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대현 교도
아내 생일에 만난 원불교

원망생활과 묵은 습관 고치고

감사생활과 마음공부로 거듭나

원기95년 3월, 우연한 기회에 은혜지역아동센터의 일로 원불교 충주교당을 처음 방문했다. 당시 이효원 교무와 정명선 부교무를 만나 은혜지역아동센터의 일을 이야기하고 헤어졌다. 헤어져 돌아오는 길에 '참 이상하다. 당신은 어떤 종교를 믿느냐, 원불교에 다녀보고 싶은 마음은 없는가?'등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법도 한데 하지 않았다. 다른 종교인들은 자신의 종교를 믿으라고 야단들인데 여기는 왜 그럴까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석존성탄일이 생일인 아내의 생일을 맞아 절에 가서 등을 달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문득 원불교가 생각이 났다. 그래서 아내에게 "우리 원불교 충주교당에 가서 등이나 달까?" 하고 물었다. 아내도 흔쾌히 승낙해 함께 충주교당을 방문하게 됐다. 교무는 우리가 등을 달고자 왔다고 하니 우리 가족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그때서야 "원불교를 아느냐?"고 물었다.

다음날 회사에 가서 직원인 김정상 씨에게 원불교 충주교당에 가서 등을 달고 왔다 말했다. 그는 나에게 잘했다며 자신도 원불교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진작에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못했다고 말이다. 그때 원불교인들은 참으로 입이 무겁다는 것을 느꼈다. 20년 가까이 같은 직장에 다니면서도 자신의 종교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안 하는 것을 보면 신기할 정도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원불교를 다니게 됐다. 몇 주 뒤에 교무는 법명을 주며 나에게 개벽단 단원으로 활동하라며 손목염주와 향도 주었다. 향 상자 속에 일상수행의 요법이라는 쪽지가 들어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읽어보아도 무슨 뜻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경남 고성교당에 여름휴가를 겸하여 단원들과 훈련을 가게 되었다. 고성교당 교무님 이하 교도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며 저녁밥도 맛있게 차려주었다. 식사 후 단원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원불교에 오기 전부터 내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상처를 털어놓게 되었다.

언젠가 1번 국도에서 신호 대기를 하던 중 신호가 바뀌고 나서도 좌회전 차량 때문에 앞차가 가지 않고 서 있었다. 뒤에 있던 나의 차량도 대기하며 신호만 보고 있는데 뒤에서 달려오던 봉고차가 나의 차량 옆에 있던 화단을 받고 바로 나의 차 백미러와 옆문을 파손시킨 사고가 있었다. 그런데 그 사고의 가해자가 나라는 오명을 입게 됐다. 여러 군데 알아보았지만 인사사고도 아니니 골치 아프게 하지 말고 그냥 수긍하라고들 했다. 어쩔 수 없이 수긍은 하였지만 그 생각만 하면 화가 나고 잠도 오지 않고 다른 경찰관을 보아도 그때 그 경찰관 모습이 생각나 한 대 쥐어박고 싶은 생각을 내게 했다. 모든 경찰관들이 다 그 경찰관과 같다고 생각하니 경찰에 대한 불신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였더니, 개벽단 단장이 마음을 비워버리라고 했다. 하지만 어떻게 비워야 할지 또 진짜 비우면 그 사람들이 용서가 되는지 의문스러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고성교당에 다녀온 후로는 괴로운 마음이 일어나도 금세 즐거운 마음으로 돌려지고, 사고로 인해 괴로운 마음이 일어나다가도 금세 즐거운 마음이 들어 사라지곤 했다. 그때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모든 것을 대하면 괴로운 마음이 덜 생기고, 괴로운 것만을 생각하면 거기에 사로잡혀 항상 제자리걸음을 하겠구나'하고 문득 일상수행의 요법이 떠올랐다.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라는 뜻이 이거였구나.

다시금 내 차에 피해를 입힌 사람이 나에게 어떤 좋은 일을 했는가를 생각해보았다. 그랬더니 나의 차량을 직접 들이받지 않고 화단을 받았기 때문에 크게 다치지 않았구나, 아! 그렇구나. 이렇듯 모든 것에 감사하게 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마음속에 쌓여 있던 괴로운 마음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됨을 알게 됐다.

그 앎이 있은 뒤로 교전을 읽는데 "부당한 일이거든 아무리 하고 싶어도 죽기로써 아니할 것이요"라는 법문이 눈에 들어왔다. 언젠가 아들 도재가 울면서 "아빠는 나와 오래도록 같이 살기가 싫은가봐"라는 금연편지를 써서 주며 차에 걸어놓고 읽어보라고 한 적이 있다. 그 편지를 읽고 나니 '이젠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반성이 들었다. 보통급 십계문만 지켜도 반 부처가 된다고 했는데, 담배 때문에 반 부처가 안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금연을 결심하고 한달치 담뱃값을 충주교당 은혜지역아동센터에 기부하기로 했다. 다시 담배를 피우면 원불교도 다니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금연을 시작했다. 피우고 싶을 때면 '이건 법문을 어기는 일이다'라고 스스로 채찍질하며 참고, 금단현상이 일어날 때면 담배를 피우지도 않는 우리 가족과 여러 사람에게 참기 힘든 고통과 질병을 주는 나쁜 습관임을 생각해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 그 약속은 지금까지 잘 지키고 있다.

나는 원불교를 만나 나의 마음속에 어쩌면 영원히 가지고 갈 수 있었던 원망과 습관을 고치고, 이제는 감사와 마음공부로 부처의 길을 걷게 됐다. 모든 것이 감사할 따름이다.

<충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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