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마다 단장되는 십인일단 교화 살려내야

▲ 안양교당 태1단 단원들이 4정진운동으로 각자 공부한 사례를 회화하면서 법정을 돈독히 하고 있다.
▲ 원기97년 경남교구 단장훈련에 참석한 교도들이 불전도구인 목탁치는 법을 실습하고 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원기2년 믿고 따르는 40여 명의 제자들 가운데 특히 진실하고 신심 굳은 아홉 사람을 고른 뒤 단장(소태산)을 가하여 십인일단(十人一團)의 단을 조직했다. 이에 소태산 대종사는 "이 법은 오직 한 스승의 가르침으로 모든 사람을 고루 훈련할 빠른 방법이니, 몇 억만의 많은 수라도 가히 지도할 수 있으나 그 공력은 항상 아홉 사람에게만 들이면 되는 간이한 조직이다"고 조단의 뜻을 밝혔다.

교화단의 시원은 이로부터 비롯됐다. 소태산 대종사는 이 단으로 단원들의 공부와 사업을 훈련하여 시방 세계를 두루 교화할 회상을 꿈꿨으니, 원불교 2세기 교화의 희망을 다시 교화단에서 찾고자 하는 교화 현장의 움직임이 반갑다. 그 실천 사례를 소개하며 소태산 대종사가 주창한 (교화)단의 의미와 시대적 과제를 짚어본다.

안양교당 태1단 교화단 활동 엿보기

교화단 중심 교화체제를 정착해 가고 있는 안양교당은 최연소 단장을 둔 태1단의 활약이 돋보인다. 김세연 단장(정토·이상천 교무)을 비롯 평균 연령 80세인 어르신 3명과 동갑내기 4명, 신입교도 1명으로 구성된 태1단은 매일 아침 법문으로 인사를 나눈다. 김 단장이 아침 7시 반 출근길에 단체 채팅방에 법문을 올리면 그때부터 하루가 시작된다는 단원들. 스마트폰이 없는 어르신들에게는 단장이 직접 전화해 안부를 물으니 더욱 반갑다.

'공부·교화·친애·봉사하는 교화단, 의견제출로 창의적인 교화단'을 목표로 늘 주파수가 단원들에게 맞춰져 있는 김 단장의 하루는 바쁘면서도 즐겁다. 그렇게 '불공'에 정성을 들인 결과 태1단은 단회 출석률은 물론 법회 출석률도 늘 상위권에 들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렇다 보니 신입교도 관리도 태1단이 도맡아 한다.

김 단장은 "단원들을 보면 모두 내 가족 같아서 공부를 하더라도 항상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릴레이 법문사경, 상시일기, 4정진운동으로 공부하고, 입교·순교 단련으로 교화에 힘쓰며, 단원 생일 챙기기, 4축2재 설거지 봉사활동으로 친애와 봉사를 수행한다. 활발한 의견제출도 빼놓을 수 없다. 연말에는 교당에서 계획하고 있는 4정진운동 실천사례 페스티벌에서 1위를 넘볼 정도로 적극적이다. 80세 나이에도 단장의 제안에는 '무조건 동의'하고 본다는 단원 박근영 교도는 "우리는 이미 한 몸 한 마음으로 연결돼 있다. 바쁜 와중에도 단원들을 세세하게 살펴주는 단장의 마음이 곧 여의주다. 늘 호탕하게 웃는 단장 덕분에 내가 더 젊어졌다"고 자랑했다. 지난달에는 태1단에서 의견제출한 '교도 명찰 달기'가 교화협의회에 통과했다.

사실 태1단이 신바람 나는 교화활동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이상선 교무의 역할이 컸다. 지난해 부임하자마자 교도들에게 〈불법연구회 통치조단규약〉을 학습시킨 이 교무는 교화단 중심 교화체계의 원형을 살리기 위해 항단장 제도와 팔방으로 뻗어나가는 조단법을 단행했다. 그의 지도법을 잘 실천해 가고 있는 2명의 항단장과 단장들이 있으니 이 교무에게는 이들이 진실하고 신심 굳은 아홉제자나 다름없다.

교화단 중심 교화 펼치는 교당들

이밖에도 교화단 중심 교화체제를 실천하고 있는 교당들이 있다. 전주교당은 8개 항단, 45개 저단(원기97년 기준)으로 교화단을 구성해, 단원마다 단장되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교화단 체제 운영으로 얻은 장점에 대해 강중수 교도는 "정기일기 기재 등으로 공부풍토가 살아나고, 가족교화와 단원들 애경사 챙기기로 법정이 돈독해졌으며, 단원 간 자유로운 소통이 의견제출로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안암교당은 청년교화로 특성화된 단 운영을 하고 있다. 단장의 세심한 단원관리와 체계적인 교리공부, 훈련 등으로 매년 출가자들을 배출할 정도로 교화단 교화로 자리 잡아 간 지 오래다. 가락교당은 지역중심 조단을 편성하여 단원 간 친목과 가족교화를 이끌어가고 있다. 가락교당 전주열 교도는 "지역별로 조단을 하니 번개모임이 가능하다"며 교화는 자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편리한 접근성, 잦은 만남을 위해 최근에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활용한 온라인 교화단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민수·조세웅 청년교도의 발의로 창단된 '행아웃 교화단'이 대표적이다. 시대의 변화에 발빠르게 응답하는 젊은 세대일수록 SNS나 앱을 통한 교화법이 계속 전개될 전망이다.

