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성장 위주의 교단 풍토는 개선돼야 합니다"

▲ 원봉공회 빨간밥차 앞에서 인터뷰 중인 오예원 원불교봉공회장.
교단 대사회 봉사단체인 원불교봉공회. 가장 낮은 자리에서 봉사하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내고 있다. '2008년 대한민국 대통령 단체표창'은 물론 많은 상장과 표창을 받아온 그 중심에 오예원 원불교봉공회장(67·일산교당 호적명 양순)이 서 있다. 12일 원불교서울회관 봉공회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서울역 노숙인 저녁식사 준비를 위해 출근한 상태였다. 그는 "교단이 사업 실적에 치중하다보니 개인 사업을 쉽게 드러내는 곳에 역량을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실적이나 물질적인 성과를 내는 사람만을 모시는 교단의 풍토는 개선돼야 하며, 정신적·육체적 봉사활동을 하는 교도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지에서 혈심혈성으로 헌신하는 교도들이 허탈감이 들지 않도록 교단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를 만나 봉공회 사업과 교단에 대한 바람을 들어봤다.

- 세계봉공재단 출범 이후 봉공회와 관계 정립은 어떠한가

참, 고민이 많다. 기본적으로 교단 사업에 전적으로 협력하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봉공회는 사회복지법인 원봉공회와 교구, 교당 단위 조직을 갖고 있는 원불교봉공회가 있다. 하지만 세계봉공재단 출범 이후 봉공회의 위치가 어정쩡해졌다. 원봉공회나 원불교봉공회가 그동안의 역할에 비해 위상을 찾지 못하고 있어 아쉬운 대목이다. 현재 원봉공회는 협력단체이지만 봉공재단협의회 소속은 아니다. 원봉공회가 사회복지법인이다보니 세계사업(해외)은 못하고 국내 봉공사업만 할 수 있다. 원불교봉공회는 법인을 갖고 있지 않아 세계봉공재단에 참여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세계봉공재단의 이사로 참여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원불교봉공회를 법인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원불교은혜심기운동본부처럼 법인화해서 해외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해야 한다. 지금까지 해외사업을 할 때, 법인이 없다보니 후원금은 우리가 지원하지만 이름은 교단 내 다른 단체명으로 나갔다. 대산종사께서 주창한 출가봉공회, 재가봉공회, 국가봉공회, 세계봉공회가 고유의 뜻대로 재정립할 때가 된 것 같다.

- 봉공회 과제는 무엇인가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인력 양성이다. 봉공회원들의 연령대가 노쇠해져 우리 뒤를 이을 사람들이 없다. 전문 인력을 양성해 조직을 새롭게 해야 한다. 교구나 교당 봉공회 임원들의 나이가 많은 편이어서 세대교체가 시급하다. 이렇게 교당 봉공회 임원들의 나이가 많은 것은 교무님들의 의식에서 기인한 측면도 있다. 어떤 교당은 60세 이상은 봉공회, 60세 이하는 여성회로 나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런 의식이 은연중 바닥 정서로 깔려있다. 이것은 옳지 못하다. 교단이 봉공회를 출범하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면 '봉공회' 개념을 재정립해야 한다. 남녀노소 모두가 회원으로 참여해 사회·국가·세계사업을 하자는 것이 봉공회다.

- 6년간 봉공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무엇을 바꿨나

나의 이력을 아는 재가 출가교도들은 왜 봉공회장을 맡느냐, 여성회장을 해야 하지 않느냐는 시선이 많았다. 내가 봉공회장을 맡을 때는 여성회는 품위 있는 일을 하고, 봉공회는 낮은 곳에서 잡다하고 번거로운 일을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래서 취임일성으로 '봉공회는 교단의 부모다, 여성회는 딸이고 청운회는 아들이다'고 말하고 품을 키웠다.

취임 이후 줄곧 전국 봉공회원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데 노력했다. 교당이나 교구 일로 지친 회원들이 전국 훈련에 참석하는 것을 보면 다들 지쳐서 어깨가 축 쳐져 있었다. 봉공회원으로서 자부심과 자긍심이 땅에 떨어진 것을 목격하고 서원을 살리고, 기를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임원 훈련이나 기타 모임 때마다 봉공회의 서원과 자긍심 등을 불어넣었고, 서로를 훈증하는 시간을 가졌다.

