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의 얼과 문화 담긴 음식문화 정립 필요

▲ 부산울산교구 봉공회는 매년 메주와 간장을 손수 담그며 우리 고유의 음식 맛을 지키고 있다.
▲ 다양한 비빔밥 재료.(고사리, 도라지, 콩나물, 호박, 시금치, 당근, 소고기볶음, 표고버섯, 계란프라이)

대종사 당대 음식 발굴
선진들의 검박한 음식문화
손맛 깃든 자연식 음식 환영

음식에 관한 조리법과 정보가 넘치는 시대. 청소년부터 노년층까지 전 세대에 걸쳐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음식은 우리의 영혼을 담고 있는 그릇인 몸을 잘 지키는데도 필요한 요소이기에 섭취에 주의를 요한다. 생명의 원천이 되는 음식을 단순히 영양적으로 맛으로 화려하게만 먹는 행위에서 벗어나야 한다. 신앙과 수행생활을 하는 종교인에 있어서 특히 음식을 대하는 자세와 의미를 남달리 가져야 한다.

〈예전〉 통례편 11장 식사하는 법에는 '식사를 시작할 때에는 잠깐 마음을 모아 이 음식이 천지자연의 혜택과 동포들의 많은 노력의 결과로 자기의 생명을 보호하여 줌을 감사하는 동시에 보은을 결심하면서 합장 또는 묵념한 후 착수할 것이요'라고 밝혀 놓았다.

4축2재 음식-떡국·비빔밥·국수

교단의 대표적인 기념일 4축2재 후 재가 출가교도들이 먹는 음식은 무엇일까? 새해의 계획을 세우는 신정절에는 대다수의 교당들이 떡국을, 가족들과 많은 대중들이 참여하는 대각개교절, 석존성탄절, 법인절, 대재에는 비빔밥을 먹는 경우가 많았다. 비빔밥은 제철 나물이 골고루 갖춰져 있고, 기호에 따라 양념을 가감해서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음식을 준비하는 교도들의 입장에서도 많은 인원의 식사를 준비하는 데 큰 부담이 없는 음식이다.

교당에 따라 국수를 먹는 경우도 있다. 대각개교절에는 '대각 국수'라는 이름으로 교도들과 지역민이 함께 먹으면서 교단을 알리는 음식이 되고 있다. 각 교구나 교당에서 주재하는 바자 때도 비빔밥과 국수는 단골메뉴로 나온다. 대각개교절에는 일원상 모양의 둥근 도넛을 나눠먹는 경우도 있다.

정례법회를 마치고 난 교도들의 식단은 밥과 국을 제외한 3~4가지의 반찬이 있는 한식을 뷔페식으로 애용하고 있다.

이들 음식을 준비하는 데도 차이가 있다. 교당에서 공양 책임을 맡은 교도들이 법회 시간에 직접 조리를 하거나, 각자 맡은 반찬을 집에서 미리 만들어오고 교당에서는 밥만 해먹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공양을 맡은 교도들이 요리를 함께 만들면서 친목도 나누고, 대중 공양비용을 절약한 금액을 교화, 교육, 자선 등의 사업에 고루 사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외에 법회시간에 교도들이 법회를 보지 않고 공양을 준비하는 것보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오는 것이 교화활동에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근에는 교당 조리환경과 식사준비에 대한 교도들의 부담 등으로 법회 후 식사풍경이 바뀌고 있다. 일반식당으로 전체교도들이 다 같이 밥을 먹으러 가거나 외부 뷔페식당의 음식을 불러서 교당에서 함께 먹는 경우다. 교도들이 외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난 뒤 다시 교당에 가는 경우가 적어질 수 있다는 점, 교도들이 먹지 않은 음식이 쉽게 버려지는 점, 외부에서 이뤄지는 식사비용을 아껴서 공익사업에 활용할 기회도 줄어든다는 점 등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강남교당은 올해부터 여성회와 은혜1단이 중심이 되어 4축2재의 공양을 맡았다. 음식에 조예가 깊은 이들이 재능기부를 하고 공양 준비의 남은 비용은 교당신축 기금에 보태고 있다. 이들이 정성으로 만든 음식을 교도들이 먹으며 법정을 나누고, 공양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하니, 공양 준비에 따른 피곤함도 사라진다는 감상을 전했다. 최근 교도들이 교당에서 대중을 위한 음식 만들기 등 봉사활동을 꺼리는 것은 점검해볼 일이다. 영성을 맑히고 보은하는 삶을 지향하는 종교인에게 봉사는 필수요소다.

