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에서 올라오는 간절함으로'

▲ 방길튼 교무/나주교당
127장) 원하옵니다(心願頌)
김대거 작사 / 김동진 작곡

원하옵니다 원하옵니다
간절히 간절히 원하옵니다
내 손길 닿는 곳
내 발길 머무는 곳
내 음성 메아리치는 곳
내 마음 향하는 곳마다
우리 모두 다함께
우리 모두 다함께
성불제중 인연이 되어지이다

간절히 간절히 원하옵니다

〈성가〉 127장 원하옵니다는 새 성가의 서문이며 대산종사의 발원문이다. 대산종사는 양주에서 투병생활 도중 민족의 숙원이던 광복을 맞게 되는데, 양주에서 1년여의 요양으로 건강이 많이 회복되어 원기31년(1946) 4월 정각사에 서울출장소를 세우고 소장으로 부임한다. 이 때 정각사에 보육원인 '보화원'을 설치하게 되는데 시국이 혼란한 시기라 도둑이 들끓고 여러 가지로 혼란함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대산종사는 진리 전에 두 손 모아 '심원송(心願頌)'을 올렸던 것이다.

이 '심원송'이 바로 〈성가〉 127장 원하옵니다의 원문으로, 대산종사는 투병 중에도 자신의 성불을 목적하지 않고 우리 모두가 성불제중의 인연이 되기를 간절히 염원했던 것이다.

대산종사는 자신의 성불보다는 동지들이 성불을 염원했다. 이는 대산종사의 각종 기원문을 보면 알 수 있다. 사실 만나는 인연을 다 부처 만들겠다는 서원에 자신의 성불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조불불사(造佛佛事)에 자신의 공부도 이룩되는 것이다. 성불제중 제생의세의 꽃을 피운 것이다.

대산종사는 향타원 박은국 교무 일행과 수운 최제우 선생의 탄생지인 경주 용담에 소창 가시어, 산딸기를 칡잎에다가 따 가지고 오시어 "이것이 조불(造佛)딸기다. 조불딸기, 부처를 만드는 딸기다"하시며 "이것을 먹고 우리 모두 부처가 되자" 염원하신다.(대산종사추모문집Ⅰ 〈조불불사대산여래〉) 이 법문이 조불의 첫 말씀인 듯하며 이후 대산종사의 생애는 조불의 역사였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모두 다함께 성불제중 인연이 되어지이다.

대산종사의 일생은 훈련으로 법위를 향상시켜 부처 되게 하는 조불불사의 대원력과 경륜이라 할 것이다. 대산종사는 계속되는 법위향상운동을 전개하여, 대상자들에게 법위를 신심으로 받아 지키고, 부족한 법위는 외상으로 여기고, 법위의 문열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게 하여, 법위향상의 대불사에 정진하게 한다. 이처럼 대산종사는 종법사위에 오른 후 20여 년간을 주로 신도안 오두막에서 돌밭을 일구며 돌담을 쌓는 간고함 속에서도 삼동윤리에 바탕한 훈련에 심혈을 기울인다.

대산종사는 대종사가 파란고해의 일체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기 위해 원기10년(1925) 정기훈련법과 상시훈련법을 제정하여 정신개벽의 훈련을 시킨 역사를 이어받아, 원기61년(1976) 중앙훈련원 신축 봉불식에서 "세상의 뿌리는 도덕이요, 도덕의 뿌리는 회상이며, 회상의 뿌리는 성인이요, 성인의 뿌리는 대각이며, 대각의 뿌리는 바로 훈련"이라며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훈련으로 천여래 만보살을 염원하며 "대종사께 보은하고 교단 만대를 튼튼히 다지는 일은 훈련을 통해 천여래 만보살의 배출이다"며 다 같이 이 일에 동참하자고 호소한다.

