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출신 용금 현실화
무기력증·우울증의 해법

▲ 봉명근 교도/대치교당
필자는 지난번 기고문에서 교정원 서울 이전이 성공하기 위해서 네 가지 과제, 즉 교무들의 전문성 강화와 사기진작, 교정원 의사결정의 품질과 속도제고가 필요하다고 기술했다. 이번엔 2번째 과제인 교무들의 사기진작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다소 강한 제안일지라도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이기에 쓰기로 한다.

8월30일에 서울교구 청운회가 주관한 원기 100년대 전무출신들의 처우개선 및 복지문제에 관한 토론회에서 경인교구 조제민 교의회의장은 "원불교에서는 출가교역자에게 급여를 주고 있지 않다. 대신에 용금을 주고 있다" 고 지적했다. 그리고 "교역자 생활은 일반사회인에 비해 그야말로 턱도 없이 부족한 용금으로 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면도, 일에 대해서는 일반인을 채용해서 하는 것 이상의 결과를 내야한다는 의식구조면에서, 원불교는 사회보다 낙후된 의식구조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필자는 조 교도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날 토론회의 자료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아니 찢어진다고 표현해야 할까? 형언할 수 없는 슬픔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미 6년 전인 원기94년에 교단발전을 위한 10가지 혁신과제 선정을 위한 의견수렴과정에서 전무출신 용금 현실화와 후생대책마련 등에 대한 의견이 표출됐다. 원기96년 10월에 발표된 전무출신 복지를 위한 종합계획안에는 조사에 응한 전무출신들의 월평균 수입이 666,300원(67만원)으로 보고됐으며, 이는 국가가 법률로 정한 최저생계비(2015년 2인가구 기준, 1,051,048원)의 2/3 에 불과하다고 발표했다.

필자의 눈시울을 적신 대목은 공익복지부 류명원 교무가 인용한 연구발표에 의하면 전무출신의 우울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소진, 즉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는 점과 이미 지친다고 생각하거나 무력감을 느끼고 있는 전무출신이 전체의 3/4을 넘어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어쩌다가 이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다 알다시피 거위를 살찌우지 않으면 황금알을 낳지 않는다. 우리가 존경하는 교무들은 과연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체력과 기력을 갖고 있는 걸까. 우리 재가교도들은 과연 교무들에게 어디까지를 강요하고 있는 것일까? 참담한 생각과 함께 40여 년간 교당을 드나들었던 철딱서니 없는 교도인 나에 대한 자괴감이 느껴졌다.

다행히도 이 자료에는 그날 토론회에 참석했던 재가 출가교도들의 고뇌의 흔적이 역력한,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매우 구체적으로 기술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기본용금조차 받지 못하시는 소위 '사각지대'의 문제를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 교산의 일부를 정리해서라도 기본용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 등, 우리 교단의 현실에 맞는 실천 가능한 대안들이 다양하게 제시됐다. 문제는 아직까지 실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행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필자는 이 자리를 빌려 교정원장과 감찰원장에게 다음 같은 사항을 공개적으로 요구한다.

▷원기100년 8월30일의 청운회 토론회자료를 더 꼼꼼하게 읽어줄 것 ▷토론회 발표자, 특히 류명원 교무, 조제민 교도를 만나 이들의 의견을 주의 깊게 경청할 것 ▷전무출신의 처우개선 방안을 늦어도 내년 3월말까지 구체적(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 누가 책임지고 실행할 것인지)으로 결정해서 신문에 공지할 것이다.

그리고 이 신문을 읽은 재가 교도들에게도 다음 사항을 요청한다. ▷서울교구 청운회 사무국에 연락해서 토론회 책자를 받아 읽어볼 것 ▷교정원 지도부에게 그 내용을 다각도로 피력해 줄 것(이메일, 문자 등) ▷전무출신 처우개선을 위해 매일 기도할 것 ▷교정원과 수위단회가 실행 결과를 내놓을 때까지 관심을 놓지 말 것이다. 지난 교도단계별훈련 때 "여래는 여래행(行)을 할 때만 여래이다"고 했던 어느 교무의 말을 새기며 필자도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전북대 경영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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