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수인 교도 / 부곡교당

존엄케어, 단순한 간병수발 아닌 마음수발 실천

어르신 입장이 돼 환자 눈높이로 돌보는게 중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도움을 제공하는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실시된 지도 만 7년이 넘었다. 필자는 요양보호사교육원과 재가노인복지센터를 운영하면서 그간 5천명에 가까운 수강생을 배출했고, 2년에 한 번씩 하는 재가노인복지시설 평가에서도 3회 연속 전국 최우수기관으로 선정이 되었다.

이제는 업무 면에서 체계적인 대상자 관리 시스템은 물론이고 어떻게 하면 요양보호 대상자들에게 진정으로 다가가 우리 재가센터와 인연을 맺고 있는 동안만이라도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는 존엄한 서비스를 제공할까를 항시 유념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2017년이면 고령사회에 진입하는 우리들은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자신은 어떤 케어를 받다가 어떤 죽음을 맞고 싶은지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재가센터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생각해 볼 때 요양보호사가 되기 위한 240시간의 교육시간 중 케어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실기시간과 짧은 실습기간으로는 곧바로 전문인력이 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론시간도 인성교육에 할애된 시간은 아주 부족하다. 요양원을 운영하는 분들에게 구인을 할 때 케어기술이 뛰어난 사람보다는 인성이 제대로 된 사람을 원한다는 얘길 곧잘 한다. 기능이야 배우면 되지만 사람의 인격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얘기다.

내가 존중받으려면 상대방을 존중해야만 서로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것이다. 피교육생들을 보면 각자 살아온 삶의 다양성만큼이나 성품도 제각각이다. 존엄을 아는 성품으로의 길잡이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며 교육원 미션을 '삶의 변화를 맞이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교육'으로 정하고 감사 생활과 마음공부법을 교육내용에 접목시켜 강의를 하고 있다. 내가 사는 삶의 모습이 교화의 장이 되고 공부장이 된다면 그 자체가 피교육생에게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

존엄을 생각하는 케어란 단순히 간병수발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마음수발에서도 실천되어져야 한다. 어르신이 삶에서 관심을 가져 온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요양보호대상자가 됨으로써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상대방 입장이 되어볼 때 존엄은 지켜지는 것이다. 머지 않은 미래에 나 자신이 와상환자가 되거나 인지증에 걸렸을 경우 어떤 서비스를 받으면 좋을까에 대한 답이 바로 존엄한 케어이다.

일상의 케어에서 존엄성을 생각해 볼 때 배설 부분은 아주 중요하다. 부축해서 화장실까지 갈 수 있는 요양보호대상자에게 몇 차례 배뇨 실수를 했다고 해서 바로 기저귀를 채우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 배설을 다른 사람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아픔을 가슴에 새긴다면 기저귀는 최후의 수단이다. 배설기록표를 작성하고 배설에 대한 상황을 정확하게 평가한 후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면 대상자의 배설감각이 회복되어 기저귀에서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 일본에는 1988년 '기저귀떼기 학회'라는 것이 생겼다고 한다. 현장에서 만들어진 케어방법론을 모아서 정리, 발표하고자 시작했는데 초보케어담당자들이 차츰 기저귀를 떼고 침상생활에서 벗어나게 해서 새로운 케어의 상징이 되었다고 한다.

케어는 사랑만으로 할 수 없다. 현실이며 생활이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 손을 내밀어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그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잔존능력을 최대한 활용, 유지하면서 마지막까지 존엄성을 지키며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존엄성 있는 케어는 풍부한 인성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어르신들의 남은 삶에 의미가 남도록 최선을 다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리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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