천여래 만보살은 한 사람만 여래가 아니라 모두가 여래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자격만 되면 다 여래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성의 세계에서도 이젠 집단영성을 강조한 것으로, 책임을 맡은 부처들이 서로 서로 자기의 역할을 다하면서 집단적으로 협력하는 영성계가 된다는 것이다. 영성의 민주화인 것으로 훈련으로 보살의 자격을 획득하여 낙원 세계를 꽃피우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성불제중 제생의세의 대산종사의 기원을 내 기원으로 삼아 적공해야 할 것이다. 내 손길 닿는 곳, 내 발길 머무는 곳, 내 음성 메아리치는 곳, 내 마음 향하는 곳마다, 우리 모두 다함께 성불제중 인연이 되어지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대산종사의 마음을 우리 마음으로 접붙여야 할 것이다.

원음 산책

이 〈성가〉 127장 원하옵니다의 반주를 듣노라면 시리도록 투명한 한 소리가 하늘을 가로지르며, 맑고 푸른 창공을 펼치는 듯하다. 그러면서 어디에선지 맑은 바람이 불어와 하늘에 구름을 수놓아 징검다리를 펼쳐놓은 듯하여 징검다리 구름이 모이고 모여 웅장한 하늘광장을 두둥실 떠받치는 기분이 든다.

〈성가〉 127장 원하옵니다는 4/4박자로 간절한 마음을 간직하면서 불러야 할 것이다. 첫 마디의 '원하옵니다'의 '원'에 붓점이 있으므로 강박으로 강조하면서, 마음으로 염원하는 심원(心願)을 담아서, 내면에서부터 올라오는 간절함으로, 함축된 기운을 조심스럽게 품어내듯 불러야 할 것이다.

각 마디마다 붓점의 사용이 많으니 강-약-중강-약의 4/4박자의 리듬에 따라 첫 음의 강에 강조점을 주어 마음이 뭉치게 불러야 할 것이다. 또한 각 소절마다 한 박자 쉬고 들어가는 사분 쉼표(?)의 리듬감을 살려서 불러야 할 것이며, 쉼표 전후로 앞뒤의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러니 첫째 마디의 '원하옵니다'보다 둘째 마디의 '원하옵니다'를 한 차원 더 원하는 마음을 강하게 내품어야 할 것이며, 앞의 '원'이 내면적이라면 뒤의 '원'은 외향적인 것으로, 다짐의 선언으로 부르면 좋을 것이다. 그러면서 '간절히 간절히'로 흘러가면서 세 번째 '원하옵니다'로 다지는 것이다. 외향적 다짐을 한 템포 가라앉히어 내면으로 포섭시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제는 손길이 닿는 곳, 발길이 머무는 곳, 음성이 메아리치는 곳, 마음이 향하는 곳으로 심원(心願)의 음색을 구체화적으로 펼치는 것이다.

'내 발길 머무는 곳'은 '내 손길 닿는 곳'보다 한 차원 더 거칠게, '내 음성 메아리치는 곳'은 이 보다 더 다이나믹하게, '내 마음 향하는 곳마다'는 이 3단계의 심원을 종합해서 격정과 안정을 종합하여 부르면 좋을 것이다. 마치 강물이 편안히 흐르다가 더 빨라지고 좀 더 격정적이다가 넓은 강폭에서 안정적으로 흐르면서도 웅장한 것과 같다할 것이다.

〈성가〉 127장 원하옵니다의 하이라이트는 '성불제중 인연이 되어지이다'에 있다. 강물이 바다로 돌아가는 최종 목적지와 같이 이 마지막 귀결점인 '우리 모두 다함께'에 포인트를 두어, 음과 음을 모으고 조화시켜 합창이 되도록 열과 성을 다해야 할 것이다. 한 번 더 '우리 모두 다함께'로 온축이 되어 이제 우리의 궁극인 '성불제중 인연이 되어지이다'로 크라이막스를 올려 마치 강물이 바다에 하나가 되듯, 우리의 염원의 바다에 하나가 되듯이 불러야 할 것이다.

〈성가〉 127장 심원송의 원하옵니다는 김동진 작곡으로 원기75년(1990) 교화부에서 성가로 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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