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과 예술, 지역을 생각하는 특별한 게스트하우스

▲ 매주 토요일 삼삼오오 앞마당에서 열리는 꽁냥마켓은 입소문을 타고 점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한다.
▲ 귀촌 예술인이 만든 삼삼오오 꽁냥마켓 리플렛. 삼삼오오의 많은 일들이 재능기부로 이뤄진다.
▲ 예술인들의 공간과 함께 꾸려지는 산호여인숙.

원주민과 이주민, 농민과 예술가가 만나는 공간
젊은이들의 참신한 기획과 땀방울로 옛 건물 복원

흔히 게스트하우스라고 하면, 주머니 가벼운 젊은 여행자들에게 도미토리나 작은 방을 제공하는 숙박업소가 떠오른다.

유럽이나 일본 등 물가가 상대적으로 비쌌던 해외여행지에서 경험했던 게스트하우스. 그러나 낯선 사람과 한 방을 쓰는 어색함, 통금, 소등 등 제한된 자유, 무엇보다도 찜질방이라는 대안으로 인해 국내 게스트하우스는 제주나 경주 같은 관광지에 한정되어 있었다.

이런 게스트하우스가 확산된 것은 올해 9년째를 맞는 한국철도공사의 철도패스 '내일로(Rail路)'가 20대 젊은이들의 필수가 되면서였다. 주로 기차역 인근 옛 집을 개조해 만든 게스트하우스는 저렴한 가격과 함께 최신 여행 정보가 속속 오가는 여행자들의 사랑방이 되고 있다. 이어, 여행 특유의 열린 에너지가 모이는 공간에 대한 고민과 창의적인 도전이 '튀는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내고 있다.

씨앗(C-ART)문화예술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삼례문화예술촌의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는 지역공동체와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대안적 문화예술공동체로 관심이 높은 곳이다. 삼례와 완주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과 청년, 일을 연계하는 포털 플랫폼을 지향하는데, 특히 문화귀촌을 하는 젊은 세대들의 발판이 되고 있다.


삼삼오오 대표 김주영 씨는 '함께 일하는 재단'에서 근무하며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져오던 차에 2014년 삼례로 귀촌했다. 일제 강점기의 수탈곡식창고와 동학농민혁명 삼례봉기 등 역사적 흔적을 간직한 삼례에 처음 왔을 때, 그의 첫인상은 "도심도 아니지만 가까이 대학이 있어 완전 시골도 아닌 애매한 느낌이었다"고 한다.

"귀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반면, 완충지역이 부족하다는 현장의 갈증을 많이 들어왔다. 그러다 게스트하우스 운영을 요청받았을 때, 귀촌희망자들의 비빌 언덕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세 채의 옛 집을 개조해 만든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는 2~4인실 6개로 인원수가 아닌 방 당 3만원부터의 요금을 받는다. 지역 사회에 깊이 들어와 있기에 식사나 바비큐 대신 주민이 운영하는 주변 맛집을 추천해준다. '손님과 스탭은 평등하다'고 아예 못박는 삼삼오오, 누가 올까 싶지만 그 너른 마당에 들어서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삼삼오오 한 켠의 문화공간 '디아스포라'는 누구라도 미술, 목공, 음악, 요리 등 가르치고 배우는 '모여라 ○○○'이 운영된다. 조심스러우면서도 편안하게 어울리는 커뮤니티의 시작이었다.

귀촌인들이 제대로 묶인 것은 '꽁냥마켓'이다. 삼삼오오를 오가던 이들이 "우리가 판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고, 올 3월부터 매주 토요일 '맹꽁이공방 고양이식당(줄여서 꽁냥마켓)'을 열고 있는 것이다.

"귀촌인들이 로컬푸드로 만든 건강한 먹거리나 수공예품 등을 팔면서 아이들에게 나무장난감 만들기 체험도 시키고, 그림도 가르쳐준다. 전주나 전북에서 오는 분들이 '너무 장삿속이 없어 이윤이 안 남겠다'는 얘기도 하지만, 사실 애초에 장터를 빙자해 정기적으로 만나자는 게 목적이었다."

