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후 오백세에도 계 지키고 복 닦는 이 나오리니

6장은 정신희유분이라 하고 "바른 믿음은 대단히 희유한 것이다"라는 뜻이다. 왜 바른 믿음이 희유(아주 드물고 진귀한 것)할까?

한국 사회의 여러 가지 특징을 종교사적인 입장에서 보면 종교다원주의다. 조선시대 절대적 위치에는 있는 유교적 가치와 질서에 가톨릭이라는 새로운 종교가 들어옴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초기 천주교가 당한 수난은 한국이 종교다원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첫 진통이었고, 그 후 불교에 대한 탄압도 완화되었으며 개신교의 전파, 그리고 국내에서 천도교, 증산교와 더불어 우리 원불교 출현은 한국 사회를 본격적인 종교다원사회로 만들었다.

여기에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아래 정치와 종교의 분리 원칙에 입각하여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종교다원사회가 가능하게 되었다.

문화관광부 2008년 기준 한국사회에 등록된 종교는 500여개의 종단이 등록되어 있다. 이런 사회에서 바른 믿음은 어느 특정한 종교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마음을 가지고 믿느냐에 달려있는 것이다.

〈정산종사 법어〉 법훈편 14장에서 정산종사는 "미신이 따로 없나니라. 모르고 믿으면 미신이니라"라고 하였다. 원불교도 맹목적으로 믿으면 사도(邪道)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알고 바르게 믿는 정신이 대단히 희유한 것이다.

또 하나 이 장을 공부하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이 6장에는 말세론적 색깔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불교는 무시무종(無始無終)으로 시작이 없기 때문에 끝이 없는 거대한 순환론적 진리관과 희망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다.

반면 기독교는 창조와 종말로 직선적인 시간관이다. 시작이 있기 때문에 끝이 있는 것으로 말세가 되면 심판을 받게 되는데 믿는 사람은 천당에 가고 불신하는 사람은 지옥에 간다고 한다. 불교와 반대로 직선적이고 위협적이고 비관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須菩提- 白佛言하사대 世尊이시여 頗有衆生이 得聞如是言說章句하고 生實信不이까

수보리 부처님께 사뢰어 말씀하되 "세존이시여 많은 중생이 있어 이와 같은 언설 글귀를 듣고 참다운 믿음을 내겠습니까?"

이 부분은 수보리가 부처님에게 '후래에 많은 중생들이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참다운 믿음을 내겠습니까? 안내겠습니까?'하고 물은 것이다.

佛이 告須菩提하사대 莫作是說하라 如來滅後後五百歲에 有持戒修福者- 於此章句에 能生信心하야 以此爲實하리니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고하시되 "이런 말을 하지 말라. 여래 멸한 후 후 오백세에 계행을 지키고 복을 닦는 이가 있어서 이 글귀에 능히 신심을 내어 이로써 실다움을 삼으리니"

여기에 후 후 오백세라고 하였는데 불교에서는 근본적으로 삼시(三時)사상이 있어 정법·상법·말법(正法·像法·末法(계법季法))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해석은 세 가지가 있다.

한 시기를 오백년으로 하면 천오백년이 되는데 지금이 불기 2559년이 되어 말법시대도 지나가 버렸다.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불교가 번창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삼시사상을 근본 뜻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법시대에는 교(敎)·행(行)·증(證)이 분명한 시대를 말하는 것으로 가르침과 수행과 증득하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시대를 말한다.

상법시대 가르침과 수행이 남아 있고, 말법시대에는 가르침만 남아있는 시대를 말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의견은 일반 불교 사회에서는 말하지 않고 우리 교단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오종오백설(五種五百說)이 있다. 한 종류를 오백년으로 하면 다섯 종류이니 이천오백년이 되는 것이다.

첫째 오백년은 해탈 위주로 하였다고 본다. 당시 인도에서는 윤회에서 해탈하는것이 큰 화두였기 때문이다.

둘째는 선정견고(禪定堅固) 선정위주(禪定爲主) 시기로 본다. 선(禪)불교가 중국에서 일어나 견성오도(見性悟道)하는 것이 중국불교의 중심 과제였다.

셋째는 다문견고(多聞堅固) 시기이다.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들어서 업장을 씻어내는 시기이다.

넷째는 탑사견고(塔寺堅固)의 시기로 장엄불교로 가는 것을 말한다. 양무제도 조불조탑을 많이 하였지만 달마대사는 소무공덕(所無功德)이라고 하였다. 외부장엄은 하드웨어를 말하는 것이다. 그 교가 번창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개별 프로그램과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원기 100년에 상징적인 외부장엄도 중요하지만은 교화의 역동성을 살려낼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인재양성에 더 집중해야 한다.

다섯째는 투쟁견고(鬪爭堅固)의 시기를 말한다. 여러 분파가 많이 생겨 서로 싸움을 하는 시기를 말하는 것이다.

후후 오백세의 총체적인 뜻은 삼시사상을 고정적인 시간의 틀에 맞추어 설명하는 것보다는 추상적으로 불법이 쇠퇴하는 먼 훗날을 얘기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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