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경 공부 24

훈련원 텃밭에 호박넝쿨이 여러 가지 채소들과 엉켜서 앞뜰 잔디밭을 점령하여 가득 채웠다. 자주 오가며 채소들을 따다가 먹는데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큰 호박이 눈에 들어왔다. 참으로 대견하기도 하고 깜짝 놀랐다.

그동안 매일 채소밭을 드나들었는데도 보이지않던 큼직한 호박들이 여기저기서 초가을 햇살을 맞으며 노랗게 익어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절로 풍성해졌다. 왜 어제까지 안보이던 것이 이제야 보일까.

밑에는 풀과 잔디로, 위에는 큼직큼직한 호박넝쿨과 큰 잎으로 덮어져서 들어내지 않고 그 속에서 무럭무럭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그때 보이는 것은 따다 먹었고 보이지 않는 것은 그대로 자연스럽게 숨겨져서 이렇게 누구나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흐뭇함을 선사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랐구나.

식물도 이와 같이 숨겨져 있는 것이 결실을 크게 얻는 법인데 하물며 사람이 하는 일이랴. 흔히 자신이 잘한 것은 드러내려 하고 못하는 것은 감추려 하고, 나아가 상대의 단점은 드러내고 장점은 덮으려고 하는 것이 범부중생의 본능이다.

옛말에 가시나무는 쳐내도 다시 길어 나고 지란(芝蘭)은 길러도 죽기 쉽다 했다. 악은 범하기 쉽고 선근은 기르기 어렵다는 뜻이다.

지금 시대는 내 허물을 고치고 바르게 길들이는 공부가 가장 급선무이다. 자신의 선행은 묻어두고 낮은 업습은 부지런히 고쳐 나아가야 한다. 타인에게는 '그릇된 일을 견문하여 자기의 그름은 깨칠지언정 그 그름을 드러내지 말고, 다른 사람의 잘된 일을 견문하여 세상에다 포양하며 잊어버리지 말아서' 은악양선(隱惡揚善)하는 것이 공부인의 자세다.

앞으로는 정치나 어떠한 단체라도 서로 상대를 비난하고 깍아서 내리는 것보다 서로 칭찬하고 양보하며 상부상조하면서 밀어주어야 발전을 볼 수 있는 상생의 시대가 오고 있다. 또한 당연히 그렇게 살아야 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기 때문에 나의 육근을 바르게 길들여 가고 무념행을 하는 것이 순리에 맞다.

수천년 동안 전국 명산대천을 다 차지하고 있는 부처님은 지금도 모든 이들의 숭배의 대상이며, 수많은 이들의 안식처가 되고 영원히 무언의 가르침을 주고 있다. 그것은 곧 무루의 공덕을 베풀어 주었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선행 하나만 행하여도 알아주지 않으면 서운해 하고 스스로 자랑하는 범부중생과는 달리 부처님은 만능을 겸비하고 만중생의 길을 다 열어주고도 마음 가운데 아무런 상(相)이 없다.

공부나 일이나 사업이나 남이 알아주거나 몰라주거나 항상 허공법계에 저축을 하고 무념의 공덕을 쌓는 사람이 세세생생 살아 가는 길에 가장 행복하고 당당하고 떳떳한 사람이 될 것이며 무루(無漏)의 혜복을 얻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

<우인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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