자율성이 보장된 교화단

교화가 어렵다고들 한다. 특히 공동체 의식이 사라진 현대들에게 교화단의 정체성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교화는 더 어려워질지도 모른다. 경산종법사가 원기94년 9월, 출가교화단 총단회에서 "원기100년까지 2만 단장 양성하여 교화대불공을 이루자"고 한 유시를 받아 활발히 진행했던 2만 단장 양성 훈련도 교정원의 정책변화로 답보상태다. 하지만 교화연구소에 따르면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교단의 생명은 교화단'이라는 목적 하에 교구별 예비단장훈련이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교화단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 남중교당 박정원 교도(원광대학교 명예교수)는 교화단 활동의 활성화를 위해 "교법으로 훈련한 단장 양성, 처지·발원·실행을 고려한 단 편성 및 운영, 온·오프라인을 겸한 교화콘텐츠 개발, 인터넷과 앱을 활용한 교화단 서비스 체계 확립을 위해 교단의 정책의지가 집중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 교도가 이같이 주장하는 이유는 미래창조 시대에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기본으로 하면서 공동체 구성원 간의 상호설득과 자기 교육이 중요시되는 사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교화단으로 자신성업봉찬을 이루고 교화대불공을 확산시켜 가자는 의미다. 단원들의 공부와 사업을 훈련시켜 단원마다 단장되는 교화혁신을 꾀하고자 했던 소태산 대종사의 조단법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 중에 박 교도가 주장하는 처지·발원·실행을 고려한 단 편성 및 운영은 소태산 대종사가 이미 원기13년 4월 '농업부창립연합단'과 '인재양성소창립연합단'을 창단하면서 보여줬다. 〈월말통신〉 제4호, 사업가담표 자료에 의하면 두 단이 창단되던 그해 8월 농업부창립연합단은 총 9개단 79명이 가담하고, 인재양성소창립연합단은 총 3개단 27명이 가담해 단원들로 하여금 회중 발전에 필요한 의견제출을 적극 수용했다. 그 바탕에는 "십인일단의 단 조직법과 매월 정례화된 단회가 중심을 이뤘다"고 밝히고 있다.

시급히 극복해야 할 교화단 과제

원기27년 불법연구회 회규에 '교화단'이 공식적으로 등장하면서 이후 교단은 교단을 이끄는 두 축으로 '법치교단'과 '이단치교'를 내세웠다. 하지만 2세기를 맞은 교단은 그 해법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교화현장에서의 교화단 중심 교화체제가 살아나지 못하는 문제점과 풀어야 할 숙제에 대해 짧게 언급하고자 한다.

시급한 문제는 단장을 지도할 출가교역자의 지도력과 잦은 인사이동이다. 소태산 대종사의 십인일단의 단 조직은 '그 공력은 항상 아홉 사람에게만 드리면 되는 간이한 조직'이라 했다. 지도력은 차치하고서라도 총단장의 역할을 해야 하는 교무의 잦은 인사이동은 교화의 동력을 상실하게 하는 요인이 된다. 거기에 교무도 단장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문화교당 최경도 교무는 "교화단의 의미는 단원마다 단장되어 마음공부 하는 교화단이다"며 "매월 교화단회 때는 마음공부한 결과물(상시일기)을 가지고 와서 단원들 앞에 발표하고 회화로써 지견교환 하는 것이 핵심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이 연원한 교도는 끝까지 책임지는 불공법(연원교화)으로 교무도 단장이 되어 한 단을 책임지고 지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화훈련부에서 설문한 원기97년 12월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단장훈련의 보완점에 대해 후속관리가 29%로 가장 높았다. 일관성 있는 정책과 자신과 맺은 단원은 끝까지 책임지는 불공법이 '단원마다 단장'되는 체제로 선순환 시켜가는 길이다. 심화학습도 그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

현장교화는 영원한 화두다. 교화대불공은 100년 성업봉찬의 핵심지표인 동시에 교단의 실질적 성장동력이다. 이에 교화현장을 중심으로 한 창의적 교화사례를 기획하고 점검해보고자 한다. 1주 신입교도 훈련을 정착하고 있는 교당, 2주 교화단 중심 교화 사례, 3주 대사회교화가 시도되고 있는 교당, 4주 다양한 교화사례와 감사잘함 운동을 살펴본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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