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복인 교무 / 미주선학대학원 총장
미국은 민주주의라는 정치이념으로 인류역사에 새로운 국가를 탄생시켰다.

1789년 조지 워싱턴을 초대 대통령으로 시작하여 현재 44대 대통령, 버락 오바마까지 225년 동안 민주주의 국가를 계승해 오고 있다. 현재의 민주주의 국가가 정착되기까지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청교도들이 신대륙에 이주한 16세기 초부터 건국되기까지 150여 년 동안 노예제도가 지속되어왔다.

조지 워싱턴을 비롯한 건국초기의 대통령들은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평등세계 건설과 상반되는 노예제도를 마주하며 좁혀지지 않는 이상과 현실의 간격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민주주의 이념 즉 모든 인권이 평등하니 구성원 개개인들에게 동등한 자유와 기회가 보장되는 이상세계에 대한 이념을 실현코자 미국이라는 신생국이 이 지상에 건설되었지만 건국 후 거의 1세기 동안 '진정한 인권평등'이란 과업이 풀리지 않았고, 1861년 16대 대통령인 아브라함 링컨에게 그 과업이 주어졌다.

링컨 대통령의 공적을 논할 때 '현실을 이상에 가장 가깝게 실현시킨 사람'이라고 규정짓기도 한다. 1861년 대통령으로 당선된 링컨은 흑백의 불평등이란 현실, 즉 흑인들이 노예 신분으로 평등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차별적 현실을 직시했다. 그 당시 미국의 현실은 노예제도가 남부 농경체제엔 필수적이었고 노예제도의 필요를 철저히 옹호했다. 하지만 북부 공장, 산업체제에서는 그러한 필요가 없었기에 노예제도를 중심으로 북부와 남부가 현저하게 다른 입장을 가졌다. 그 당시 미국은 상충되는 이념과 제도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었고 분열의 위기를 겪고 있었다.

링컨 대통령은 남북의 나누어진 시대 안에서 살아가는 민중들을 알고 이해하면서 그 시대와 그 현실에 좌절하거나 안분하지 않았다. 그가 처한 미국이라는 현실 속에 모든 인권은 하나님의 창조 아래 동등하다, 그 평등함이 보장되는 국가 건설이라는 미 건국이념, 즉 이상을 실현코자 염원했다. 허나 이러한 염원으로 남북분열과 노예제도의 철폐를 막고자 하는 합법적인 노력을 시작해보지도 못한 채 무력적인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대통령 취임 한 달 후 시작된 남북 전쟁이 거의 3년 동안 치열하게 계속되었고, 남군과 북군의 사상자들이 늘어가게 됐다. 이러한 수많은 희생을 보면서, 링컨 대통령은 그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미국 국민에게 진정한 자유를 보장하는 정부, 국민의 정부, 국민에 의한 정부, 국민을 위한 정부를 이 지상에 건설하겠다는 명연설을 게티스버그라는 격전지에서 발표했다.

전쟁이라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민주주의라는 이상을 실현코자 하는 그의 노력은 역력했다. 4년이라는 세월 동안의 전쟁은 링컨 대통령의 2기 취임 한달 후에 종전되었고 전쟁 종식 5일후 링컨 대통령은 살해되었다. 북군으로 싸운 흑인들에게 선거권을 줘야 한다는 그의 제안 연설에 반발한 백인 청년에 의해 그의 육신은 살해됐지만 인권평등, 민주주의를 실현코자 하는 그의 정신은 오늘까지 영속하고 있는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인류의 행복과 불행이 종교와 정치의 활용여하에 달려있는지라 제생의세를 목적하는 우리의 책임이 어찌 중하지 아니하리요"하시며 종교로써 인류를 이상세계로 이끌고자 했다. 암흑한 일제치하에 나라를 잃고 헤매는 조선민중에게 아무리 현실이 어렵다 해도 밝고 원만하고 평등한 후천세계가 오고 있다는 드높은 이상으로 우리를 이끄셨다. 드높은 이상을 조선 땅에서부터 실현시켜, "조선이 갱조선하므로 인류사에 참 문명세계를 건설해 나가자"는 소태산 대종사의 크나큰 경륜을 실천해야 할 성스러운 소명을 되돌아본다.

미 건국 일세기 후 민주주의라는 건국의 이상을 현실에 실현시켜 재건국을 이뤄낸 링컨 대통령의 역할이 원불교 2세기를 맞이하는 우리들에게 주어진 사명이 아닐까 질문해본다. 원불교 2세기를 맞이하는 오늘, 교단은 물론 국가의 도처에 산적한 어려움으로 인하여 주춤하거나 좌절하여 원대한 이상과 포부가 묻혀지지는 않았는가?

전쟁이라는 어려운 현실을 이념과 이상이란 횃불로 이겨낸 링컨의 예지와 투지를 새겨보며 원불교 2세기 우리들의 사명을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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