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남쪽 나라에 비해 북한의 겨울은 살을 에는 듯한 눈보라가 몰아치고, 온 강산을 하얀 설국으로 변화시킨다.

11월부터 시작된 추위는 3월이 돼야 두만강 얼음이 풀리게 된다. 그러니 늦가을이 오면 긴 겨울을 보낼 준비로 일손이 바빠진다. 11월 초가 되면 '김장 전투'를 벌이는데, 북한의 겨울김치는 남한에서 담그는 김치와 다를 바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겨울 통배추김치 재료는 통배추 200㎏, 무 40㎏, 명태 3㎏, 새우젓 1㎏, 고춧가루 700g, 배 3㎏, 밤 1㎏, 파 1.5㎏, 마늘 1㎏, 생강 200g, 소금 8㎏, 설탕가루 2㎏을 준비한다. 200㎏씩 김장을 한다고 하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북한은 3~4인 가족이면 이 정도의 김치를 담근다. 긴 겨울 동안 김치가 양식이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만드는 방법은 초절임은 24~30시간하는데 살짝 생생하게 한다. 무는 1/3을 채치고 파는 3~4㎝의 길이로 자르고 마늘과 생강을 다진다. 고춧가루는 하루 전 따뜻한 물에 되직하게 개여 놓고 명태는 편으로 떠서 뼈를 없애고 살만 너비 1㎝ 정도 썰어 양념감들을 두고 버무려 재워놓는다. 새우젓은 잘게 다져서 고춧가루와 마늘을 넣고 빨갛게 물들여 비벼놓고 젖국물은 끓여 식히고 밤은 얇게 썰고 채친 무에 고추 즙을 넣고 버무려 빨갛게 물들인다. 양념에 재운 명태, 새우젓, 생강, 배, 밤, 파, 소금을 두고 소를 만든다. 그다음 절여진 배추의 잎 갈피마다에 소를 고루 넣고 맨 겉의 큰 잎으로 꼭 싼다. 독에 넣을 때는 맨 밑에 자름자름한 통무우를 한 돌기 넣고 소금을 약하게 뿌린 후 소를 넣은 배추를 쪼갠 쪽이 위로 가게 차곡차곡 눌러 담는다. 마지막 소금을 버무린 우거지를 빈틈없이 꼭꼭 다져넣어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한다. 누름돌을 꼭 지질러놓고 독 아구리를 두툼한 종이와 비닐로 싸맨다. 3일 후 김치 국물을 붓는다. 김치 국물은 반드시 끓여 식힌 물을 쓰는데 참고로 꿀 팁 하나, 그해 배추가 섬유질이 많아 질기면 김치 국물은 돼지고기를 삶은 물에 기름과 고기를 걷어내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어 넣으면 연한 김치 맛이 난다.

깍두기 재료는 무 10㎏, 고춧가루 100g. 명태 0.5~1㎏, 소금 200g, 파 250g, 마늘 100g, 생강 20g, 실고추 약간이다. 통김치에 비해 너무 양이 적다고 생각하겠지만 깍두기는 3일이면 익기 때문에 나중에 몇 번 더 담근다.

만드는 방법은 단단한 무를 골라서 2~2.5㎝ 되게 정방형으로, 파는 흰줄거리만 2㎝ 자르고 명태는 살만 발라 잘게 썬다. 먼저 무에 고춧가루만 뿌려 물들이고 파, 다진 마늘과 생강, 명태 살을 넣고 버무린다. 미리 명태 살에 고춧가루를 넣어 하루 정도 익힌다. 맨 나중에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실고추를 섞는다. 깍두기를 단지에 꼭꼭 다져넣고 위에 소금에 절인 우거지를 덮은 다음 누름돌을 놓고 봉해 제물에 익힌다. 깍두기는 15℃에서 3~5일이면 익는다. 이렇게 담근 김치들은 독에 넣어 땅을 파고 묻어 겨울동안 얼지 않게 보관한다. 땅속에서 익으면 한국의 김치냉장고보다 더 맛있다.

분단기간이 너무나 길어 요샌 통일이 저만치 점점 더 멀리 느껴져 보이나 '어둠이 짙을수록 새벽이 가깝다'는 말처럼 오늘이 바로 그 시기라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에게 통일의 미래를 상상하고 한반도의 큰 그림을 그리는데서 변화지 않는 전제가 있다면 우리는 음식도 똑같이 만들어 먹고, 옷도 같이 만들어 입고, 언어도 하나인 둘이 아니고 하나 된 민족이다.

<한겨레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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