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경으로 마음 안정 찾고
의두·선으로 처처불상 깨달아
교당 일이 내 일이 되다

▲ 김정수 교도/청주교당
원기93년에 입교했지만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것은 3년 전쯤이다. 처음에는 적응하기도 쉽지 않고 귀찮아서 교당을 잘 다니지 않았다. 1년을 쉬고 다시 교당을 다니기 시작하긴 했지만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중 많은 시간 운전을 하며 지내는 내게 차에게 들으라며 조화윤 교무가 독경테이프를 하나 선물해 주었다. 그것이 공부의 시작이었다.

독경테이프를 받고 생각하기를 어차피 공부에는 관심이 없으니까 원불교에서 하는 독경이나 다 외워보자는 마음으로 운전할 때마다 독경테이프를 틀어놓고 경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다 새로운 직장을 구해 보은으로 이사해 기숙사 생활하면서 열심히 독경을 외우기 시작했다. 일을 하면서도 계속 독경을 외웠고, 외우다가 막히면 다시 하기를 반복하여 모두 외웠다. 그렇게 독경을 외우다 보니 하루하루 지날수록 마음이 편안해지고 직장에서도 안정을 찾게 되었다. 저녁에는 책을 읽으며 편안한 생활을 하게 됐다.

그때쯤 교단에는 대적공실 법문으로 공부 분위기가 오르고 있었다. 나는 〈대종경〉 성리품 11장에 나와 있는 '변산구곡로 석립청수성 무무역무무 비비역비비'를 가지고 연마를 했다. 그렇게 1년쯤 지나 저녁에 책을 읽다가 문득 '이것이다'는 생각이 일어나 조화윤 교무에게 전화를 했다. "돌도 나 자신이고 물소리도 나네요. 이것이 답이 맞나요?"라고 물었다. 조 교무는 "오늘을 기념하세요!"라고 답해 주었다. 그런데 나는 무얼 기념하라는지 몰라 재차 답이 맞느냐고 여쭈었다. 그런 내게 교무는 "처처불상을 보셨잖아요. 마음으로 보세요"라고 다시 답을 주었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심고와 기도도 절로 되었다. 그때부터 밥을 먹을 때도, 일을 할 때도, 책을 읽을 때도 마음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독경도 함께했다.

어느 때는 일을 시작할 때부터 일을 마칠 때까지 독경으로 일관한 적도 있었다. 어떤 때는 누가 부르는 듯해서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도 없었다. 내가 내 독경소리에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그렇게 마음을 찾고자 했으나 마음을 볼 수 없었다. 머리만 아프고 정신도 맑아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마음이 내게 다가왔다. 그동안 교전이나 책을 보면서 이해하지 못했던 답답함이 풀리는 순간이 온 것이다. 2~3일은 설레서 잠도 잘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음을 찾으려고 했던 때보다 더 힘든 시간이 찾아왔다. 그때 조화윤 교무는 "이제부터는 마음을 놓는 공부를 해 보세요"라고 조언해 주었다. 그래서 나는 기숙사에서 선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조금씩 내가 생각한 그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경계들이 나를 괴롭혔다. 그 중에 가장 힘든 공부는 다른 사람의 허물을 보며 내 마음에 끊임없이 시비하고 끌려 다니는 것이었다. 교무는 그것이 분별이라고 했다. 나는 또 다시 분별을 가지고 공부했고, 조금씩 고쳐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선을 하면서 마음의 힘을 키우고, 독경을 하며 마음을 지키고, 기도를 하며 내가 공부하는 이유와 나의 사명이 무엇인가를 묻고 답했다.

그러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다짐하며 토요일마다 교당 청소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하기 싫은 마음이 날 때도 있고 피곤하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 끝까지 마음을 놓지 않은 결과 지금은 자연스런 활동이 되었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내가 교당 청소를 하는 오전 10시에는 교당 어린이법회가 있는 시간이다. 청소를 하며 아이들의 독경소리를 듣는 것이 내겐 큰 기쁨이다. 아이들이 장난치며 외우는 독경인데 왜 이렇게 좋을까 생각해 보니 아이들의 독경소리에는 잘 하려는 마음, 인정받으려는 마음, 아만심 등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임을 알았다. 그러면서 나도 아이들을 따라 독경하며 청소하는 일이 즐거워졌다.

교당 청소를 하며 또 하나 얻은 소득이 있다. 교무에 대한 공경심과 정성심을 배웠고, 나를 낮추면 높아지는 이치를 알게 됐다.

어느 날 교무가 '교당은 우리 집이다'고 한 적이 있는데 그 말을 듣고 나는 생각했다. '우리 집! 그래 나에게도 이제 교당은 우리 집이다' 하고 그날 이후로 나의 생각과 삶이 바뀌게 됐다.

그전에는 교당 일을 조금 한다고 아만심을 내기도 하고, 일을 하다가도 하기 싫은 마음을 낸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우리 집 일을 하는데 아닌 마음, 싫은 마음을 낼 이유가 없지 않는가. 물론 지금도 수많은 경계가 일어난다. 하지만 예전처럼 무작정 경계에 휘둘리거나 끌려 다니지 않는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잡초들이 올라오나 그때마다 독경과 선과 기도를 통해 잘 뽑아내고 있다.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나는 독경과 기도를 통해 속 깊은 공부인이 되기 위한 노력을 쉬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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