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종경 공부 30

▲ 나성제 교무 / 우인훈련원
훈련원이 위치하고 있는 오대산의 가을은 오고가는 사람들로 하여금 안정과 평화를 안겨다 주기에 충분하다.

진리의 한 포태 안에서 만생령이 나고 자라서 어우러져 살아가기 때문에 천지 기운은 곧 나의 본원이다. 즉 나의 마음은 곧 허공에 뿌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 정성과 마음을 따라 모든 일들이 천지의 감응을 받게 된다. 그래서 수행을 많이 하여 마음에 대자대비심이 있는 불보살이 있는 곳은 그곳이 지옥중생이라도 천도를 받는다고 했다. 모든 생령들이 한 기운 속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10대에 처음 본교에 들어왔을 때 법력 있는 어른 곁에 앉아 있으니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지며 그동안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쇄락하고 좋은 기운을 받았다.

훗날 생각하기를 그것이 극락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고 나도 그런 법력을 어서 길러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보조국사 지눌은 우리의 몸은 지수화풍(地水火風)으로 뭉쳐져 있지만 마음은 개천개지(盖天盖地)하여 하늘도 덮고 땅도 덮는다 하였다.

본래 한 둥근 큰 기운 속에서 나왔건마는 무명과 업습(業習)에 끌려 살아가다 보면 본원자리를 여의고 정신없이 살아간다. 그러다가 만물을 숙살할 즈음에 당하여 다시금 본래 고향에 돌아가고픈 계절이 곧 가을인 것이다.

이렇게 천지기운과 둘이 아니듯 만 생령들도 한 기운으로 서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나의 육근을 통하여 어떠한 작용을 하게 되면 전체에게 그 영향이 미쳐가게 되고 또한 그 기운을 속일 수도 없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가운데라도 좋진 않는 기운을 보내면 금세 그 마음이 상대에게 미쳐 기운이 막히고 사이가 소원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에게 사람이 모이는 것은 그 덕의 인력이 있기 때문이라 했다.

아무리 일시적인 교언영색이나 비단같이 꾸미는 말로 환심을 산다고 해도 결국은 진심이 아니면 하나가 될 수 없다.

부처는 사생일신(四生一身)이란 마음으로 살기 때문에 세세생생 인천대중이 다 받들고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되지만, 범부중생들은 늘 상대를 짓고 살아가기 때문에 서로 간에 헐뜯고 해를 많이 보게 된다. 내 마음 안에 욕심과 사악한 마음이 있는 한 그 무엇과도 하나가 될 수 없다.

사람마다 다 즐거운 것은 좋아하고 괴로운 것은 싫어하는데 어느 누가 독하고 악하며 항상 상대심이 치성한 사람에게 다가가겠는가.

세상과 인지가 밝아지는 시대를 따라 내 마음을 비우고 비워서 진심과 천진심을 그대로 유지하고 도와 덕을 행한다면 세상은 그 불보살들의 품 안에서 화피초목(化被草木) 뇌급만방(賴及萬方)하여 이상의 낙원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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