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무활동의 보람

▲ 한양범 원무/서광주교당
원기99년 원무사령을 받고, 나는 광주고령정보고등학교(소년원) 원불교학생회 인성교육과 교화사업에 임하고 있다. 선배인 한양직 원무를 보좌하는 일이다.

나는 1977년 4월 정읍 칠보종합고등학교에서 첫 교직생활을 했다. 초임 때 학교 옆 집에서 하숙을 하고 있는데 할머니가 새벽이 되면 항상 외출하고 들어와 궁금했다. 한 번은 어디에 가느냐고 물었더니 절에 다닌다고 했다. 그래서 하루는 새벽에 할머니와 절에 같이 갔다. 10분 정도 거리에 법당이 있었는데 들어갔더니 둥근 원이 보였다. 그 앞에 어떤 여자 분(교무)이 하얀 두루마기 같은 의복을 입고 앉아서 독경을 하고 있었다.

그 소리가 너무 좋아 집중해 들었고 이어진 성가 내용도 너무 좋고 목소리도 청아해 인상 깊었다.
독경이 끝나고 교무 방에 가서 몇 마디 주고 받았다. 아무래도 절 풍경은 아닌 것 같았다.

교무에게 "여기는 어떤 종교냐?"고 물었더니 "이곳은 소태산 대종사가 전남 영광 길용리에서 대각하고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 표어로 교문을 연 원불교이다"고 설명해줬다.

처음 듣고서는 한국에도 이런 토종 종교가 있네, 하고 신선해 했다. 그렇게 원기63년 정읍 칠보교당에서 첫발을 딛고 지금은 서광주교당에 다니고 있다.

어릴 때에는 크리스마스가 돌아오면 교회에 한 번씩 갔었다. 그리고 대학생 때는 기독교 동아리 '대학생 성경읽기 선교회'에 가입하여 활동도 했다. 그러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해서 종교를 하나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서점에 들러 책을 보는데 청담스님이 지은 〈마음〉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첫 장부터 내용이 어려웠으나 모르는 대목은 읽고 또 읽어서 그 내용이 무엇일까 하고 몇 번씩 궁굴려 보았다.

그랬더니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그때의 황홀감은 지금도 느껴보지 못했다. 그렇게 우연자연의 인연 따라 칠보 하숙집 할머니의 인연으로 새 시대 새 종교 원불교와의 인연을 맺게 됐다. 지금 생각해 봐도 인연은 따로 있구나, 어찌 다행 이 법을 만났는지, 오직 감사할 뿐이다.

그렇게 아이들과의 좋은 추억을 만들며 지내다 2010년 2월 전남 화순실업고등학교 전자과 학생들과의 마지막 수업을 하고 정년퇴임을 맞았다.

이후 농사도 짓고 교당도 다니고 하던 중에 교사 출신이라 하여, 처음 약 2년 동안은 한양직 원무를 따라 소년원 법회를 도왔다. 한양직 원무가 바쁠 때는 가끔 소년원 법회를 봐주기도 했다. 이를 서광주교당 박덕규 교무가 알고는 한양직 원무는 여러 일로 바쁘니 대신하여 내가 소년원 교화를 위해 원무를 신청하면 어떻게는 제안을 해왔다. 그날로 마음을 정하고 원무 지원을 했다.

지나고 보니 나는 사실 교무의 권유로 원무 지원을 서원했으니 점수를 매기자면 평균60점 정도밖에 못 미친다. 이것도 잘 준 것이라 생각한다. 어쩜 심사에 겨우 통과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원무 사령을 받고 첫 원무훈련을 받기 위해 중앙총부 상주선원에 갔는데 훈련 날짜보다 일주일이나 앞당겨 와 헛걸음한 기억이 떠오른다. 긴장해서 그런지 마음을 잘 챙기지 못했다.

그때 신임 원무훈련에 참여한 사람이 나와 장주형 원무다. 훈련 내내 원무회 남궁문 회장과 최선각 총무가 알뜰살뜰 배려해 주고 지극한 보살핌으로 챙겨 주었다. 나는 종법사 배알 시간에 훈련 소감을 말하며 앞으로의 활동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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