를 전망하신 말씀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강대국이자 분단의 책임 있는 당사자들인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이 한반도를 자국의 이익을 위한 각축장으로 삼지 말고 태풍 찬홈처럼 남북 모두에게 고마운 일들을 해야 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한이 힘을 합쳐 자주와 평화 민족대단결의 힘을 갖추는 것이 선결과제일 것이다.

<정인성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남북교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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