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현안 전문가로 익산의 경제 토양 바꾸겠다"

▲ 전정희 국회의원은 재가교도들의 의견이 더 자유롭게 반영되는 교단 분위기를 바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전문성을 갖춘 '똑순이'로 통하는 새정치민주연합 전정희 국회의원(55·이리교당).

그는 국감장에 들어선 피감 기관장들에게는 피하고 싶은 국회의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기업들이 해외자원개발에 무리하게 투자해 수천억원 대 손실을 입은 점을 집중 파헤치는 등 국감장 스타로 떠오른 그다.

그의 활약은 법률소비자연맹 선정 제19대 국회헌정대상, 민주당 선정 2013 국정감사 우수의원,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선정 국정감사 우수국회의원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기자가 그를 만나던 날은 매달 한 번씩 하루 12시간 택시기사로 운전대를 잡고 있을 때였다. 시민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고픈 마음에서 시작한 것이 택시운전이다. 이 때문에 면허도 새로 따야 했다. 그의 사무실에 만나 의정활동과 지역현안 그리고 교단의 발전 방향에 대해 물어봤다.

- 국회의원으로 익산시 발전을 위한 의정활동은 어떤 것들이 있나

크게 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유턴기업지원법)을 발의했고, 노후 산단 구조고도화 사업 예산 확보와 왕궁 한센인마을 오폐수 및 악취 문제 해결, 익산국립박물관 유치로 요약할 수 있다.

유턴기업지원법은 2013년에 내가 발의한 법안으로 중국 등 싼 노동력 때문에 이주했던 기업을 국내로 복귀시키는 법이다. 유턴기업(익산 쥬얼리)에게는 토지와 설비 지원, 세금 감면 등 재정법을 만들어 국내 복귀를 도왔다. 현재 중국진출 8개 기업이 익산으로 복귀했고, 1개 기업은 준비 중이다. 노후 산단 구조고도화 사업 예산 확보는 약촌 오거리 지역 산단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40년이 넘은 노후 산단을 재정비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국비와 지방비, 민간투자를 포함해서 2,600억원 규모가 투입될 예정이다.

원래 익산은 인천 남동, 안산 반월, 경북 구미와 함께 4대 수출자유지역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예산을 받아 온 것을 보면 2억3천만원(총 예산 3천억원 중) 정도다. 올 12월에 착공하는 종합비지니스센터는 지상6층, 지하1층으로 컨벤션, 비즈니스호텔 등이 계획돼 있어 첨단기업들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미래 산업의 중요한 베이스라 할 수 있는 3D 프리팅 산업이 주로 입주한다. 3D 산업은 쥬얼리 산업과 색깔이 맞다. 다품종 소량 생산, 그리고 디테일한 디자인에서 닮은 점이 많다. 3D 프리팅 호남권 지원센터(전남북, 제주 관할) 익산 유치로 부품 제조분야 활성화를 기대한다.

- 왕궁 축사 문제와 국립박물관 유치는

왕궁 축사 문제는 아주 오랜 숙원 사업이었다. 이 난제 해결을 위해 환경부가 428억원이라는 막대한 재정을 지원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다. 내가 10년 전 전북발전연구원 연구소장으로 있을 때도 해결하려고 노력했으나 여의치 않았다.

국회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해결책을 찾은 것이 '새만금특별법'과 연계였다. 다른 지역 한센인마을에 예산을 공평하게 지원해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형평성이 문제였다. 그래서 새만금특별법을 이용해 한센인들이 키우는 돼지를 사 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오폐수 문제와 악취를 해결했고, 새만금 수질악화도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됐다.

미륵사지전시관의 익산 국립박물관 유치·승격은 고도 익산의 상징적인 사건이다. 마한·백제 유적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따른 유물 전시의 품격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높은 수준의 유물(사리장엄 등)이 익산에서 출토됐지만 유물은 다른 국립박물관에서 보존하고 있다. 앞으로 미륵사지 복원과 주변 백제마을 개발이라는 대형 프로젝트가 남아 있다.

- 의정활동의 노하우가 있다면

일단 자료 수집을 철저히 한다. 하지만 피감기관의 정보는 관련 부서에서 받는데 대체로 자기들에게 불리한 자료는 잘 안 준다. 그래도 필요한 자료를 얻는 방법이 있다. 관련 기관에 종사했던 시민의 제보나 민원 등을 접수한 후에 현장 조사나 당사자 면접 등으로 자료를 만들어 간다.

