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태산주유소는 원불교 홍보의 장입니다"

신탄진로 17번 국도에 위치한 소태산주유소. 신탄진에서 대전으로 넘어오는 많은 차량들이 소태산주유소를 지나 대전에 진입하게 된다. 소태산주유소 기둥에는 '반갑습니다'란 커다란 글씨가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동대전교당 정원덕(45·사진 왼쪽)·김인덕(42) 부부가 운영하는 소태산주유소는 '원불교 홍보의 장'이기도 하다. 가끔 주유 손님들이 "소태산이 어디 있는 산이죠"라고 물으면 "원불교를 창시한 분의 호입니다"고 잠시나마 원불교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맞게 된다.

'소태산'이란 호를 주유소 상호로 사용하게 된 용기는 어디에서 나왔을까. 주유소 탄생 배경에 대해 정원덕 교도가 간단하고도 명쾌하게 대답했다.

"대전 교도님들이 추천해 주셨어요. 원불교를 알리는 마음에서 소태산주유소라고 하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아주셨죠. 두 마음 내지 않고 바로 결정했습니다." 그런 그가 지금은 큰 부담도 갖고 있다.

"신입교도라 당시엔 아무것도 모르고 사용한 것 같아요. 공부를 하고 보니 왠지 죄송한 마음이 큽니다. 그런데 이전 주유소 상호도 '원광'이었죠. 지금도 금산에서 운영하는 공단주유소에는 일원상을 그려놓았습니다." 그의 교법사랑은 교리 용어의 일반적 사용으로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제가 평택에 살 때 종교를 가져야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우연하게 오산터미널에서 한복 입은 교무님을 뵈었죠. 그때 '저 분은 어떤 분이지. 궁금하네. 어떤 종교인가' 하고 알고 보니 원불교였습니다. 이후 한비야씨의 책에서 '장기기증'에 대해 소개를 한 부분을 읽었어요. 그곳에 원광대학교병원이 있었죠. 당시 운영하던 주유소 인근에 구봉교당이 있어서 찾아갔지요. 그렇게 원불교를 알게 됐고, 원기88년 입교를 한 후 소태산 대종사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형님(평택교당) 등 모두 일원가족이 되었다. 소태산주유소를 운영한 지 4년째인 그는 다양한 의견도 들었다.

"어르신 교도님들은 '소태산'을 함부로 갖다 쓴다고 한 말씀씩 하시죠. 그럴 때 마다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게 됩니다. 또 반면에 '잘했다'는 의견도 있어요. '소태산'이란 단어를 일반화 시켜야 하는데 일조를 하고 있다는 의미죠. '존경'과 '활용'의 해석사이에서 각자의 견해가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들 부부는 이러한 의견에 개의치 않는다. "저희 부부가 원불교를 너무 좋아합니다. 제일 존경하는 스승님이 소태산이시고, 우리 신앙인들이 지향해야 할 곳도 소태산 대종사의 경지 아닙니까. '소태산'이라 상호를 정하고 주유소에서 근무하는 자세가 달라졌습니다. 교도들의 이목이 집중된 곳일 수도 있기에 늘 경건한 자세이기도 하고, 양심에 비추어 부끄러움이 없는 즉 이익 추구만을 위한 사업장이 아니라 '자리이타의 사업 운영'을 하게 됩니다." 주유소는 이들 부부에게 공부의 장인 것이다. 사무실 칠판에는 '물건 던지지 않기' 등 유무념 공부 조항들이 적혀있다. 요즘 유무념 공부 조항은 '아내와 대화할 때 눈을 바라보고 말하기'다. 건성으로 듣고 말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생활 속 의두 연마도 놓지 않는다. "교당 부회장님이 진급하는 것과 강급하는 것에 대해 물어온 적이 있었어요. 생각해 보니 자성에 합할 때는 진급이고, 분리되면 강급이 되는 것 같아요. '나'라는 상이 없이 늘 자성에 합일한 생활을 하려고 합니다. 그렇게 살면 진급하는 원덕이가 될 것 같죠." 의두가 풀릴 때마다 정 교도는 아내와 문답 감정을 한다. "아내는 잘 수긍을 해 줍니다. 혹 잘 이해를 못하더라도 '응~ 그래, 그렇겠네'하면서 반응을 해줘요. 그러면 더 신나서 공부한 것을 더 쉽게 설명하며 같이 공부해 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호흡이 척척 맞는 100점 아내와 남편이라고 서로를 칭찬한다.

"남편이 신혼 때는 하지 않던 집안일을 원불교 공부하고부터는 엄청 잘 해 줍니다. 설거지는 기본이고, 아기 봐주고 빨래를 하고, 큰애에게는 자력으로 할 수 있도록 타이르는 등 정말 많이 변했어요." 수화를 배우며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된 이들 부부.

"결혼 전에 남편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죠. 방에 가보니 벽에 큰 일원상을 그려 놓고 거기다 기도를 한다고 해요. 그래서 저는 불교인줄 알았죠. 그리고 가끔 절에 100일 기도를 다니기도 했죠. 거기서 일원상을 알았다고 합니다. 결혼 전 남편은 자기가 스님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어요. 전 그래도 상관없다고 했죠. 결혼하시는 스님도 많으니까요." 정 교도의 출가에 대한 꿈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요즘 정 교도의 마음속에서 자라나고 있는 싹은 '기간제 전무출신'이다.

"그냥 끌려요. 왠지 꼭 하고 싶기도 하고요. 주유소는 셀프주유소로 돌려놓으면 되는 것이니 교단에서 허락만 해 준다면 하고 싶죠." 아내도 기간제 전무출신을 환영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좋아하는 이들 부부는 교구 청운회원으로 각종 행사에 생수와 장갑 등 공양도 솔선수범이다. 기타와 피아노 등 악기를 좋아하는 정 교도는 교구 원음합창단원이기도 하다. 아들 한택(16)이도 교당 청소년훈련에 친구들 10여 명을 초대해 적극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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