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 정태원 교도 / 잠실교당
변화를 위해서라면 재가 출가 전 교도들의 마음속에 간절함이 있어야 한다. 즉 정성스러운 진리기도가 있어야 하고 실지불공으로 교감하고 대화하고 서로의 의중을 헤아리고 존중하는 감동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근래 들어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메르스 사태는 바이러스의 공포가 아닌 초동대응에 실패, 소통과 컨트롤타워의 부재가 만든 재앙이었다. 이를 보며 최근 교단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교헌개정의 단면을 보는 것만 같았다. 소통과 컨트롤타워의 부재로 인해 당초 취지와 달리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신뢰관계까지 훼손되었으니, 근래에 가장 큰 위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교헌개정은 교법정신에 바탕해 미래지향적으로 교헌을 정비하는 것인데, 특위위원들의 의욕이 지나쳤던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평가하는 이유다. 결과만 놓고 본다면 교헌개정의 내용은 점차적으로 우리가 변화해야 할 모습이므로 합리적인 대안이다.

그러나 이를 도출하는 과정에서 소통이 단절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특위위원의 취지가 종법사와 일부 교도들에게 스며들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날아든 통보는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위위원회의 진행과정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원기 2세기를 대비한 법제의 정비에 대해 수위단원 연찬의 발표(98.5.7)가 있었고, 교헌개정을 위한 법제 정비 건으로 임시수위단회(98.7.9)가 발의되었다. 그에 따라 교헌개정특별위원회 구성원칙에 의거 특별위원 23명(수위단원:5명, 출가 8명, 재가 7명)이 205회 정기수위단회(98.11.4)에서 선정 되었다. 그 후 전문위원 30명(출가 21명, 재가 9명)이 포함되어 상임위원회 14회, 특별위원회 9회, 특별전문위원 워크숍과 회의 3회, 각분과(총강, 교화혁신, 조직제도)회의 43회를 추진하여 교헌개정특별위원회 중간보고서를 작성했다.

즉 지난 215회 임시수위단회 쟁점은 안건심의가 아닌 협의사항으로 교헌개정특별위원회의 중간보고였던 것이다. 이때 종법사께서 종법사 중심 공화제에 맞는 조직제도 개정안을 요구, 실질적으로 현행 지도체제 유지를 주문하셨다. 3일 뒤 제10회 교헌개정특별위원회에 직접 임석하여 그동안 논의됐던 교헌 개정안에 대한 가이드라인를 제시하셨는데, 요약하자면 특위의 제안을 거의 백지화시키는 내용이었다.

특위의 그간 노력이 허사로 돌아갔다는 뜻이니 특위위원들은 허탈함을 넘어 일부 재가위원들을 중심으로 사퇴의사를 밝히기까지 했다. 2년 동안 분과별로 의견을 개진하는데 있어 한 번도 가이드라인이 내려오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교헌특위를 해체해야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어찌하여 우리 교단에 이처럼 안타깝고 참담한 일이 벌어지게 되었을까. 가장 큰 문제는 컨트롤타워의 부재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종법사님의 의중이 특위위원들에게 스며들지 못한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특위위원들의 바람 또한 종법사께 전달되지 못했으니, 소통의 단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알고자 했다면 우리는 얼마든지 종법사의 뜻을 헤아릴 수 있다. 사전에 진행과정을 보고하고 방침을 받아 사전에 가이드라인을 만들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작금의 소모적인 논쟁은 피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특위위원장과 교정원장 역시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드러냈으니, 오랫동안 쌓아올린 이미지에 상흔을 남겼으리라. 어찌 되었던 분란이 야기된 만큼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원불교인다운 행동이라 생각한다.

〈교헌〉에는 소태산 대종사님의 깨달음에 입각해 교법의 정통성이 계승되고, 제생의세의 목표를 행한 종교성이 잘 반영되어야 한다. 특위위원들이 생각과 교단 어른들의 경륜이 조화를 이뤄 큰 지혜의 교헌이 되어야 한다. 하나의 바램이 있다면 이번 사태로 인해 오히려 2세기를 새롭게 열어갈 지혜로써 교헌 개정에 대한 열망과 간절함이 더욱 커져가기를 바란다.

소통이 없는 곳에 진정한 화합과 평화는 있을 수 없다. 서로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조속히 마련되어 모두가 하나 되는 원불교가 되길 간절히 염원하면서 더 큰 문제로 확산 되지 않음을 다행삼고 대종사님 가르침처럼 교단 2세기를 맞이하면서 가장 큰 교훈을 삼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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