문제는 피감기관에서 받은 정보를 분석하고 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와 함께하는 보좌진(인턴 포함 9명)이 국감에 필요한 자료들을 철저히 준비한다. 꿰뚫어 보는 질문으로 인해 피감기관들이 나를 두려워하고 있다.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Energy Management System)의 경우 관련 정보와 자료를 3년 동안 집요하고 철저하게 파헤쳐 동료의원들이 나를 EMS 박사라 부를 정도다.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기원들의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해 안정복, 방호복 등 착용을 의무화 했다.

- 익산의 발전이 더딘 것 같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많은 지역을 살펴보며 공부했다. 그런데 익산은 산업 토대가 약해서 경제를 일으키기가 쉽지 않다. 어느 정도 경제적 여건이 갖춰져야 복지와 문화를 얹힐 수 있는데 토양이 너무 각박하다. 전북은 새만금 관련 예산이 너무 많다. 그러다보니 도민이나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예산이 없다. 그래서 집중하고 있는 것이 중소 기업인들과의 간담회다. 기존 중소기업을 어떻게 탄탄하게 만들 것인가의 고민에서 출발한 것이다. 사실 중앙정부의 굵직한 사업을 따 와야 한다. 그런데 그 사업을 하려면 지방비의 출연이 불가피하다. 익산시의 부채가 많아 지방비를 감당할 자금이 없다.

- 원기100년을 맞아 재가교도들과의 소통은

교당이나 교단이 재가교도들의 의견을 좀 더 자유롭게 반영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실 교당의 교도들은 속내를 잘 이야기 하지 않는다. 묻어가는 경우가 많다. 열린 자세로 교도들의 소리를 반영해 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교단이 발전할 수 있다.

- 지역에서 원불교는 어떤 모습인가

익산지역은 총부를 비롯해 대학, 병원, 복지시설, 중고등학교 등 인프라가 다 갖춰져 있어 지역사회에서 원불교를 크게 본다. 국회의원이 되고 나서 교회나 성당의 종교의식에 참여하는 때가 많은데 원불교가 밖으로 과대 포장돼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실질적인 신도 수를 살펴봐도 규모가 너무 작다.  종교의식도 차이가 있다. 교도들의 신앙적인 측면에서 다듬어야 할 부분들이 많은 것 같다. 법회시간을 보면 약간 어수선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다. 심지어 휴대폰 벨소리나 잡담 등이 매번 들린다. 이에 비해 이웃종교의 의식은 종교적 엄숙성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 교당의 고령화도 심각하다고 본다.

- 원불교 명문가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로산 전성완) 때까지는 총부 조실 바로 옆집에서 살았다. 나는 현재 원불교신문사 자리로 이사했을 때 태어나 그곳에서 자랐다. 조부모(혜산 전음광, 동타원 권동화)와 고모(아타원 전팔근) 등 가족들이 출가자이고 다 일원가족이다. 큰 도인들이셨다. 그러니 일상생활이 법이었고, 늘 법설을 듣고 자랐다. 특히 권동화 할머니는 한 말씀 한 말씀이 법이었다. 원불교와 우리 형제(5남1녀)는 한 몸처럼 체화된 관계라 할 수 있다. 장녀로 동생들을 돌보느라 고생했지만 교법정신(남녀평등)에 입각해 부모님이 차별 없이 가르쳐 줬다.

어린 시절에는 총부와 원광대학교가 놀이터였다. 총부 보은원에 살던 고모(아타원 전팔근)를 자주 찾아갔다. 고모는 여성으로서 굉장한 역할을 해 내고 있었다. 특별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고모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 원광대 대학원장과 부총장을 지냈고,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ACRP) 공동의장을 맡는 등 고모의 활동에 많은 자극을 받았다. 아버지나 어머니는 말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분이 아니다.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 행하는 모습을 보며 가치관, 태도, 효성 등 그 자체가 교훈돼 피가 되고 살이 됐다.

1960년 전북 익산시에서 태어난 그는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에서 정치학 석사를 취득했다. 이어 전북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박사를 취득한 뒤 전북여성정치발전센터 소장, 전북발전연구원 여성정책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2012년 제19대 새정치민주연합 익산(을) 국회의원에 당선된 그는 전북대학교 겸임교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자문위원 등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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