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복지 연계한 교화시스템으로 농촌교화 주력
지역민과 이웃종교 아우르는 노인대학, 인기 절정
마한노인복지센터, 농촌형 맞춤복지서비스 제공
원불교 이미지 교화 위해 교구와 교당, 기관 대합력

▲ 여산교당이 매주 목요일 열고 있는 노인대학은 장소가 협소해 수강생을 받을 수 없을 만큼 지역민의 호응이 좋아 지역교화 터전의 기반이 되고 있다.
▲ 여산교당이 농촌교화에 주력하며 개최한 익산행복나눔축제에 600여명의 지역민이 참여했다.
여산교당 앞마당, 잘 정비된 돌담 울타리에 국화향이 가득하다. 국화꽃 사이, 이름 모를 들꽃들도 소담하게 어우러졌다. 건너편 넓게 펼쳐진 황금들판 배경삼아 갈대 바람 일렁이고, 그렇게 가을정취 물씬 배어 있는 교당 대각전에 들어섰다. 교당에서 운영하고 있는 노인대학 목요저녁법회가 있는 날이다.

이웃종교인 아우르는 노인대학

원기97년 부임한 조산호 교무는 노인대학을 다시 정비하기 시작했다. 지역교화를 위해서는 시골교당의 특성을 살려내야 한다는게 조 교무의 신념이었다. 원기91년 문을 연 노인대학은 시골교당의 열악한 재정 등 갖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한 상태.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조 교무는 "부임 당시, 25명으로 출발했다. 어떻게든 지역주민들에게 대종사의 법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노인대학을 시작했고, 각오가 남달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노인대학 메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음인문학 특강'을 통해 조 교무는 원불교 마음공부를 전했다. 노인대학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교법을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마음공부의 효과는 놀라웠다. 노인대학 수강생들의 얼굴이 밝아지고 수업시간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건강요가교실과 노래교실 반응도 뜨거웠다. 어느새 노인대학은 지역주민들에게 힘든 농사일을 잊게 하는 '재미지고 겁나게 좋은' 시간이 됐다.

현재 노인대학 수강인원은 90여 명을 넘어섰다. 요가시간에는 어깨가 닿을 만큼 법당이 좁아졌다. 인근지역까지 입소문이 자자해 신청인원이 늘고 있지만 장소가 협소해 더 이상 수강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매주 목요일 운영되는 노인대학은 점심이 제공된다. 널찍했던 식당도 두 번에 나눠 점심 공양을 해야 할 만큼 좁아졌다.

노인대학 학생들을 위해 저녁에는 따로 목요저녁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법회 후에는 다 같이 저녁식사를 한다. 목요일은 점심과 저녁 두 번의 식사가 교당에서 제공되고 있는 셈이다. 노인대학 이옥순 회장은 "교무님 강의소리가 얼마나 좋은지, 듣기 싫은 소리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무엇이고 여기(교당)에다 주고 싶어. 그런 심정이야. 쪼금이라도 보태줄 일 생각하면 너무 좋아." 자비를 들여 노인대학 식당에 가스 불을 들여놓은 이 회장은 바쁜 농번기에도, 한 번도 결석한 적이 없는 노인대학 열혈 팬이다.

"교무님이 지우개를 하나씩 줬어, 나쁜 일 있을 때는 그 지우개로 싹 지우는 거지 뭐. 지우개는 죽어야 안 닳아지는 거여.(웃음)" 이 지우개는 노인대학 설교 때 조 교무가 마음공부 방법으로 선물한 '마음의 지우개'다.

"교무님이 잘 이끌어서 노인대학을 참 잘하고 있는 거지. 근디 장소가 좁아. 좁아가지고 식당도 꽉 차잖아. 밥도 두 번 차려서 먹어야 돼. 앉을 자리가 없어. 지금도 온다는 사람이 많은 데 못 받아."

