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 김성규 교도 /분당교당
10월24일~11월15일 인구주택총조사(종교인구조사 포함)가 실시된다. 이번 총조사는 각급 정부기관에서 파악하고 있는 행정자료(80%)와 표본 현장조사(20%)를 병행하는 전수조사(등록센서스)방식으로 진행하며, 이 결과치들은 바로 주요 국가정책입안 및 학술연구, 평가 등의 국가기본통계자료로 활용된다.

한마디로, 이번 총조사 자료는 종교별 인구분포나 교세(敎勢) 등 많은 개별 특성까지를 일목요연하게 집대성하여 보여줄 것인 바, 특히 각 종교별 호감도와 국민정서의 반향, 그리고 각 종교의 위상이나 교화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주목을 끈다.

그런데, 이번 총조사를 바라보는 우리의 심사는 그렇게 편치가 않다. 이번 총조사를 통해 읽게 될 교단의 모습에 대해 기대보다는 먼저 조심스런 우려가 앞서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간 우리 교단은 '세상을 바꾼다'는 원대한 이상과 포부를 자랑해 왔다. 그리고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내 4대종교에 당당하게 진입했고, 나아가 세계 인류의 정신문명을 주도해나갈 새로운 주세교단임을 자부하며 우리의 위상과 포부를 즐겨 내세워왔다. 그렇건만, 이제 우리의 실제 모습이 그대로 투영될 이번의 종교인구 조사를 앞두고 왠지 그 어떤 자책과 무거운 자괴 같은 것이 우리의 어깨를 짓눌러오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1989년 정부에서 발간한 '한국의 종교'의 자료를 보면 우리는 더욱 할 말을 잃는다.
당시 우리 교단의 교세를 보면, 교당 436개소, 교직자수 12,333명, 교도수 1,112,343명으로 아주 당당한 모습이었다. (천도교 : 교당 291개소, 교직자수 4,907명, 신도수 1,079,944명)

당시의 자료는 각 교단에서 임의로 제출한 것이긴 했지만, 4반세기가 지난 지금, 둔화와 정체를 거듭하고 있는 우리 교단의 실체와 실상을 보면 과연 어떻다 설명을 해야 할지 실로 할 말을 잃는다.
한 원로(元老)교도는 이번 총조사를 앞두고 무거운 심사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번 총조사를 기해 보다 냉철하게 우리의 실체를 돌아보고 심기일전, 새로운 발분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당장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꿰뚫어보고 행동에 나서자고 역설한다. 이제는 근거 없는 자만이나 허장성세를 버리고 실사구시의 사실적 실천과 행동으로 당면한 명제에 대답해야 한다고 말한다.

'거두절미하고, 총부는 물론 전 교도가 빠짐없이 원불교 교패(敎牌)부터 부착하고, 모든 (숨은)인연들까지 이번 총조사에 참여하여 우리의 '모습'을 유감없이 투영해 내도록 모든 방편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고 '남을 가르치기 전에 스스로를 먼저 가르치고 실천해야 한다'며 이번에야말로 우리의 '단합과 실천'의 힘을 보이자고 힘주어 말한다.

이제, 말로만 이소성대(以小成大)와 사무여한의 신념을 말해서는 안 된다.
지금 당장 해야 할 눈앞의 일부터 해나가는 게 바로 우리들이 해야 할 자조(自助)의 덕목(德目)이라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시대를 앞서가기는커녕 뒤따라가면서 어떻게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냐'는 혹독한 질타 속에서도 '우리부터 개벽을 해야 한다'는 뼈아픈 각성과 함께 새로운 자기혁신의 전열(戰列)을 가다듬어왔다. 이제 우리는 우리들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불안을 떨쳐버리기 위해 분연히 일어나야 한다. 그리하여, 스스로 막아버린 미래에의 벽을 뚫어나가야 한다.

착수가 곧 성공이라 했다. 눈을 바로 뜨고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착수해나가자. 행동하지 않으면서 무엇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모두를 어렵게 만들 뿐이다.

우리에게 늦은 시간이란 없다. 바로 지금이 나설 때다. 미약하지만 나 하나부터 작은 촛불을 밝혀 대 광명천지를 이룬다는 생각으로,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미루지 말고 앞장서 실천하자.

먼저 교패부터 달고 우리의 자존감을 세우자. 이 일이 바로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씨앗을 심는 일이라고 생각하자. 바로 눈앞의 '종교인구조사'에서부터 말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