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원 서울이전 재고해봐야
교화활성화는 이유될 수 없어
선진국, 탈수도화 이유 있어

▲ 이인용 교도 / 북광주교당
원기130년 쯤에는 통일된 국가로서 수도권 중심이 아니라 지역균형발전과 인구 분산으로 지역마다 고루 살기 좋은 문화국가가 되었으면 좋겠다.
교정원 서울 이전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핵심은 서울이 인구가 많고, 경제·사회·문화·정치·교육의 중심지이니 교정원을 서울로 옮기면 교화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치에서 비롯한다.

하지만 국토의 11.8%인 수도권에 국가 전체 인구의 50%가 넘는 사람이 모여 살고, 대기업과 금융, 공공기관 교육·연구기관이 밀집되어 있는 것이 자랑스러운 현상인가.
자랑할 일도 권장할 일도 아니지만 현실이 그러하니 교단도 이에 편승해서 교화의 덕을 보자는 의도로 엿보인다.

서울은 지금 자동차 평균 시속이 15km/h 이하의 교통체증을 겪고 있다. 시민들은 장거리 통근으로 피곤이 누적되고 있고 각종 매연과 고약한 냄새로 쾌적한 삶의 터전으로서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인구집중, 물류집중, 행정집중, 문화집중 등의 결과로 빚어졌으며, 조속히 해결해야 할 병폐로 나타났다.

한편 수도권 이외의 지역은 인구가 빠져나가 여러 분야에서 낙후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 국가·사회·인류의 병폐를 치유해야 할 종교 단체가 그 주요기관을 서울로 이전하여 이 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데 일조해야 되겠는가.

오늘날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넘는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수도 일극체제가 아니다. 프랑스는 1960년대부터 전국을 8개 권역으로 나눈 거점지역 중심의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꾸준히 펼친 끝에 '파리 중심'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했고, 독일과 미국은 전통적인 분권국가이다.

외국의 수도권 인구비중을 보면 프랑스 18.7%, 일본 32.6%, 영국 12.6%, 독일 4.6%, 미국 1.6%, 스위스 1.8%이다. 프랑스, 일본, 영국의 수도권 인구비중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집권형 통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같은 집권형 통치 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와 비교해 보면 51%대 12%(상기 6개국 평균)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우리나라의 수도권 인구집중도가 높다.

국가 발전이란 전 국토의 균형발전을 말하는 것으로 서울의 과밀 비대화와 지방의 공동화 현상의 격차를 두고 국가 발전이라 할 수는 없다.

서울과 수도권에 계속 사람이 모이고 지방은 갈수록 공동화되는 이 기형적 사회구조를 무방비로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지방에서 우리사회의 미래를 찾아보는 지혜가 절실하다. 지방도 사람이 살고 또 살아가야 할 우리의 국토 공간이 돼야 한다.

그래서 교정원을 서울로 옮길 것이 아니라, 서울 교구청의 기능을 실정에 맞게 확대 개편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화 활성화가 되지 않는 이유가 꼭 교정원의 지리적 위치 때문인가 하는 문제도 생각해 봐야 한다.

교화 활성화에 대한 어려움은 다른 종교단체들도 똑같이 겪는 문제다. 인간의 실제 욕구충족은 항시 욕구충족에 대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개교 100년에 기대한 만큼 발전이 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한편에서는 장족의 발전을 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주장은 현실에 안주하자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서 순리에 따라 점차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원불교 서울시대의 개막이라 하여 교정원 서울 이전을 주장하는 데에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과장하거나 왜곡되게 표현하여 대중의 뜻이 마치 하나인 양 몰아가는 분위기도 주의할 바이다.

교정원 서울 이전 주장에 행여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는 다른 이유들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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