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래는 모든 보살을 격려하고 보호한다

'시에 장로 수보리' 시(時)는 밥을 다 드시고 발을 씻으시고 앉으셨던 그 때를 말한다. 장로 수보리에 장로長老라는 말의 산스크리트어 "ayusmat"의 아유스마트 의역으로 덕행이 높고 나이가 많은 출가 수행자를 통칭하는 말이다.
육조 혜능은 장로를 연고덕장(年古德長)이라고 하였다. 나이가 오래 되었고 덕이 많다는 뜻이다. 특히 기독교 장로교에서는 장로를 가장 많이 쓴다. 이 불교 칭호를 빌어 영어에서는 "Elder"에 해당되는 용어로 현재에도 쓰여 지고 있다.

수보리의 출가

장로 수보리는 부처님의 십대 제자의 한사람으로 수달장자의 동생 스마나의 아들이다. 그래서 수달장자하고는 삼촌과 조카 관계가 된다. 기원정사를 짓고 나서 첫 법회를 열었을 때 그 법회에 참석한 수보리가 부처님의 설법에 감화를 받아 출가 수행자가 된다.

수보리의 출가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석가의 카필라성은 그 규모로 보면 요즘 시골 마을에 불과한 나라의 왕자이다. 그에 비해 사비성은 지금의 서울쯤 되는 규모이고 브라만 계급의 자제이며 부유한 집안의 사람이다. 그에게는 무쟁(無諍)제일, 공양(供養)제일, 해공(解空)제일 색상(色像)제일 등의 칭호가 있다. 금강경은 부처님 제자 중에서 공(空)도리를 잘 알아듣는 수보리 이었기에 부처님과 주연을 맡고 서로 대화하는 내용이다.

지금 인도를 생각하면서 아쉬운 점은 주종교인 힌두교를 시작으로 자이나교 이슬람교가 대부분이고 불교는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평등을 주장하셨던 부처님의 법은 거의 없고 지금도 계급의 차별이 심하다. 결국 인도는 불교의 수출국에 불과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부처를 수많은 힌두의 신들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을 가진 수보리가 대중 가운데 계시다가 일어나서 바른 편 어깨 옷을 벗어 엇메며 바른 편 무릎을 땅에 붙이고 합장 공경하여 부처님께 질문을 한다.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무릎을 꿇는 것은 스승에 대한 공경과 예의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남방불교에서 스승에게 자기를 낮추고 질문하는 다섯 가지가 된다. 첫째 자리에서 일어나고, 둘째 오른쪽 어깨를 들어내고, 셋째 오른쪽 무릎을 꿇고, 넷째 두 손을 모아 합장하고, 다섯째 존경첨안(瞻眼)으로 존경하는 눈으로 스승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다.

희유하신 세존

합장공경하고 부처님에게 고백하여 말씀하기를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라고 하였다. 이 희유하다는 것을 세 가지로 요약해서 설명 할 수 있다.

첫째는 수도고행이 희유하다는 것이다. 왕궁가에 나가지고 사문유관하시고 설산수도고행 6년 하셨는데 이러한 것이 보통 사람들이 겪을 수 없는 과정을 하신 것이다. 부처님 대각하실 때의 모습은 피골이 상접했다고 한다. 대종사님도 이와 비슷하셨다. 밥을 드시다가 정에 들기도 하고 온 몸에는 부스럼이 나서 동네 사람들이 노루목을 지나면서 "어릴 때는 총명하고 정말로 기대되는 유망주였는데 지금은 폐인이 됐구나" 하면서 흉가라 하여 그 집을 멀리 돌아갔다고 한다. 이렇게 대종사님의 20여 년간의 수도고행도 정말 희유한 것이다.

두 번째로 희유한 것은 부처님의 모습은 32상 80종호 이다. 32가지의 좋은 모습이 있고 80가지의 좋은 곳이 있다고 하였으니 그 모습이 참으로 원만하다 하겠다.

일제 강점기 '하촌'이라고 하는 이리 경찰서장이 있었다. 한번은 경찰서장이 대종사의 손을 딱 잡고는 자기도 모르게 무아지경에서 손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아! 여기 이 좋은 손에 흉터가 있느냐"고 물으니 대종사님께서 "내가 어릴 때 풀을 베다가 낫에 벴다"고 하니 서장이 "이 손으로 풀을 베셨느냐"고 하며 그렇게 탐복을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세 번째 희유한 것은 마음의 능력이다. 부처님은 마음을 내고 싶으면 내고 들이고 싶으면 들이는 것을 자유자재하시는 분이다. 말씀 또한 대기설법으로 중생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그 상황에 맞춰 말씀해 주시는 능력이 있으셨다.

대종경에 나오는 공칠이 예화도 대종사님께서 명안(明眼)으로 보이셨기 때문이고, 부안 변산에서 법문을 하시다가 눈을 치우신 것도 현묘한 자리를 표현하기 위해서라고 하셨다.

그 다음엔 세존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부처님을 존칭 해드리는 10가지 명호 중에 하나로 보통은 여래(如來)라는 단어도 많이 쓰인다. 세존은 말 그대로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사람을 말한다.

'여래선호념제보살 선부촉제보살'은 부처님께서는 모든 대승 운동을 하는 보살들을 잘 보호해주시고 모든 보살들을 잘 격려해주고 계신다는 뜻이다.

여기에서 여래라는 표현은 항상 한결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뜻으로 도솔천에 계실 때 마음이나 왕궁가에 있을 때 마음이나 항상 같다는 뜻이다. 그런 마음으로 부처님께서는 부모가 무자력한 자녀를 기를 때처럼, 스승이 제자를 가르칠 때처럼 보호하고 격려해 주시는 것이다. 수보리는 그러한 부처님의 마음을 알아주는 제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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