커뮤니티가 강해지자 삼삼오오는 게스트하우스 그 이상이 되었다. 부부만 사는 삼삼오오의 점심상은 수저 열벌이 예사, 원주민들이 귀촌인들과, 예술가들이 여행가들과 자유롭게 어울리게 된 것이다. 다만 현장을 많이 겪어본 김 대표는 "일방적으로 뭔가를 만들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고집한다. 우리네 옛 삶이 그랬듯, 마을이나 공동체는 자연스레 힘들이 모여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감동적인 사례도 낳았다. 삼삼오오를 자주 오가는 길고양이 '오이'가 교통사고로 생명이 위태롭자, 너도나도 SNS 등으로 사연을 퍼날라 308만원을 모아 수술을 받게한 것이다.

"게스트하우스라는 공간이 있었으니 먼 곳에서도 찾아오고,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실현된다. 작년에는 청년귀촌캠프를 2차례 열었고, 가을에도 군청과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장기적으로 삼삼오오에 살면서 정착을 돕는 프로그램도 할 계획이다."

삼례 삼삼오오 게스트하우스가 '젊은 귀촌희망자들의 비빌 언덕'이라면, 예술인들을 위한 작업·전시 공간이 함께 하는 게스트하우스도 있다.

예술로 뜨는 동네 대전 대흥동 문화의 거리에 위치한 '산호여인숙'은 1977년부터 90년까지 진짜 여인숙이던 곳을 2011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다. 11년 동안 버려진 2층짜리 건물에, 젊은 예술가들은 2층 숙소, 1층 공방 및 전시공간으로 새 숨결을 불어넣었다.

대전의 유일한 게스트하우스이기도 한 이 곳은 옛 건물 정취와 생동하는 예술이 색다른 에너지로 합쳐진 곳이다. 인근 젊은 예술인들이 머물기도, 스쳐가기도 하며 늘 재미있는 작당모의를 도모하는 산호여인숙에서는 제기나 뽁뽁이공으로 펼치는 '산호가을대운동해', 책이나 CD, 성냥, 비누 등 '산호점빵'도 열리고, 산호베란다영화관, 저자와의 책읽기, 산호농부 등 창의적이고 발랄한 아이디어로 늘 활기가 넘친다.

하룻밤 숙박비가 2만원 안팎이지만, '저렴한 숙소'만을 찾는 사람에게는 추천하지 않는다. 상가들 복판이라 늦게까지 음악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오래된 건물 특성상 겨울에 춥기 때문이다. 그러나 낡은 집에 손을 더해 만든 곳이라 겨울에 춥다는 단점을, 산호여인숙은 오히려 이벤트로 승화시키기도 했다.

팔목을 들어올려 내복을 증명하면 1천원을 할인해 주는 '산호내복할인' 집을 고쳐 숙박비를 올리기 보다는, 에너지를 아끼며 어려움 가운데 즐기자는 산호의 기발한 아이디어다.

지역의 청년들이 게스트하우스로 지역 사회와 경제를 살려내고 있는 곳도 있다.

작년 6월 문을 연 춘천의 봄엔게스트하우스는 춘천여행을 떠나는 젊은 여행자에게 인기만점이다. 셀카봉 무료 대여, 플리마켓, 1백원 추억뱃지, 막걸리파티 등 왁자지껄 신나는 게스트하우스를 원하는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춘천시내 제휴상점에서 사용하는 3천원 쿠폰을 지급,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이러한 게스트하우스들이 더욱 특별한 것은, 참신한 기획과 실현, 도전과 노력이 대부분 20~30대 젊은이들에게서 나왔다는 것이다. 귀촌과 예술, 지역을 생각하고 고민하는 젊은 아이디어와 땀방울의 집약체인 대안적 게스트하우스. 여행하기 좋은 계절 가을, 이번에는 흔한 여관이나 펜션보다는 이런 기특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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