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의 소통 위해 '감정 제로 포인트' 중요
삶의 의지와 생명 살려내는 명의
재활전문 명품병원으로 지역민에 보은

'의학의 주류는 내과'라고 생각했던 양형식(법명 성근·전주교당) 원장. 그는 그 주류를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내과 전문의가 됐다.

"의학의 가장 기초가 내과이고, 내과가 발달해야 부수적으로 다른 의학 분야가 발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의학의 본질은 내과라는 생각에 제 스스로 굴레를 씌운 거지요.(웃음)"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수석졸업이었던 그는 그렇게 생각이 확고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몸과 마음 고생이 많은 진료 분야. 명예도, 부도 거리가 멀었다.

원기64년(1979) 의사면허 취득 이후, 내과전문의, 가정의학과전문의, 소화기내시경전문의, 위장내시경전문의 길을 걸으며, 양형식내과의원, 양지내과병원, 양지냇가요양병원 병원장에 이어, 현재 재활전문 명품병원을 꿈꾸는 드림솔병원 병원장인 그는 전주에서 손꼽히는 명의이다.

그의 소신은 한결같다. '환자와의 소통'이다. "아무리 좋은 의술과 뛰어난 지식을 가진 의사라 하더라도, 환자와 소통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환자들과의 소통은 특이한 점이 많습니다. 의사는 의술을 베푼다는 입장에서 일방적인 강자가 될 수 있어요." 약자인 환자입장에서 보면, 의사의 말 한마디, 표정 하나는 환자들에게 살아갈 희망도, 삶을 포기할 절망도 안겨준다. '환자들과의 소통'은 단순한 의학적 치료 외에, 환자 당사자의 삶의 의지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가 '환자와의 소통'을 가장 유념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다.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감정의 제로 포인트'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울의 눈금은 늘 0(영점)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항상 제자리로 돌아가 제로를 가리키고 있는 저울처럼, 감정의 제로 상태에서 환자들을 대해야 합니다. 방금까지 힘든 환자와 씨름했다 하더라도, '제로의 마음', 본래마음으로 돌아가서 다음 환자를 진료해야지요." 백번의 진료를 한다 하더라도, 백번 모두 본래의 마음자리로 돌아가 환자들을 대하는 것, 이것이 그가 한평생 유념해온 의사로서의 소신이자 자신만의 길이다.

"의사가 되고나서 목표를 세운 것이 있다면 '환자 10명만 살리자'는 것입니다. 힘든 병마와의 싸움, 그 벼랑 끝에서 삶을 포기했을 환자 10명만 살릴 수 있다면, 의사인 내 삶이 헛되지 않겠다 생각했는데, 글쎄요, 10명을 살렸을까 의구심이 듭니다." 지금까지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 그러나 '원장님 덕분에 살았습니다'라고 인사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잠시 의료계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물론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의사가 원하는 것은 꼭 돈이나 명예만이 아닙니다. 생명을 다루는 최전선에 서있는 의사들이 느껴야 하는 심리적 압박감이나 고생에 대한 단순한 보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깁니다. 사회적인 '신뢰'가 중요하지요. 전문의가 되기까지 힘든 수련생활을 이겨낸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의사로서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국민들의 믿음 속에 사회적인 인식이 개선돼야 합니다." 의료 현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한참 동안 전한 그가, 합리적인 의료제도 개선을 강조했다. 정부의 숨김없는 정보공개로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 속에서 '사람을 살려내는 의료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명의인 그가 지역에서 특별히 낯이 익은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전주시의사회 회장, 전라북도 의사회 회장, 국제로타리 3670지구, 전일로타리클럽 초대회장, 전주경실련 공동대표 등 다양한 사회활동뿐 아니라, 그는 JTV 전주방송 시사진단 프로그램 진행을 9년 넘게 해왔다. 심도 있는 혜안으로, 때론 날카롭고 정직하게, 때론 편하고 쉬운 진행으로, 지역현안에 대한 지역민의 이해를 도왔다. 시사프로그램 진행 5년쯤 되었을 땐, 프로그램 진행에 대한 신선한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에 그가 먼저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방송국 측에서 그의 사의를 만류했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말없는 다수의 궁금증이나 의견을 대변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시사 주제가 정해지면 일주일동안 다양한 정보채널을 통해 의견을 취합합니다. 중요한 것은, 지역민이 가장 궁금해 할 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패널들의 답변에 한번 더 질문을 던지는 진행이랄까요." 담담하게 전하는 그의 말 속에는, 우리사회 지극히 평범한 시민들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 자리하고 있다.

"의학박사가 되는 것이 나의 꿈이었다고 할까요. 이제 그 꿈을 이루었으니 특별히 더 바랄 게 없습니다. 다만 젊어서는 칼날처럼 예리하고 확실하고 분명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가까운 이웃의 좋은 아저씨처럼, 마음씨 좋은 이웃집 할아버지처럼 보여졌으면 좋겠습니다." 그의 바람이 소박하다. 그러나 그 소박함 속에 '이웃들을 향한 여유와 배려'가 넘쳐났다. 지금의 그의 삶이 환하게 빛을 내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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