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핵심 쟁점

▲ 전국역사교사모임 김태우 부회장.
▲ 12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며 대학생들이 기습 시위를 벌였다. (사진 = 국제뉴스)
최근 역사교육을 둘러싼 부분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그것이다.

역사학회와 대학교수들의 집필거부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역사를 직접 가르치는 국내 최대 역사 교사 단체인 전국역사교사모임도 국정교과서 집필 작업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냈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의 김태우 부회장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 교육부가 국정화 방침을 밝혔다. 현재 교육과정은 몇 학년부터 역사교육을 받고 있는가

지금 중학교는 2학년, 3학년 때 배우고 있으며, 고등학교는 한국사를 배우고 있다. 보통은 한국사를 고등학교 1학년 때 배우지만 학교에 따라서 2, 3학년 때도 배울 수 있다.
한국사가 수능 필수 과목이 되면서 최근에는 시험대비 때문에 2, 3학년 때 배치를 하기도 하는데 한 학기에 3시간씩 진행해서 이수하고 있다.

- 현재 나와 있는 역사교과서가 많은가. 총 몇 종류인가

현재는 검정 체제이기 때문에 중학교는 9개 종류이며, 고등학교 한국사는 8개 종류로 되어 있다.

- 최근 국정화 논란 이전에도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추진된 적 있는가

그렇다. 국정화는 1974년 유신체제 때 처음 실시가 되어 한국사 같은 경우 계속 국정 교과서를 쓰다가 2000년대 후반부터 검정 교과서를 쓰게 됐다.

- 요새는 검정 체제라는 말인데, 40년 동안 국정화가 진행되다가 검정 체제로 바뀌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나

국정 체제라고 하는 것이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 만들어진 형태였다. 현재 민주주의 발달과 다변화된 사회에 적합하지 않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국정 체제가 다양한 사회 현상과 창의적 사고를 요구하는 현대사회에서는 맞지 않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또한 획일적으로 강요를 하는 방식은 시대적으로 맞지 않아서 정책이 바뀌었다.

- 전국 교사들이 국정화에 반대하고 나섰다.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무엇이 달라지는가

처음 교사가 됐을 시기에 국정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국정교과서는 각 학교의 상황과 다양한 수업 진행에 적합하지 않다. 예를 들자면 고등학교는 특성화 고등학교, 특목고 등 각 학교 수준의 차이가 있고, 지역 실정 또한 다른 경우가 많다. 그것에 걸맞는 교과서를 선정해서 학생에 맞춰 수업을 할 수 있는데 국정화는 아무래도 국가가 하나의 획일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수업을 강요 하다 보니 수업 구성을 현장에 맞춰서 진행하기 어렵고, 학생들의 흥미도 떨어진다.

더군다나 국정화의 가장 큰 문제는 아무래도 하나의 교과서다 보니 교과서의 자잘한 내용까지 다 외워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역사'라는 과목이 단순 암기과목이 되어 버리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국정교과서 때문에 역사가 '암기과목'이 되는 옛 시절로 돌아가게 될 확률이 크다는 점에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국정화가 된 후, 가장 크게 우려되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국정화는 현재 정부가 요구하는 내용을 강요당하는 상황 속에서 나타난다고 본다. 수능 필수를 내세워서 교과서의 내용을 통제하려고 하고 있다. 2년전 교학사 교과서 파동이후 이 교학사 교과서가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채택되지 않고 외면받게 되니, 현재 권력을 갖고 있는 집권 여당이 친일 독재를 옹호하는 내용이 담긴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선정하려는 것으로 보여 큰 우려가 된다.

- 국정화 교과서 찬반 논란 쟁점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있다. '현재 교과서는 이념적으로 편향적이다'고 이야기하는 찬성쪽의 의견이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실 현재 역사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로서는 억울하고,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현재 교육과정이라고 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것이다. 교과서라는 것이 교육과정에 의해 집필하게 되어있다. 여기서 어긋나면 검정통과가 안된다.

'현재 교과서가 이념 편향적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들의 정권시기에 만들어진 교육과정이 이념 편향적이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거기에 역사과 교육과정은 교육과정 외에도 집필기준이라고 하는 것이 있다. 논쟁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라든가 이념적 편향, 학술적인 편향성이 나타나는 경우에 대비해 기준을 세운 것이 '집필기준'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8종의 교과서, 다양한 교과서가 나온다고 해도 그것의 내용 요소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학급, 학교에 맞는 자료의 풍부성, 체험학습 중심, 심화학습 이러한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내용이 다르진 않다. 세계관, 시각이 다르다 해서 각 교과서가 다른 모습으로 편향될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찬성쪽 사람들이 현재 교과서가 이념 평향적이다고 얘기하는 것은 굉장히 악의적이다고 볼 수 있다.

- 국정화 문제, 식지 않고 계속 이슈가 되고 있다

현재 여당, 야당 쪽에서 정치계 이슈 쪽으로 많이 몰아가고 있는데, 교사들 입장에서 많이 안타깝다. 국정화 교과서 문제를 교육의 차원에서 제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의도에 이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뿐만이 아니라 예전에 근현대사 교과서 파동문제를 살펴봐도 교육 본질에 대해서 제기된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이뤄진 것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검정 체제만 봐도 집필기준이라는 것이 있어서 지나치게 간섭하는 경향이 있다. 좀 더 다양한 교과서로 사고의 폭을 넓게 할 수 있도록 해야 교육이 발전될 수 있는데, 너무 통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 국정화 문제, 전국 역사교사모임 교사들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일단 지역에 있는 역사 교사들의 뜻을 모아 국정 역사 교과서의 집필 및 심의와 현장적합도 조사 등 이런 작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국정화 교과서 반대를 분명하게 얘기 했으나 최악의 경우가 된다 하더라도, 국가의 통제가 강화된 이 상황 속에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수업을 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할 것이다.


자료 제공/원음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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