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왜 이랬다저랬다 할까"
"평안해지려고 그래"
아들의 답에 꼭 안아주었다

▲ 권여경 교도/도순교당
얼마나 많은 가족들이 같은 종교를 신앙하며 살아갈까? 나의 집안은 종교가 다양하다. 아버지는 출가했던 분으로 불교, 삼촌은 결혼하면서 천주교, 어머니는 기독교, 막내외삼촌은 교회 목사다. 나는 어릴 적 외사촌들을 따라 교회도 다니고 할머니 따라 절에도 다녔다.

그러다 원불교 원광어린이집에 근무하면서 원불교에 입문하게 됐다. 그때 아버지는 이미 원불교에 대해 알고 있었다. 집안에 〈원불교교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집안은 종교는 각각이지만 서로 비판하지 않았다. 물론 제사도 지내지 않았다. 다들 종교가 달라 추모의식도 달라서이다. 우리는 의견을 조율하여 그 날은 모두 모여 저녁식사를 같이 하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나는 어릴 때 우리 집은 왜 종교가 다를까 라는 생각에 다른 사람에게 말도 못했지만 지금은 내 마음에서 인정하고 받아들이니 다르다는 것이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됐다. 서로 종교는 달라도 모두가 바라고 원하는 것은 하나의 마음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원광어린이집에 근무하게 되니 원불교 인성프로그램인 마음공부를 알게 되어 교사들과 함께 마음공부를 하게 됐다. 마음공부를 하니 경계를 알고 경계를 통해 다양한 마음의 변화들을 알게 됐다. 처음부터 마음공부가 재미있고 쉽지만은 않았다. 경계에 따라 일어나는 마음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공부를 할수록 내 안에서 일어나는 마음인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니 모든 마음들이 술술 풀렸다. 마음공부를 하니 내 마음도 편해지고 가정도 편안해졌다. 나를 인정하니 남편의 행동이나 마음도 쉽게 받아들여지게 되고 어느새 남편도 자기의 마음을 바라보는지 많이 도와주게 됐다.

우리 부부의 변화는 나의 아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어느 날 아들과 잠자리에서 주고받은 이야기이다. "아들아 오늘 마음이 어땠어?" 하고 물었더니 "응, 좋은 마음이었어"라고 한다. "엄마는 오늘 배가 고팠던 마음이었다가, 배불러서 기분 좋은 마음이었다가, 다시 바쁜 마음이기도 한 여러 가지 마음이었는데…" 했더니 아들은 "나도 기분 좋았다가, 행복한 마음이었다가 그랬어"라고 답했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근데 엄마는 마음이 이상했어. 배가 너무 고팠던 마음이었다가 밥을 먹으니 기분이 좋은 마음이었다가, 금세 아무것도 없는 마음이 됐다가 다시 바쁜 마음이 생겼다가 커피를 마시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어. 이상하지? 마음은 왜 이랬다 저랬다 할까? 엄마는 참 궁금해"라고 했더니 아들은 한참 생각하더니 "평안해지려고 그래"라고 말했다.

사실 나는 아들의 표현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내 머리가 잠시 멍해졌다. 아들을 꼭 안으며 "우리 아들 최고!"라고 했더니 아들도 말없이 나를 꼭 안아주었다. 별 기대 없이 물었던 말에 6살 아이는 평안해지려고 아무것도 없는 마음에서 이랬다 저랬다 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말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만큼 어린이집 교사와 마음공부를 하고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 일로 나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 아들이 4~6살까지는 급격한 마음의 변화를 보였다. 하루가 다르게 다양한 마음을 표현하는 아들과 대화하여 집으로 오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어떤 날은 마음을 표현하느라 울고 화를 내는 아들을 안아주며 다독여주느라 길가에 차를 세워야 했던 일도 종종 있었다. 지금은 7살이 된 아들은 다른 아이들의 마음도 받아줄 줄 알고, 각자 다름을 인정하게 되니 제법 다툼도 줄고 불만도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다보니 집에 가는 길이 편안하면서도 한편 재미가 없어졌다. 17개월 된 둘째아이는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무척 기대가 된다.

이처럼 마음공부는 교직원 사이에서도, 어린이집 영유아들에게도 모두 통하는 공부법이 됐다. 교직원들이 자신에게 일어나는 마음을 때때로 챙기고 인정하게 되니 아이들도 일어나는 마음을 금세 수용하는 자세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육신뿐 아니라 마음 성장도 관찰할 수 있게 됐다.

3~4세 영아들에게는 마음의 다양성을 알려줘 영아들이 스스로 자기의 마음이 이렇다는 것을 거침없이 표현하게 한다. 그리고 5~7세 유아들에게는 자기 마음과 타인의 마음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조율할 수 있게 돕고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마음공부로 성장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보인다. 그럴 때면 행복한 마음이 든다.

마음공부는 하면 할수록 모두에게 필요한 공부라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다. 교사들을 물론 아이들도 모두 마음이 성장하는 모습에 나 역시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직접 체험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늘 마음공부를 놓지 않고 꾸준히 행하기를 염원한다. 모두에게 통하는 마음공부, 마음공부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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