각 교당마다 요리를 좋아하거나 재능 있는 교도들이 있다. 이들이 팀을 짜서 공양을 했을 때 이들의 이름으로 사업 성적을 올려주거나, 재료비를 제외한 공양비를 공익사업에 사용해도 좋을 것이다.

원불교 교도들은 무엇을 먹나?

이웃종교인들이 원불교 교도들은 무엇을 먹는지 물을 때가 있다. 〈정전〉계문에 '연고 없이 사육을 먹지 말며'가 있어 사실상 재가 출가교도들이 음식에 구애되거나 가려서 먹는 음식은 없다. 복날에는 삼계탕을 먹거나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사육을 먹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처한 형편에 따라 골고루 가리지 않고 먹는 것이 좋다는 입장과, 될 수 있으면 육류를 지양하고 반찬도 가짓수를 3~4가지로 간소하게 먹는 것이 알맞다는 의견도 많다.

정숙현 부산울산교구장은 "마산교당 부교무 시절 모셨던 고 이정은 교무님께서는 공양 때마다 여러 가지 반찬을 준비하려는 교도들에게 3채 1탕을 주문했다"며 "찌개나 국, 둘 중 하나와 반찬 3가지를 준비하는데 대신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1980년대 교학과 학생들이 교당을 찾아오면 학생들에게 닭고기 등 보양식을 해주기도 하셨다"고 덧붙였다.

익산 중앙총부 대중식당에서는 국과 밥을 제외한 반찬 3가지가 제공된다. 다양한 메뉴 중 대중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총부 밭에서 직접 기른 배추, 무를 사용한 시래기 국이다. 총부 내 기도와 초상 기간에는 육고기를 반찬으로 내지 않고 인공조미료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박영진 경남교구 봉공회장은 "팔타원 황정신행 종사님이 교당에 오셨을 때 전복죽을 포함한 생선 위주의 상차림을 차렸는데 당신께서는 이렇게 대접받는 것이 대종사께 죄송스럽다며 조금씩 맛만 보시고 숟가락을 놓으셨다"며 "지금 우리는 입에 맞으면 많이 먹곤 하는데, 선진들은 스승님을 생각해서 드시지 않으셨다"고 회상했다.

진북교당 박진각 교도(전 전주요리학원장)는 "서해에는 생선류가 많이 나오니 생선조림이 많이 발달하는 등 지역마다 재료에 따른 음식이 발달했다"며 "전국 각 교당에서도 그 지역의 재료를 사용한 향토음식을 만들기 바란다"고 전했다. 지역과 계절의 특징이 담긴 요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더 늦기 전에 교단초기 대종사와 선진들이 드셨던 음식을 조사해서 발굴하고, 그 음식에 부족한 영양소를 첨가한 음식을 개발해야 한다"며 "겉모양이 화려하기보다는 영양만 보충해서 교단 정신에 맞는 정갈한 음식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광대학교 김도공 교무는 "음식을 하나의 생명으로 대해야 한다. 하나의 생명이 또 하나의 생명을 섭취하면서 다른 생명체와 생태계를 위해 유익한 일을 해야 한다"며 "그렇게 된다면 과도하게 먹고, 버리는 일이 없어지고, 나누는 음식문화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음식을 먹는 것도 자신을 살피는 수행 과정의 하나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마음과 정성이 담긴, 손으로 빚어낸, 자연식에 가까운, 담백하고 속이 편안한 음식은 누구나 선호한다. 이런 음식을 교도들이 만들어 먹으며 법정을 나누고, 또 절약해 공익사업에 힘을 보태는 것은 보람된 일이다.

교단의 음식문화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단100주년을 맞아 교단의 음식문화 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교법 정신에 맞는 음식문화를 개발하고, 이를 교화방편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식을 위해 경제적 시간적으로 과도하게 투자하는 것은 맞지 않지만, 외부인이 교단을 방문했을 때 교단 이미지에 맞는 먹거리가 있어야 한다. 교단의 얼과 문화가 담긴 음식문화 발굴과 개발을 담당하는 기관이 생기길 바란다.

원불교 음식 문화는 시대적 상황이나 초기 간난했던 사정으로 풍부하지는 않다. 그러나 100년이라는 비교적 최근의 기간과 이해가 온전히 가능한 기록이라는 장점에서 보면 발췌나 그 정확도는 높다. 원불교100년을 맞아 교사와 예화 속 음식에 대한 기록을 통해 교단 초기의 근검절약 정신과 공사를 분명히 했던 선진들의 자세, 어려움 속에서도 이뤄낸 방언공사 정신을 되새겨봤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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