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가 극성(極盛)을 부린다. 소위 말하는 삼복 더위다. 일년중 인체가 가장 견디기 어려운 시간이다. 곡식이 익기 위해서는 이런 삼복 무더위가 필수 조건이다. 곡식을 먹고 사는 인간이기에 이런 삼복 더위를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이다. 고정불변한 것은 없다. 시시때때로 변화가 무쌍하다. 지금은 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조금만 지나면 가을이 오고 겨울이 된다. 무엇이든 그 순간, 그 고비만 넘기면 된다. 변화하기 때문이다. 변화는 춘하추동의 사계절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인생은 생로병사로 변화하고 흥망성쇠로 숨바꼭질 한다.

지금 건강하다고 그 건강이 영원하지 않다. 때가 되면 병마가 찾아든다. 힘이 있고 건강하다고 자만하지 말고, 노쇠한 사람들을 경홀히 대하지 말라. 세월가면 늙고 병들게 된다. 팽팽한 윤기 넘치는 얼굴이 주름살 가득한 핏기없는 얼굴이 된다. 변화하기 때문이다.

돈많고 권력 가진 사람들이여,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무시하지 말라. 지금 아무리 많은 돈을 가졌다 하더라도 늙고 병들면 무슨 소용이 있으며, 더욱이 죽어갈 때에는 단 한푼도 가져가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여, 권력을 남용하지 말라.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하지 않던가. 무소불위(無所不爲)의 권력을 가진 자들도 망하고 쇠할 날이 오고야 마는 것이다. 그것이 변화요 진리이기 때문이다.

'독권(獨權) 뒤에는 독한(獨恨)이 따른다'고 했던가. 자신이 권력을 쥐었을 때 삼가고 조심해야 한다. 약자들을 업신 여기고 함부로 대하지 말라. 약자가 영원한 약자가 아니요, 강자가 영원한 강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약자가 굴욕을 참고 꾸준히 힘을 기르면 강자가 되고, 강자라도 변화의 진리에 의해 그 강을 영원히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밀림의 제왕인 사자의 무리 가운데 가장 힘이 센 수놈이 암컷을 자기 소유로 거느리다가도 늙고 힘이 약해지면, 도전자에게 물려 죽임을 당하고 자신이 가진 것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마는 것이 맹수의 냉엄한 세계이다. 비단 동물의 세계에 국한한 힘의 논리가 아니다. 인간세상도 마찬가지다.

힘이 있을 때, 건강할 때, 권력을 손에 쥐었을 때, 삼가고 조심해야 한다. 정당한 권력 행사도 존절히 해야 하거든,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부당한 짓을 행하고, 가난하고 불쌍한 약자들을 무자비하게 짓밟는다면 그러한 강자의 앞날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권력을 잃었을 때, 예전에 당했던 약자들이 보복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자신이 당한 몇 배로 되갚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종교가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종교가 일수록 권력을 나누고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은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고, 사람답게 존중받을 천부적 권리를 가졌기 때문이다. 교단에서도 강자의 그늘에서 불이익이나 불평등을 당하는 억울한 사람이 없는지 세심히 살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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