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음공부방에서 만난 한 남편이 자신의 부인에게 가장 바라는 점이 말을 예쁘게 하는 것이라 했을 때 그 부인의 외모나 음성, 말투 모두 여성스럽고 예뻐보여서 의아해하며 ‘그래도 나 정도면 말을 예쁘게 하는거겠지!’하고 속으로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이달에 있었던 부부훈련에서 남편의 문제점란에 내가 기록한 것이 ‘말이 없고 표현력이 부족하다’였다. 평소 말수가 적은 남편에게 말좀하라고 잔소리도 해보았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그런 남편을 보며 답답했고 나를 무시한다는 생각에 안으로 화가 쌓여가고 있었다. 그런데 훈련에서 교무님의 강의를 들으며 퍼뜩 드는 느낌이 있었다. ‘내가 오히려 말을 더 못하는구나! 내가 더 표현을 못하는구나!’

나는 내가 말을 잘한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 조리있게 말한다고 칭찬할 때면 말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여겼다. 밖에서 의식적으로 생각을 다듬어서 하는 말은 잘하면서도 정말 내가 잘 말해야하는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그들을 향한 나의 본마음을 거꾸로 표현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미처 알아채지 못한 내 모습을 그대로 비춰준 남편을 오히려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고 달라지지 않는다고 스스로 상처받고 있었던 것이다. 며칠전 아들이 ‘엄마는 결국 엄마말만 옳다는 식으로 만들어간다’고 했을 때 그 맘이 실은 자신을 향한 사랑임을 몰라주는 것이 야속했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나의 아버지의 모습… 당신의 말씀을 무조건 따르라하는게 너무 싫었는데 어느새 같아져 있는 나를 보고 그 시절 나와 같은 아이맘도 느껴졌다.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 사랑한다는 말도, 표현도 잘했었는데 돌이켜보니 최근 몇 년간 그런 말과 눈빛을 해준 기억이 없다. 화를 자주내시는 시아버님과 걱정·근심 많으신 어머님을 뵐 때마다 좀 더 따뜻하고 밝은 부모님의 모습을 원하며 불평했다. 내가 시부모님께 살갑게 대하지 못하는 것이 부모님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다. 마음공부를 하면서 그것이 내모습이었고 내 생각이었음을 알았고 부모님 그말이 지극한 사랑임을 알았지만 직접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어머님의 작은 어깨와 등을 뵐때면 유난히 내가 해드리는 안마를 좋아하시는 것을 알면서도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나를 보고 했다.

지난달 부부훈련을 마치고 본가에 들렀을 때 더 있다 가라고 붙잡는 어머님을 용기내 안아드리며 “사랑해요 어머니”하고 말씀드렸다. “나도 사랑한다”하시는 어머니 눈가가 붉어지셨다. 그래 이렇게 시작하면 되는거야. 지금부터 하나씩 존중받은 내 마음이 말했다. 정성들여 하는 기도도 중요하지만 일상에서 습관처럼 내뱉는 무수한 말들이 내 삶에 염불이 되고 있음을 다시 확인한다. 원하는 삶을 표현하고 그렇게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내게 있음, 이제라도 이렇게 알아가는 지금이 축복이고 은혜임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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