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을 버리면 마음이 편안하고 즐거워요'

강북교당 숙타원 김경숙(62·淑陀圓 金瓊淑) 교도. 그는 시어머니 김경오 교도의 인도로 입교해 36년째 교법을 실천하며 온통 받드는 삶을 살고 있다. 가정에서는 효부로, 교당에서는 교도들이 닮고 싶어 하는 참 공부인이다.

"연애시절, 학생회 출신인 남편으로부터 '나한테 시집 오려면 원불교 믿는 것이 편할 것이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가톨릭 신자로 세례와 영세까지 받았기에 '종교는 자유니까' 하고 결혼했는데 시어머니께서 독실한 교도였습니다."

2층 양옥집에 살던 그는 새벽마다 어머니가 2층에 올라가면 한 시간이 지나도 내려오지 않는 것을 알았다. 시어머니는 매일 기도와 독경을 하고 있었다. 결혼 후 1년이 지나자 시어머니는 그를 봉덕교당으로 이끌었다. 그렇게 한두 번 가다보니 그는 교법을 이해하고 신앙하게 됐다. '진리는 하나다'는 말에 의두가 걸린 그는 종교의 궁극적인 목적이 같음을 알게 됐고, 부처와 예수, 법신불사은 등이 호칭만 다를 뿐 진리를 부르는 말임을 깨달았다.

초등학교 교사를 지냈던 그의 시어머니는 교리퀴즈 암송대회 등 각종 대회를 하면 상을 휩쓸 정도로 교전내용을 꿰뚫고 있었다. 중등학교 교사였던 그 역시 교리에 능통한 시어머니를 이겨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신입교도 시절 일원상서원문을 적어놓고 외우거나, 법문사경도 시어머니보다 더 많이 하려고 노력하는 등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지난해 강북교당에서 주최한 교리퀴즈 대회 때 시어머니와 그는 최종 결승전에서 만났다. 고부끼리 실력을 겨루다가 승부가 나지 않아 결국 가위 바위 보를 시행해 순위를 결정하기도 했다. 그의 시어머니 김 교도는 현재의 강북교당 창립에 큰 힘을 보탰다. 항타원 이경순 교무의 지도를 받았던 그는 어려운 살림 속에도 근검절약으로 모은 돈을 교단의 각종 사업에 아낌없이 희사하고 있는 공도자다.

"매사 지혜가 밝으신 시어머니는 나에게 원불교 신앙의 정신적 지주로 신앙과 수행의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강북교당에는 특히 법사, 법호인이 많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나도 법호인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살다 보니 지금의 위치에 오게 됐지요."

대구 중심가에 위치한 그의 집에서 강북교당까지는 자동차로 30분 거리다. 가까운 교당이 많지만, 교당 창립주로 있는 시어머니의 뜻을 받들고 있다.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그는 교당법회와 교단행사, 시장 등 늘 동행한다. 고부가 다정하게 교당 법회를 보고 함께 외출하는 것에 대해 지인들과 교도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시어머니인 김 교도 역시 며느리의 한결같은 정성을 인정한다. 그는 "며느리 없으면 안된다"고 할 정도로 며느리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이들이 다정한 법동지로 사는 비법은 서로를 인정하고 믿어주는 데 있다.

"일찌감치 욕심을 놓았습니다. 욕심을 떼버리니 마음이 정말 편안합니다. 남에게 먼저 양보하고 베푸는 삶을 살아오다보니 생활에도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그는 올해 경산종법사 신년법문 중 '오늘을 새롭게 사는 것'에 대한 의두를 연마했다. 그 결과 순간순간 만족해 하면서 사는 것, 지금을 제일 소중한 시간으로 여기고 사는 것이 오늘을 새롭게 사는 것임을 깨달았다. 눈앞에 펼쳐진 이순간이 우리 삶에서 제일 중요하고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것이다. 현재 시어머니와 가족들이 다 건강하고, 남한테 돈을 빌려서 살지 않아도 되는 경제 형편까지 갖춰진 것에 늘 감사하고 있는 그다. 편안한 마음으로 현재에 만족하며 살고, 주변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다 보니 지인들과 친구들에게 바른 신앙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평소 탐할 욕(慾) 자를 자주 적는다. 하고자 할 욕(欲)은 좋은 의미의 글이지만 여기에 마음 심( 心)이 들어가면 탐할 욕이 되고, 좋지 않은 의미가 된다는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마음 하나를 잘못 사용해 생기는 불행이 많다. 특히 물욕(돈 욕심)으로 사회는 물론 가족 간에도 싸움과 불화를 겪는 일이 다분하다. 〈대종경〉 수행품1장을 좋아하는 그는 '사람의 마음은 미묘하여 잡으면 있어지고 놓으면 없어진다 하였나니~' 란 법문처럼 마음공부의 중요성을 매순간 체감한다.

"다른 환경에서 살던 사람이 같이 살다 보면 서로 장단점이 있습니다. 이때 서로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상대방의 나쁜 것을 들춰내고 얘기하면 결국 싸움밖에 되지 않습니다. 교단의 마음공부, 각종 의두 성리도 해보면 결국 자신의 마음을 비우라는 뜻입니다."

대학교 캠퍼스 커플이던 큰아들도 예비 며느리를 안암교당에 입교시킨 뒤 결혼식을 올리는 등 원불교 집안의 자녀임을 인식하고 있다. "종교인에게 믿음이 참 중요합니다. 진실하게, 순수하게 믿어야 합니다. 교단의 처처불상 사사불공이 다른 종교랑 다른 점입니다. 〈교전〉에 좋은 내용이 많지만 우리가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 없습니다."

공부 선배 시어머니를 정성껏 봉양하는 그. 상대방을 위한 배려가 몸에 배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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