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경 공부 26

초겨울에 김장도 하고 겨울에 먹을 무를 심기 위해 우선 텃밭에 여름내 무성하게 자랐던 들깨랑 차조기도 뽑아내고 무 씨앗을 뿌리기 전에 계분(鷄糞)을 여러포 쏟아붓고 또 비료를 주고 무 씨앗을 뿌린 후 흙을 두둑히 덮어주었다.

군데군데 수확이 끝난 채소들을 뽑아내고 심었는데 어떤 곳은 며칠이 지난 후 바로 무 싹이 돋아났고 어떤 곳은 싹이 아예 나오지 않는 곳도 있다.

농사를 잘아는 분이 보더니 싹을 틔우지 못한 곳은 거름과 비료를 너무 많이 뿌려준 곳이라고 한다. 더 잘 되게 하려고 욕심껏 해준 것이 오히려 그 무 씨앗에게는 해가 된 셈이다.

우주 삼라만상이 끊임없이 변화해 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인연들과 어우러짐 속에서 자신의 심신작용을 따라 선업도 짓고 악업도 지으면서 진급도 하고 혹은 강급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세세생생 살아가면서 선연도 만나고 악연도 만나면서 은혜로움도 해로움도 다 스스로 짓고 받은 것이다. 그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육근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해(害)에서도 은(恩)을 장만 할 수도 있고 은에서도 해를 장만할 수도 있다.

은에서 해가 생성되고 해에서 은혜가 생성되는 원리 속에서 우리는 상생상극의 인연작복을 하면서 살기 때문에 어딘가에 틀에 묶여 버리면 자유자재함을 잃어버리게 된다. 왜냐하면 은과 해는 서로서로 조건이 되고 생성의 요인이 되기 때문에 가장 좋기로는 해로운 것도 은혜로운 것도 매이지 않는 것이 제일 좋다.

본래 사람의 마음은 선도 악도 없는 것이기 때문에 어딘가에 국집되면 그것이 오히려 해로움의 씨앗이 된다. 역경 난경 때문에 분발심을 내고 인내하여 좋은 결과가 얻어지고, 순경일 때 도리어 삿된 마음이 생기고 거만해지고 방심해져서 해로운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인간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길흉화복은 돌고 돈다는 뜻이다. 우주가 성주괴공과 사시순환으로 변화하고 인간의 흥망성쇠와 길흉화복은 비오고 개는 것과 같다 했다. 누구든지 마음이라고 하는 것이 좋은 일을 해도 끝없이 좋은 마음만 생기라는 법도 없고 바르지 못한 행을 했더라도 계속 그러한 마음만 내라는 법도 없으니 오직 시중(時中)을 잡아서 바르게 사는 것에만 힘을 쓰면 될 일이다.

찰나찰나가 영생이기 때문에 그때 그때 마음을 새롭게 가지면 되는 것이다.
선한 일을 했다고 해서 스스로를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또한 사심이 되는 것이다.

선악이 없는 그 자리를 늘 관조하고 대조하면서 선악에 초연한 심경을 길들이고 눈앞에 놓여있는 일과 인연들에게 불공하면서 시중(時中)에 맞게 판단하고 바르게 스스로를 길들여가는 것이 공부인의 자세가 될 것이다.

<우인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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