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우리 사회에 '정의(Justice)'의 열풍을 일으켰던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 그는 그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정의와 공동선(共同善)'을 시대의 화두로 던졌다.
정의는 단순히 개인과 일부 조직의 전유물이 아닌 전 인류적 가치이며, 구성원들이 선택한 최선의 지혜이다. 또한 개개인의 책임이 담보돼야 가능한 것이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정의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하나는 공리(公利)나 행복 극대화로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추구하는 것이요, 둘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며, 셋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다. 그는 '공동선'에 무게를 두었다.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공의 이익만을 극대화하거나, 개인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만들 수 없다. 공동체는 언제나 구성원들이 합심하여 바람직한 삶의 의미를 고민하고, 다양한 이견들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공동선의 문화를 가꿔야 한다.

그동안 교단은 소태산 대종사 당대부터 명백히 이어온 교헌정신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논의 구조를 운영해 왔다. 특히 문답·감정·해오의 무형적 소통방식을 매우 중요시함으로써 따뜻하고 품격 있는 공동체 정신을 함양해 왔다.

마음공부에 있어서도 정신수양, 사리연구의 정혜(定慧)적 수행을 넘어서 정의는 취하고 불의는 제거하는 작업취사의 실행공부를 구경으로 삼아왔다. 이에 따라 정의에 대한 명확한 판단과 실천력이 부족하면 공부와 사업의 평가도 그만큼 낮아졌다. 원불교인과 원불교 기관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 이러한 전통이 있기에 가능했다.

요즘 교단 내 정의에 대한 시비가 치열하다. 먼저 100년의 역사속에 권력, 기회, 소득이 정당하게 분배되었는지 성찰해봐야 한다. 대중들은 '가진 것'의 집중을 허락하지 않는다. 끊임없는 소통을 요구하며 정당한 의사결정과정의 참여와 공개를 요청한다. 이러한 때 우리는 공동체 의식을 더욱 확장해 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만나게 된다. 구성원들이 전체를 걱정하고 공동선에 헌신할 수 있는 태도를 키워갈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가 실행하고 있는 선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점검하는 공개담론(결사)을 정례화해야 한다. 단 욕심을 버려야 한다. 매년 교화·교육자선의 핵심 과제를 선정, 폭넓게 연구해 온 지자들의 지혜와 대중의 마음을 부딪치게 해야 한다.

회상이라는 신앙·수행공동체 헌신하고 있는 재가 출가교도들의 충심(忠心)을 모아야 공동선에 헌신하는 태도가 깊어질 것이다. 이러한 정신적 일치(一致)가 이번 출가교역자 총단회와 중앙교의회에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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