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성품은 자연스럽고 온전한 것
기쁨·슬픔·소심·까칠·버럭 모두 자연스럽게 받아 들여야

▲ 이정일 교무/원불교대학원대학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감정을 컨트롤하는 본부가 있다. '인사이드 아웃'은 그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불철주야 열심히 일하는 다섯 감정-기쁨·슬픔·소심·까칠·버럭-의 활약상을 다룬 애니메이션이다.
'인사이드 아웃'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이 다만 인간의 감정을 다룬 만화로 치부하고 별 기대 없이 앉아있던 나는 너무도 섬세하고 자세한 부분까지 표현해낸 연출에 깜짝 놀라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감정 컨트롤 본부 중 특히 주인공 '라일리'라는 소녀의 머릿속 장면이 강한 인상을 주었다. 사춘기에 접어드는 라일리에게 다섯 감정의 활약상은 한 인간이 성장하는 데 있어 그냥 이뤄지는 것은 없다는 걸 알게 했다. 또한 몸의 기관도 어느 곳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것을 챙기게 됐다.

최근 인간의 뇌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감정에 대한 부분들까지 뇌과학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러한 때 누구라도 쉽게 기억의 저장, 감정의 표현들에 대해 접할 수 있게 물꼬를 터준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칭찬하며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특히 마음에 화두를 안고 사는 공부인이라면 두말할 나위 없이 권한다.

한 인간이 태어난 이후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알게 되고, 친구와의 우정을 쌓고, 재미있는 일을 발견하고, 잘할 수 있는 흥미로운 일을 찾아내고, 자아를 실현하고 목표를 실현할 꿈을 찾아가는 과정이 모두 기억이란 저장고에 저장돼 있다는 것을 나는 인식하고 살았던가? 솔직히 잘 모르고 지냈다. 인지과정에 대한 이론들을 접하는 기회에도 학습의 연장을 위해 기억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만 인식하고 있었다.

하나의 사건을 기억하고 저장해서, 그 기억이 장기적으로 한 사람의 삶의 양식으로 나타나기까지 뇌 안에서는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있는 감정들의 활약에 대해서 나는 대부분 터부시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나 열심히 일하고 있었던 감정 컨트롤 본부의 다섯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활약하고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온전히 살아갈 수 있었음을 새롭게 발견했다.

대체로 사람들은 '행복하다'라는 표현 속에 담긴 감정은 기쁨 뿐이라고 여기기 쉽다. 나부터서도 행복하다 하면 즐거운 일, 미소 짓는 일들이 떠오르지 화나고 슬픈 감정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여기지 못했다.

인사이드 아웃의 가장 큰 발견은 '인간의 행복감'은 기쁨과 슬픔이 때론 소심과 까칠, 분노가 함께 공존했을 때 나와지는 것임을 알려준 것이라 본다. "괜찮아! 다 잘 될거야! 우리가 행복하게 해 줄께!" 이미 내 안에 살고 있으면서, 나에 대한 모든 기억들을 관장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애써주는 감정들. 내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놀라운 일들!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감정의 비밀을 표현해낸 이번 애니메이션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사람의 성품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기쁜 일만 있다고 해서 행복한 것이 아니라, 기쁨과 슬픔, 때론 소심함과 까칠, 화남까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성품을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다.

대산종사는 "우리의 본래 성품 자리는 크게 온전하나 육근문의 개폐와 규제를 할 줄 모르고 함부로 흩어버리므로 온전하지 못한 것이니, 보림함축하고 묵언안식하고 무문관하여 우리의 성품을 온전하게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각과 마음과 성품의 발현을 온전하게 하는 것은 이미 내 안에서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는 모든 작용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임을 다시 상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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