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이백 대중이 걸식을 하는 까닭

불교종단을 형성하는 것을 사부대중이라 하며 비구 비구니 우바세 우바리로써 비구는 남자 스님, 비구니는 여자 스님, 우바세는 남자 신도, 우바리는 여자 신도를 말한다.
이곳에 훌륭한 비구 천이백오십인과 함께 부처님께서 계시다. 물론 여기에서 비구란 대중을 비유한 상징적인 의미로 봐야한다.

'이시에' 이때에, '세존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부처님을 존숭해서 부르는 이름으로 10가지 명호 중에 하나다. 세존이 '식시에' 밥 때가 되어서의 뜻이다.

식시는 보통 사시(巳時)를 말하는데 9시 ~11시 사이가 된다. 2차 결집 때 10가지의 쟁점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사시가 넘어서 식사를 할 수 있다 없다는 쟁점이 있었고 이때 대중부 상좌부로 근본분열이 일어나게 된다. 그래서 사시에 식사를 하려면 진시(辰時)(7시~9시)에 걸식을 해 와야 식시인 사시에 밥을 먹게 된다.

'착의지발 입사위대성'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사위대성에 들어가다. 즉, 진시에 1,250명의 대중이 걸식을 하러 사위대성으로 입성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위성에 사는 사람들이 1,250명의 대중들에게 매일 밥을 주려고 준비한다는 것은 그만한 인구수와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걸식을 선택하신 이유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밥을 해먹으려하면 굉장히 복잡하다 삶이 간단하려면 걸식을 해서 밥을 해결하는 것이고 걸식의 의미는 비구는 가진 것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소유로써 오직 가진 것은 삼의일발(三衣一鉢)로 옷 세벌 바루 하나여만 한다. 그래서 세존 스스로도 걸식을 하신 것이다.

'차제걸이(次第乞已)' 차제는 우리말 차례와 같은 뜻으로 걸식을 할 때 집을 건너뛰지 않고 부자 집과 가난한 집을 구분하지 않고 차례대로 빌기를 마친다는 뜻이다.
불교에서 걸식하는 방식이 칠가식으로 일곱 집에서 빌기를 하면 양이 많든 적든 걸식을 마친다.

'환지본처 반식흘' 걸식을 끝내고 다시 기원정사로 돌아와 밥 먹기를 끝냈다는 뜻이다. 밥을 먹을 때는 가사장삼을 다 입고 묵언으로 4개의 바루에 걸식해 온 음식을 담아 먹고 그릇 행군 물까지 다 먹는다. 그 자체가 수행이고 종교의 의식이라고 볼 수 있다.

전에 육군 사관생도들이 밥을 먹을 때 정장을 갖춰 입고 먹어야하니 밥 먹을 때라도 자유를 달라고 강하게 건의를 하자 사관학교장이 생도들을 모아놓고 '우리는 전통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전통을 존중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 뒤로 더 이상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하듯이 바루 공양 정신만큼은 물질이 풍부한 이 시대에도 꼭 살려야 한다고 본다.

'수의발 세족이 부좌이좌' 바루는 싸서 원래장소에 놓고 가사장삼은 벗으시고 발을 씻으시기를 마치시고 자리에 앉으셨다. 여기에서 발을 씻는다는 의미는 단순히 위생상의 이유가 아니라 기독교의 세례(洗禮)와 같은 의미로 봐야 한다. 위생상의 문제라면 식사를 하기 전에 씻었어야 했다. 발을 씻는 의식을 통해서 몸과 마음을 청정하게 하고 법문을 내릴 준비를 하신 것이다.

2. 善現起請分
時에 長老須菩提 在大衆中하사 卽從座起하사 偏袒右肩하시며 右膝着地하시고 合掌恭敬하사 而白佛言하사대 希有世尊이시여 如來 善護念諸菩薩하시며 善付囑諸菩薩하시나니 世尊이시여 善男子善女人이 發阿耨多羅三緲三菩提心한 이는 應云何住며 云何降服其心하리이꼬 佛言하사대 善哉善哉라 須菩提야 如汝所說하야 如來 善護念諸菩薩하며 善付囑諸菩薩하나니 汝今諦聽하라 當爲汝說하리라 善男子善女人이 發阿耨多羅三緲三菩提心한 이는 應如是住하며 如是降伏其心이니라 唯然世尊이시여 願樂欲聞하나이다

소명태자가 금강경에 붙인 제2분의 제목은 선현기청분이다. 금강경의 모든 제목을 다섯 글자로 맞추었다.
따라서 여기에서 말하는 선현이라는 단어는 수보리를 의역하여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선현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떤 사람을 가까이 하고 사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에 변화가 일어난다. 예를 들면 술 잘 먹는 친구를 가까이 하면은 술을 잘 먹게 되고, 장사하는 사람들하고 가깝게 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상업에 대한 여러 가지 것들과 물이 든다.

근주자적근묵자흑(近朱者赤近墨者黑)의 원리와 같다. 이것이 인간사는 세상의 어떤 일반적인 모습이다. 선현이라는 말은 '착함을 나타낸다'는 뜻으로 착함을 나타내는 사람하고 가까이 하게 되면 결국은 나도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대산 종사님께서도 도토리나무 밑에서는 도토리만 줍게 되고 밤나무 밑에서는 밤을 줍는다고 말씀하셨듯이 같은 값이면 우리가 인연을 맺는데 있어서 선현들과 인연을 맺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기 때문에 교무님과 마음을 연하고 속 깊은 공부하는 분들과 인연을 맺고 공부하는 것이 선현의 참뜻이라 하겠다. 기청분은 일어나서 청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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