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된 자동차 정기검사를 갔다. 불합격되면 어쩌지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설마 괜찮겠지 하고 그냥 갔다가 불합격했다.

타이어 4개가 모두 많이 닳았고, 매연도 너무 많이 나온다. "매연 정비해서 다시 와라. 2번째 매연에서 불합격되면 서류가 복잡해지고, 돈이 많이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급격히 당황스러워지면서 왠지 검사소 직원들이 의심스러워졌다.

검사소 옆에 자동차공업사와 혹시 뒷거래를 하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서 평소 거래하는 자동차서비스센터로 가니, "정말 타이어가 많이 닳았네요"한다. 그 말에 살짝 올라왔던 검사소 직원들에 대한 의심이 가라앉았다.

평소에 믿고 거래한 정비소 직원들의 말은 그냥 순수하게 들렸다. 매연을 점검한 후, 곧장 끝내고 싶은 마음에 검사소에 다시 들어가니, "정비는 다 했느냐? 만약 이번에 불합격하면 복잡해진다."는 그 말에 또 기분이 살짝 나빠졌다. 약간 걱정스런 마음이었지만, 큰소리로 "네, 점검 다 했으니 검사해 주세요" 했다.

웬걸 또 불합격이었다. 검사소 직원들이 다 모이고 고민하는 게 보였다. 나도 눈치를 보며 바짝 긴장을 했다. 순간 내가 크게 죄지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자연히 공손한 태도가 되었다. 고민하던 검사관이 원래 2차 불합격으로 처리해야 하는데, 이것은 안 한 것으로 봐줄 테니까 다시 수리를 잘 해 오라고 했다. 다행이었다.

좌절한 마음에서 검사소를 나오는데, 한 직원이 "너무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넉넉하게 갖고 오세요. 매사 일이 천천히 해야 되요. 우리도 최대한 잘 해줄려고 해요" 하고 웃는다. 긴장하고 풀죽었던 내 마음이 풀리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순간 의심했던 내 마음이 부끄러웠다.

이 분들도 자신의 자동차 검사 일을 열심히 하고 계시는구나. 내가 괜한 의심의 눈초리로 선입견을 갖고 있었구나.

오늘 자동차 정기검사에서 나는 의심과 믿음을 널뛰기를 했다. 잘 모르는 검사소 직원들은 일단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봤다. 평소 거래하던 자동차서비스센터의 말은 쉽게 믿음을 보였다. 그러나 2차 검사에서 검사소 직원들의 배려와 친절한 말에 섣부른 의심을 한 내 마음을 발견했다. 오늘 믿음과 불신 공부를 제대로 경험했다.

전에는 2년마다 만나는 자동차검사소 직원들과 별로 대화도 안 했었다. 2번의 정기검사 불합격은 살아있는 삶의 현장을 공부하는 기회였다. 그분들은 자동차 정기검사를 성심으로 하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내 안전을 돌봐주는 분들이었다. 자리이타의 동포은을 체험한 큰 은혜였다. 제일 중요한 타이어의 마모와 다른 사람과 환경에 피해를 주는 매연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법신불 일원상'을 믿는 것은 실생활에서 천지·부모·동포·법률의 사은을 체험하며 만나는 것이다. 소소한 일상의 일에 마음을 공부할 기회가 있다. 그리고 나서 현실의 일과 이치를 교전에서 찾아 대조해보고, 교당에 와서 문답감정으로 마음에 힘을 쌓는 것이다. 사은 신앙과 마음공부 수행은 원래 하나이기에 알고 보면 동시성의 진리이다.

<과천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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