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경 공부 20

요즈음은 훈련원 주변에 온갖 나무들이 자라서 제각기 무성함을 자랑하며 숲을 이루고 있다. 그래도 역시 그 숲의 중심은 홍송(紅松)들이다. 사시사철 푸르름을 드러 내주는 홍송은 한겨울에도 그 지조를 잃지 않더니 또한 만가지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계절에도 그 중심과 위치를 잃어 버리지 않고 제자리를 지켜주며 더불어 그 자리에 서있고 함께 빛을 내게 한다. 그래서 강릉을 솔향 도시라 했나 보다.

사람도 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만 사는 것이 가지 각색이며 천층만층이다. 그 중에 역시 돋보이는 사람은 안빈낙도(安貧樂道)를 즐기는 사람이다. 예전에는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 생존 문제에 급급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물질이 전반적으로 풍부해졌다. 그렇다고 마음이 예전보다 더 행복 해졌거나 여유가 생긴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보통 사람들은 같이 사는 사람들에게 상대적 빈곤을 느끼기 때문이다.

남과 비교하는 순간에 나는 불행에 빠지게 되어 있다. 상대보다 더 승하면 교만심이 나고 못하면 시기질투나 굴욕감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성자 철인들이 모두 안빈낙도로 세상에 살면서도 세속에 흐르지 않고 무형한 진리생활에 마음을 맡기고 능히 고락을 초월하고 편안한 심경으로 안분을 하며 몸은 중생과 세상을 제도 하는데 내놓으셨던 것이다.

분명한 인과의 이치가 있어서 현생에 받는 것은 지난 생에 지은 바요 이생에 지은 바는 내 생에 받을 바이므로 면할수 없는 가난이나 고통은 감수불복(甘受不服)하고 변하는 이치 따라서 지금 잘 지으면 미래의 혜복을 기약할수 있는 것이지 억지로는 면할수 없는 것이다. 지금은 더더욱 물질문명이 발달하여 내 마음만 스스로 조절할수 있고 어느 처지에서든지 안분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심낙원 신낙원을 충분히 만끽할수 있는 시대이다.

요즘 장마철이라 간간히 비가 내려 아침저녁 계곡물소리 우렁차고 바람소리 새소리에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착각에 빠지는 때가 있다. 산에 있어도 세상에 소식을 다 접할수 있고 인연들이 시시때때로 찾아와서 자연과 함께 노래하며 마음에 청정함을 담아서 돌아 가곤 한다.

누구든지 어디에 있든지 어떤 일을 하든지 마음에 여유가 있고, 공익심을 가지고 정신 육신 물질로 베푸는 생활을 표준 삼는다면 사실상 그런 사람이 있는 곳이 곧 청정도량이며 인천대중이 향하는 곳이다. 심신 작용이 늘 바르고 물질을 선용할수 있는 마음의 힘만 기른다면 바로 그곳이 선도량이며 그 사람이 활불이다. 옆 사람이 가진 것을 탐낼 필요도 없고 따라갈 필요가 없다.

"의욕이 없고 게으른 것이 안분이 아니요, 순서를 바르게 잡아 태연히 행하는 것이 안분이니, 자기의 정도에 맞추어 전진할지니라."

<우인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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