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뒤인 9월18일이면 남과 북이 UN에 동시 가입한 지 25년째가 된다. 1991년 남북은 분단 46년 만에 회원국 159개국의 만장일치로 각각의 독립국가로 가입을 했다. UN동시 가입에 대해 모두가 찬성하고 환영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남북의 쌍방관계가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는 점'을 먼저 선포한 후에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표하는 사람도 있다.

당시에 대산종사는 '남북이 동시에 UN에 가입하였으니 이제 같이 합력할 통로가 생겼다' 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앞으로 남북통일은 어떠한 희생도 있어서는 안 된다. 자연스럽고 원만하게 통일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대산종사는 통일에 대한 법문을 많이 남겼다.

대산종사의 통일에 대한 법문에는 네 가지의 정신이 담겨 있다.

첫째는 '포용'의 정신이다. 노태우 정부 시절 북방외교의 선봉에 있던 박철언 장관이 찾아오자 '북한도 성공시켜야 한다. 거기를 없애버리려고 하면 안된다. 형님은 동생을 돕는 것처럼 그래야 한다'고 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대산종사의 포용의 정신을 정책적으로 밀고 나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는 '구공(救共)'의 정신이다. 통일교 지도자였던 박보희 씨가 찾아와 승공을 말하자 '멸공보다는 승공이 좋고, 승공보다는 반공이 좋고, 반공보다는 용공이 좋고, 용공보다는 화공이 좋고, 화공보다는 구공이 좋다. 용공, 화공, 구공의 단계에 이르러야 완전한 통일이 될 수 있다'고 했다.

1990년대 초 북핵문제 때문에 남북관계가 나빠지자, '남북한 관계는 서로가 끝까지 믿음을 구축하는 것이 선결과제이며 그러려면 여유있는 편에서 참고 감싸줘야 한다. 차가운 겨울 기운을 이기고 봄이 오듯 하나의 민족정신을 강조하며 장벽과 얼음을 녹일 훈풍을 불러오면 통일의 길은 결코 멀지 않다'고 말했다.

셋째는 '준비'하는 정신이다. 대산 종사는 평소에 이북 동포를 위해 '방 한 칸이라도 따로 챙기고 먹을 것 입을 것이라도 아껴 두었다가 언제든지 오면 살펴 주자'고 강조했다. 일찌감치 통일비용을 마련하자고 한 것이다. 늦봄 문익환 목사의 '통일맞이 운동'도 대산종사의 통일을 준비하는 정신과 맥락이 같다고 할 수 있다.

넷째는 '참여'하는 정신이다. 대산종사는 민간이 폭넓게 함께 참여하고 조성하는 통일을 강조했다. '이제는 정치인 몇몇 사람이 들어서 통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 정치인들은 통일에 대한 공명심이나 자만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전국민이 스스로 알뜰하고 정성스럽게, 서로가 손을 맞잡을 수 있게 모든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주변 국제 환경도 우리의 통일 대로를 가로막지 못할 것이다. 백낙청이 시민참여형 통일운동을 주창하기 훨씬 이전부터 대산종사는 '민간 참여형 통일운동'을 말했던 것이다.

대산종사의 '포용, 구공, 준비, 참여'의 네 가지 정신은 통일로 가는 근본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민족이 한삶을 살아내기 위해서는 대산종사의 네 가지 정신으로 구성된 통일철학이 남북교류의 현장이나 문화의 현장에서 널리 알려지고 구현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한국종교인평화회의 남북교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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