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교사될 것

▲ 설동화 교사 / 영산성지고등학교
'딩동 댕동, 딩동 댕동' 점심시간의 끝을 알림과 동시에 5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린다. 부랴부랴 교실로 향하는 학생들과 함께 교실에 들어선다. 여기 저기 널브러져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내가 수업하는 도서관은 바닥 난방이 있어서 아이들의 훌륭한 휴식처가 되곤 한다. "자, 자리에 앉고 핸드폰 앞으로 내세요." 내키지 않은 몸을 움직이며 하나 둘씩 자리에 앉는다.

"선생님, 음악 들어요. 명상 해야죠." 인사와 출석체크로 할애했던 5분이라는 시간을 아이들이 선정한 음악을 들으며 명상을 해보기로 한지 8개월 가량 지났다. 처음 음악명상을 시작했을 때는 억지로 하는 시늉이라도 하더니 이제는 그냥 음악에 몸을 맡기는 분위기다.

여기저기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녀석도 있고, 노랫말을 흥얼거리는 녀석도 있다. 처음 의도와는 많이 엇나갔지만, 자신이 선곡한 노래가 언제 나오는지 친구가 어떤 노래를 선곡했는지 궁금해 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위안을 삼는다. '그래, 조금 시끄러우면 어때, 분위기 전환해서 수업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라고 마음먹고 오늘도 웃어 넘긴다.

한겨레중고등학교, 새나래학교에 이어 이곳 영산성지고등학교에 국어교사로 근무하면서 항상 고민했던 부분은 바로 즐거운 수업에 대한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즐겁고 의미 있는 수업시간을 만들 수 있을까?

그동안 내가 만났던 아이들은 대부분 학습에 대한 두려움과 무기력을 안고 있었다. 공부를 해 본적이 없어서 시작이 두렵고, 공부를 해봤지만 계속된 실패를 경험 한 아이들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학습의 실패를 자기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느끼는데 있었다. 무한 경쟁 속에서 계속된 학습 실패 경험은 아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고, 결국에는 학습 시도 조차 하지 않게 됐다.

이러한 학생들을 만나면서 내가 국어 교사로서 무엇을 해줄 수 있을지 처음에는 눈앞이 막막했다. 교과서를 가지고 아이들과 씨름했지만, 아이들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선배 교사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수업관련 책들을 열심히 찾고 읽었다. 그리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자서전 쓰기를 통해 자기 삶을 돌아보고 스스로의 미래를 그려보면서 자아존중감 키우기, 10년 뒤 나에게 편지를 써보며 나의 미래를 그려보고 그려진 미래를 위해 내가 현재 해야 할 일을 적어보기, 시를 감상하고 마음의 변화 적어보기, 시를 통해 나를 이해하고 타인이해하기, 함께 독서하고 생각나누기 등 많은 활동들을 진행했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서 크진 않지만 조금씩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 볼 수 있었지만, 마음 한 켠에는 항상 아쉬움이 남았다.

책과 담을 쌓고 있었던 몇몇 아이들과 소그룹 독서모임을 만들어 기숙사 방에 모여 책을 읽으며 생각을 나누고 다 읽을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해주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책만 읽은 것이 아니라 간식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다.

"쌤, 저 태어나서 처음으로 책 골라보고 내 돈 주고 책 사봤어요." "이렇게 두꺼운 책은 처음으로 읽어봐요." 스스로 뿌듯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이 과정들을 통해서 수업의 방법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수업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고,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 당연한 사실을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스스로를 반성하게 됐다.

요즘도 수업에 대한 고민은 계속되고 있지만, 아이들과 소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학교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지만 수업 안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고, 배울 수 있게 해주는 아이들에게 감사 한 마음이 든다. 언제까지 교사생활을 해 나갈지 모르겠지만, 아이들과 소통하며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