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어르신·다문화, 복합문화복지센터 염원
'머리로만 말고 몸으로 행동해야 남을 가르칠 수 있다'

제주 애월읍 소재 경로당 31곳의 어르신들이 참가하는 '행복한 실버학예회'가 11월28일 열린다. 애월 체육관에서 어르신들의 댄스와 노래, 그림과 공예 등 다양한 작품 전시 및 발표회가 펼쳐진다. 9월부터 준비에 본격적으로 돌입, 각 경로당별 강사섭외는 물론 발표회의 프로그램을 조율하는 제주원광재가노인복지센터 박서경(호적명 은희) 사무국장을 만났다.

어르신 800여명이 모이는지라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연중 행사 중 하나다. "1년 중 가장 큰 행사죠. 한해를 마무리하는 애월읍 어르신 잔치라서 거의 다 오신다고 봐야합니다. 아마도 15곳 정도가 문화발표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라 프로그램을 조율하고 강사를 섭외하는 등 분주해요."

83세 어르신이 학예회 나가기 전날 설레는 모습에서 더욱 보람을 느낀다는 그. "학예회 전 의상을 미리 입어보면서 가슴 떨리는 느낌을 갖게 됐다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그분들 중에는 집에만 계시던 분들이 많았죠. 경로당으로 나오게 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있었죠. 경로당을 이용한 후 활발하게 발표회 준비도 하고 젊었을 때 이야기를 자신감 있게 하는 어르신을 뵌 적도 있죠. 그러한 사례들이 이 일을 하는 보람이기도 합니다."

오빠의 투병생활을 경험하며 2001년 복지사업에 발을 들여 놓은 박 사무국장. "연중무휴로 지치는 줄 모르고 일했죠. 과거에는 퇴근이 거의 밤 10시 넘기는 것이 다반사였죠. 양지혜 교무님이 센터장으로 오시고 부터는 6시에 퇴근하려고 노력합니다만 여전히 좀 늦는 일이 많아요."

제주원광요양원에서 업무를 하다가 2010년부터 하귀 소재 원광재가노인복지센터에서 사무국장 업무를 수행 중이다. 하귀는 농어촌이다. 그렇기 때문에 순수한 어르신이 많다고 느끼는 그다.

"이곳 어르신들은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일을 합니다. 어느정도 아파도 다른 사람 도움 안 받고 자연 치료에 맡기는 경향이 있죠. 그만큼 문화적으로 소외됐다고 느낍니다.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정말 없는 편이에요. 있다면 경로당에서 노래하고 춤을 하는 정도죠."

주간보호 22명을 포함해 센터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숫자는 년 평균 700여 명이다. 소속 직원은 주간보호와 방문요양 및 노인사회 활동 지원사업을 포함해 31명. 제주시에 비해 열악한 환경이라 찾아가는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정말 재미있고 행복하게 일하는 편이지만, 가끔은 짜증이 올라오는 것을 봅니다. 고집스런 어르신을 만날 때죠. 그러면 '저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이구나. 나는 우아하게 늙어가야지'하면서 마음을 돌려요. 또 100세 되신 어르신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합니다. 그 모습에 많은 보람을 느껴요." 요양원에 근무할 때는 어르신들이 박 사무국장을 몰라봤지만 센터에 근무하고부터는 동네 어르신들은 물론 사람들이 모두 손을 흔들어주고 인사를 한다. "제가 길을 갈 때면 원광센터 직원 간다고 반가이 인사를 해 줍니다." 이러한 원인은 서비스가 닿지 않는 곳까지 세세하게 직원들이 방문해 케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모범생활을 해야 하는 약간의 불편함(?)도 감수해야한다고.

그는 이루고 싶은 꿈이 많다. "어르신이 많아지면서 노인복지에 치중하는 면은 많고 청소년과 중간층에 대한 복지지원은 열악해 지는 것 같아요. 특히나 읍단위에서는 포괄적인 프로그램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미래발전적인 방향을 생각할 때 '복합문화복지센터'를 운영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센터가 중심이 되어 아동, 청소년, 어르신, 다문화까지 아우르는 소규모 다기능으로 전 영역을 포괄해서 운영해야 지역도 살아나게 됩니다." 이러한 꿈을 실현하기 위해 하나 하나 프로그램을 개척하며 길을 열어 가겠다는 것이다.

그가 이토록 지역사회 복지에 열의를 갖게 된 것은 제주원광요양원 강혜선 원장의 지지와 격려가 컸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았어요. 머물러 있기 보다는 최선을 다하게 하고, 그것을 직접 실행으로 보여주셨거든요. 원장님은 늘 '머리로만 알지 말고 몸으로 직접 행동으로 해야 남을 가르칠 수 있다'고 강조하셨어요. 아마도 그 말씀이 제 뇌리에 깊이 남겨진 것 같습니다."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에 센터에서 열리는 법회. "직원들과 어르신을 합하면 평균 30명은 됩니다. 월초에는 40여명이구요. 양 교무님이 아주 열심히 하고 계세요. 원불교에 대한 인식이 천차만별인 저희들을 대상으로 설교를 할 때면 얼마나 힘이 드실까 생각하죠. 비록 입교는 하지 않은 분들이지만, 양 교무님은 이분들에게 교법을 응용해 좋은 말씀을 전하며 아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답니다."

늘 어르신 입장에서 일을 진행하고 평가하는 그가 있기에 원광재가노인복지센터는 이미 토탈 복지로 간접 교화를 한없이 실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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