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공은 이 세상 최고의 희망 꽃이다"

그는 손끝 매운 가정주부다. 일 끝이 보이지 않는 8남매의 장녀이기도 하고, 엄두도 내지 못할 큰 교당살림을 책임지는 봉공회장도 올해로 6년째다. 교구에서는 살림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봉공회부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이야기할머니 자원봉사자다. 유치원 아이들은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를 일주일에 세 번씩 손꼽아 기다린다. 그의 손을 보면, 그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투박하지만 정갈하고 야무진 손을 가진 그, 광주교당 자타원 류순명(慈陀圓 柳順明)교도다.

그는 〈정산종사 법어〉 무본편 33장으로 말문을 연다. "무심코 지나치던 법문인데 자꾸 외우면 외울수록 마음에 남는 법문입니다. 법문 말씀 그대로, 불보살은 함 없음에 근원하여 함 있음을 이루게 되고, 상없는 자리에서 오롯한 상을 얻게 되며, 나를 잊은 자리에서 참된 나를 나타내고, 공을 위하는 데서 도리어 자기를 이루는 것입니다." 봉공회 활동을 하면서 그는 '공을 위하는 데서 도리어 자기를 이루는 것'을 온 몸과 마음으로 체득하고 있다.

광주교당 봉공회는 정기적인 활동만 소개하기도 벅차다. 2월, 설날 보은감사를 통해 지역 어르신들에게 작은 정성을 담아 선물을 드린다. 4월, 교당 인근 이웃들에게 대각개교절 떡을 나누고, 동구에 자리잡고 있는 기관에도 떡 케이크를 보낸다. 미래의 희망이자 세상을 책임질 청소년들에게 장학금도 전달한다. 6월과 8월, 두 차례의 울외작업을 하고, 9월 보은대바자회와 추석 때 보은감사 행사를 진행한다. 11월에는 사랑의 김치나눔 행사를 한다. 교도들의 애경사 챙기기와 교당 청년회, 학생회, 어린이 훈련도 빼놓지 않고 지원한다.

"크고 작은 일이 많지요. 특히 봉공물품은 힘들어도 직접 우리가 만들어 판매합니다. 물품 원가를 절약하고, 천연양념으로 믿을 수 있는 식품을 맛있게 만들어, 가격은 저렴하게 판매하려고 노력하지요. 무엇보다 맛을 보장하려고 혼심을 다해 만들고 있습니다." 그는 봉공물품을 철저히 주문 받아 판매한다. 만들어 두고 팔면 맛이 떨어지고 재고가 남기 때문이다. 그의 철칙이다.

손 쉴 틈 없는 봉공회 일을 하면서 어렵고 힘든 일이 왜 없을까, 그의 마음을 헤아리는 질문을 해보지만, 그는 봉공일을 하면서 느낀 '보람'을 이야기한다. "교당 건물 옆 자투리 땅의 바닥을 고르고 지붕을 만들어 봉공회 작업실을 만들었어요. 이젠 날씨 걱정하지 않고 작업할 수 있고, 서늘한 곳에서 울외장아찌를 숙성할 수 있어요." 말끝에 큰 웃음을 보이는 그가 가장 큰 보람을 느꼈을 때가, 봉공작업을 더 잘하기 위해 작업실을 만들었을 때란다.

일 무서워하지 않고, 큰살림 척척 해내는 그이지만, 그의 '아끼는 재주'는 교도들 사이에서 이미 정평이 나있다. 그는 봉공회 물품을 판매할 때, 그 흔한 비닐봉지 하나도 함부로 쓰지 않는다. "내 개인적인 물품이 아니라 원불교 공가 살림이라 더 아끼고 있습니다. 교도들이 교당에 올 때 집에서 모아놓은 비닐봉지나 쇼핑백을 차곡차곡 잘 접어서 가져다줍니다. 그것들을 판매물품 크기에 따라 잘 사용하지요." 흔하디 흔한 비닐봉지 하나도 허투루 버리는 법이 없는 그. 하찮게 여기지는 물건도 그의 손에 닿으면 요긴하게 쓰여짐을 아는 까닭에, 교도들도 기꺼이 정성을 보태준다.

"'이용할 줄을 알면 천하에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는 법문을 마음에 담고 있습니다. 교도님들이 합력해준 정성으로, 봉공회의 잡비가 절약되니 봉공회 살림 늘어나는 재미 또한 그렇게 오질 수가 없습니다." 알뜰살뜰한 그를 두고 사람들은 '꼬꼽쟁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그렇게 알뜰살뜰 아낀 봉공회비가 목돈이 되고, 이렇게 모아진 봉공회 자산은, 지난해 교당 리모델링 때 종잣돈으로 쓰여졌다. 회의를 통해 대중의 뜻에 따라 7000만원을 희사한 것이다. 교당불사에 가치 있게 쓰여진 봉공회비로, 새롭게 단장된 대법당에 청정한 기운이 가득차고, 신심 깊은 교도들이 두 손 모아 합장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로 행복하다는 그다.

"봉공회 일을 하면서 큰 공부를 많이 합니다. 내가 좀 어렵고 힘들더라도 나의 작은 정성이 누군가에게 희망이 된다고 생각하면, 봉사는 남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하는 것임을 깨닫곤 하지요. 그리고 봉공회의 모든 일은 함께 해주는 도반들이 있어 가능합니다. 그저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지요."

무기심(無欺心), 무기인(無欺人), 무기천(無欺天). 자기 양심을 속이지 않고, 다른 사람을 속이지 않고, 진리를 속이지 않는 것이 신앙인의 모습이라 여기는 그. 진리와 하나 되어 살아가는 진인(眞人)이 따로 있을까. 어느 꽃보다 아름다운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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