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촉진법 제정 시급

▲ 4일 진행된 서울시 생활 쓰레기 성상조사 체험행사. 엄청난 양의 쓰레기들이 체험단의 성상조사를 기다리고 있다.
▲ 서울시가 운영중인 재활용정거장에 많은 양의 쓰레기들이 쌓여 있다.
▲ 이상현 / 녹색미래 사무처장
우리나라 생활쓰레기 배출량은 4만8천7백84톤/일. 이 가운데 59.1%가 재활용되고 있으며, 15.6%가 매립, 25.3%가 소각되고 있다.

올해로 쓰레기종량제 시행(1995년) 2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1인당 생활쓰레기 배출량은 종량제 시행전인 1994년 1.33kg/1일에 비해 0.94kg/1일로 29.3%나 줄였고, 재활용률은 15.4%에서 59.1%로 43.7%나 끌어올렸다.(환경부, 2013년 기준)

이토록 시민들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쓰레기봉투를 돈을 주고 사서 배출해야만 처리하는 쓰레기종량제 시행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반면 최근 들어 쓰레기의 재활용률이 정체를 맞고 있다. 더이상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어려운 일일까? 실제 종량제봉투를 열어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봉투속에는 재활용분리배출이 가능한 물품이 상당수 들어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종량제봉투에 포함되어 매립 및 소각되고 있는 재활용가능 물품이 70%를 차지하고 있다. 분리배출만 제대로 하더라도 막대한 양의 쓰레기 배출을 줄일 수 있다.

왜 재활용률을 높여야 하냐고 물으면 더이상 매립이나 소각에 의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답할 수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사용되는 대다수 매립지는 향후 10년 이내에 포화상태를 맞이하게 된다. 신규 매립장을 조성하기도 어렵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가 인천시와 수도권매립지에 매립을 2017년까지 전면 중단하겠다고 합의한 것도 주민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소각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소각장의 사용기한은 보통 20∼30년 정도 보는데, 90년대 초부터 소각장 건설이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조만간 사용을 하지 못할 단계에 직면하고 있다. 소각장의 경우도 다이옥신 등 발암물질의 발생 등으로 주민들의 혐오기피시설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의 폐기물 정책이 전면 재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쓰레기와 관련된 정책은 1986년 제정된 폐기물관리법을 주요 모법으로 하고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대량으로 생산해 대량으로 소비하는 시대라 매립이나 소각 등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관리 위주의 정책을 시행하는데 급급했다. 그사이 EU, 일본 등이 자원순환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법제정 및 정책도입을 마련하면서 우리나라도 자원순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쓰레기를 과다하게 배출하게 만드는 사회적 시스템, 그리고 재활용될 수 있음에도 종량제봉투에 포함되어 매립장이나 소각장으로 향하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쓰레기중 자원으로 활용가능한 것은 최대한 활용하고, 이러한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자원순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그리고 자원순환촉진법을 만들어 통합적이며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자원순환사회를 위한 법 제정운동은 환경부 등 정부도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다. 박근혜정부도 대선공약으로 자원순환사회전환촉진법(가칭)을 제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재활용 관련 업체의 이해가 엇갈리고, 정부 부처내에서도 합의가 쉽게 도출되지 않아 수년째 국회에서 방치되고 있다. 현재 2013년부터 의원 발의로 4건, 환경부 정부입법 1건 등 총 5건의 법안이 국회 상임위에 제출되어 계류중인 상태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이번 회기중에 법을 제정하지 않을 경우, 자원순환사회 촉진에 대한 사회적 염원은 백지화될 공산이 크다.

여야가 모두 자원순환법 제정에 의지를 불태우고 있으나, 세부내용에서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는 세가지 정도의 쟁점이 있다. 첫째 기본법으로 제정할 것인지, 개별법으로 제정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자원순환과 관련된 개별법으로는 자원의절약과재활용에관한법률 등 10여 개나 존재하며,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으므로 상위법인 기본법으로 제정해 자원순환사회의 철학이나 이념 등을 총괄적으로 담아야 한다는 게 기본법 제정의 취지이다. 반면 환경부 등 개별법을 주장하는 이들은 기본법은 관련 6∼7개 부처를 아우르는 법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해당사자의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 않아 기본법 제정만을 고집할 경우 결국 19대 국회에서는 제정이 물건너갈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5개 법안의 차이가 크지 않아 기본법이나 개별법 등 빠른 시일내에 단일화해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둘째 폐기물관리법에서 정한 폐기물과 자원순환의 범위 및 경계를 어떻게 정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인가 하는 문제이다. 과거 재활용율이 낮고 폐기물로 처리하는 비율이 높았던 반면 최근 재활용율이 높은 상황에서는 폐기물로 정하는 것을 대폭 축소하고 순환자원의 범위를 최대한 넓혀야 한다는 게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에는 관련 업계의 경제적 이해득실이 밑바탕에 깔려 있어 심사숙고가 필요한 부분이다.

예를 들어 폐유를 폐기물로 분류해 처리하려면 처리비용이 들어가지만 순환되는 자원으로 분류한다면 재이용을 하면 된다. 또한 혼합된 폐기물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도 문제이다. 유해화학물질을 담았던 병을 자원순환으로 분류해 재이용한다면 과연 시민의 안전과 무관할까 하는 의문이다.

따라서 획일적으로 범위 등을 정하기 보다는 각각의 특성을 고려한 세심한 분류가 필요하다.

셋째 매립세 및 소각세 등 부담금의 도입이다. 독일이나 일본 등 자원순환촉진법을 제정한 나라에서는 매립 등의 비용이 비싸 매립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국의 폐기물을 저렴한 비용으로 외국에 처리를 떠넘기고 있다.

이러한 대표적 사례가 우리나라의 일본 석탄재 수입이다. 국내 대형시멘트회사들이 정부가 석탄재를 재활용하여 부족한 석탄 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길을 열어주었더니, 국내 석탄재는 매립하고, 일본 석탄재를 돈받고 수입해 일부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국내에 매립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산지가 폐기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매립·소각세 도입은 시민들에게 또다른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는 측면에서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하지만 자원순환사회라는 거시적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보인다.

독일, 프랑스 등 EU와 일본, 호주, 미국 등 선진국들은 90년대부터 생활쓰레기 전면 줄이겠다고 선포하고, 재활용 확대 및 매립 최소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EU의 경우, 2030년까지 생활쓰레기 재활용률을 70%까지 올리고, 자원효율성도 2014년 대비 30% 이상 향상시킨다는 계획을 최근 내놨다.

우리나라는 천연자원의 부족으로 수입의존도가 높아 앞으로 자원수입율을 줄이는 방향 모색이 필요하다.

또한 자원생산성을 효율화해야 하며, 자원을 사용하는 데 있어 순환자원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생활쓰레기 직매립을 최소화하고 소각장 건설을 줄일 수 있는 체계적인 정책수립 및 대안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국회의 합리적 해법찾기가 필요해 보인다.

<녹색미래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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