- 봉공회의 빨간밥차 활약이 대단하다

빨간밥차 운영은 원기96년 4월부터 시작됐다. 그동안 봉공회는 노숙인을 위한 공양활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활발한 대사회 봉사 덕분에 내가 회장에 취임한 후 곧바로 빨간밥차를 수주했다. 현재 빨간밥차는 매주 수요일 일용직 노동자를 위한 아침식사와 노숙인 대상 저녁식사, 그리고 은혜원룸의 반찬을 만들어주는 데 활용된다. 여기에는 서울교구 교당 봉공회원들이 순번으로 돌아가면서 끼니를 맡아 봉사해 주고 있다. 우선 구로역 인력시장 일용직 노동자의 아침식사를 위해서 새벽 3시30분에 구로역으로 출발한다. 급식은 새벽5시에 하는데 150여 명의 노동자들이 식사를 한다. 배식이 끝나면 설거지하고 다시 저녁식사를 준비해야 한다. 오후1시부터 반찬 등을 미리 조리해 놓았다가 오후5시 서울역에서 450여 명을 대상으로 배식을 진행한다. 서울역 옆 우리가 운영하는 은혜원룸 노숙인들의 반찬도 겸해서 만들어 제공한다. 모든 운영은 원봉공회 CMS를 통해 모아진 금액과 후원, 회원들의 노력 봉사로 이뤄진다.

- 이 시대 재가교도의 역할은

그동안 재가교도들은 교화를 위해 교무님들을 보좌하는 역할을 했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교무님과 활발히 토론하고 주도적으로 교단 행정에 참여할 때가 된 것 같다. 교무님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항상 공유하고 비전을 세워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교무님들의 생각도 바꿔야 한다. 재가교도들이 교당 및 교단에서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역할을 줘야 한다. 또한 교도들 역시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출가니 재가니 편을 나누지 말고, 책임 전가도 하지 말자. 서로 일심 합력해도 힘든 세상이다. '네덕 내탓'의 분위기가 확산돼야 교단이 미래가 있다.

- 교정원 서울이전과 서울회관 재건축에 대한 생각은

교정원 서울이전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신 서울회관 재건축(원불교100년기념관)은 조계사나 명동성당처럼 도량화해서 종교적인 품위를 높여야 한다. 기념관과 야외공간이 들어오는 사람으로 하여금 도량이구나 하는 느낌이 나도록 설계해야 할 것이다. 교정원의 행정적인 이전도 중요하지만 랜드마크로써 서울의 얼굴, 스승님이 상주하는 영적인 훈련도량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서울은 시·공간적으로 큰 스승님을 만날 수 있는 곳이 없다. 영적인 스승에 목말라 하는 서울교도들을 위한 열린 신앙 공간으로써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 현재 서울이나 지역에서 대사회적인 교단의 평판은 매우 좋다. 행정의 총본산도 필요하지만 서울교화의 본산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강남·원남교당과 함께 큰 틀의 서울교화를 이룰 수 있는 본산이 돼야 전국 교화도 꽃을 피울 것이다. 그리고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는 공간, 포근하게 안아주는 도량이 됐으면 한다.

- 젊은 세대 교화에 대한 좋은 대안이 있다면

청소년 교화 침체는 교단 미래를 생각할 때 심각하다. 유아와 어린이법회부터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개신교 여성목사인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목회자로 은퇴한 후 교회 어린이예배를 전담해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어린이들을 만나기 위해 일주일간 프로그램을 연마하고, 펀(fun)적으로 망가지면서 어린이들과 친해지는 방법을 찾더라. 권위의식 없이 자기가 망가지니 어린이들이 매우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린이교화를 위해 인력양성과 연구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교당 법회를 보면 청소년을 전담할 교무들이 부족하다. 청소년 전담교무가 부족하니 교당 교화의 방향도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 또한 세대가 달라진 어린이들의 의식을 읽고 흐름을 이해하며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출가 인력이 부족하므로 재가의 젊은 인력을 키워내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 은퇴한 교사 교도를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해 봐야 한다.

오예원 회장(호적명 양순)은 원광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한 후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보건행정학을 전공했다. 15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국회 원내부총무, 한나라당 부대변인을 역임했고, 현재는 대한민국헌정회 여성위원장, 군산여고 100주년기념사업 추진위원장, 교단 재가 4단체 협의회장, 7개 종단 평교도운동 '답게살겠습니다' 공동대표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태전약품을 창립한 희산 오철환 종사의 3남 5녀 중 둘째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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