"여기 오면 기분이 좋아. 요가하지, 노래하면서 웃음나지, 사람들이 너도나도 올라고 하지.", "여기가 얼른 넓게 지어져서 오고 싶은 사람 다 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

"좋아요. 좋아." "나도 좋아요. 재미있어요." 저녁식사 자리 여기저기에서 '좋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가톨릭, 기독교, 불교 등 이웃종교인이 과반수를 넘어서는 노인대학 어르신들, 이들에게 종교의 차이는 아무 의미가 없다. 내 마음 편하게 해주는 '마음공부'강의가 좋고, 노인대학을 잘 운영하는 '원불교'가 좋다. 노인대학 안에서는 모두가 한 울안, 한 이치로 일원세상인 것이다.

마한노인복지센터, 교화시너지

여산교당에서 운영하는 마한노인복지센터도 농촌형 맞춤복지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교화 시너지를 톡톡히 내고 있다. 마한노인복지센터는 여산을 비롯한 인근 농촌지역 어르신과 기초생활수급자들을 찾아가 가사서비스, 의료서비스 등 수요자에 필요한 맞춤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조 교무가 그동안 쌓아온 복지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교화로 연결할 수 있는 '토탈교화 공동체 실현'에 앞장서겠다는 의지의 실천이다. 또한 '지역복지와 연계한 교화시스템을 갖추고 농촌교화 활성화에 주력하겠다'는 신념이기도 하다.

조 교무는 "농촌교화의 터전을 다지기위해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도시락 배달, 말벗, 일상생활돕기 등 일자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종교가 다를지라도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며 원불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는 곧 지역교화 활성화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자리사업에 합력하고 있는 지역주민 대부분이 노인대학에 다니고 있고, 이들 상당수가 교도가 되거나 교당 일에 합력하는 지원자가 되고 있다.

마한노인복지센터 황인선 교사(예비덕무)는 "지난 6월에는 지역 어르신을 모시고 익산행복나눔 축제를 진행했다"며 "300여 명을 예상했는데 580명이 참석했다. 그나마 참석하지 못해 서운해 하는 지역주민 120명을 모시고 지난 10월 지역나들이를 다녀왔다"고 전했다. 다양한 공연이 진행된 익산행복나눔축제는 마한노인복지센터 전 직원과 인근교당, 중앙교구 봉공회의 합력으로 정성껏 준비한 점심식사가 제공됐다. 원불교 이미지 교화와 농촌 교화시스템 구축을 위한 교구와 교당, 기관의 대합력이었고, 의미 있는 성과로 지역민들에게 각인됐다.

여산교당 김대호 교도회장은 "사실, 일 년에 한 번씩 교무님이 이임할 만큼 교당살림이 어려웠다. 시골교당에서 기관을 운영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일이 결코 만만치 않다"면서 "'밥도 못 먹었다'는 표현이 전혀 틀리지 않는다"고 그간의 녹록치 않았던 시절을 회상했다. 김 회장은 "조 교무님이 교리에 정통하고 늘 사리연구하면서 일을 잘 이끌어나가고 있다. 무엇보다도 화합을 이끌어내는 재주가 있다. 교당에 웃음이 끊이지 않고 분위기가 정말 밝아졌다"며 "교무님이 무슨 일을 한다고 하면 적극 찬성하고 지지한다. 두마음이 없다. 그렇게 받들고 있다"고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이야기 도중 떡이 예쁘게 담겨져 나왔다. 지난 중앙교구 바자회에서 인기리에 판매됐던 여산교당 대박 상품 기정떡. 세 시간씩 세 번의 발효작업을 거쳐야 하고, 적게는 10시간에서, 어느 때는 밤을 꼬박 세워 작업해야 하는 순수 발효떡을 조 교무가 직접 만든다. 지역주민 병문안이나, 교당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서, 그렇게 '교화를 위해' 수십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공시킨 조 교무의 기정떡 맛이 일품이다.

지역복지와 연계한 교화시스템 구축으로 농촌교화를 살려내고 있는 여산교당의 성공담은 이렇듯 오롯한 정성심에서 시작되고 있음이다. 취재를 마치고 나오는 길, 밝고 환한 달빛이 교당 앞마당에 깊고 넓게 드러워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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