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빛내는 〈정전〉

▲ 김준영 교무
물에는 머리도 못 담그던 아이가 유유자적 수영을 하고, 운전이라면 겁나서 운전대조차 멀리 하던 사람이 능숙하게 대로를 운전합니다. 할 수 없었던 것을 하게 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이 놀라운 힘, 바로 교육의 위력이죠.

밴쿠버에 처음 교화를 나와서 이민 사회의 모습을 접하고, 머리를 떠나지 않는 화두가 하나 있었습니다. '자식이 뭐길래? 도대체 자식이 뭐길래?' 수많은 부모들이 스스로의 고생이나 불편은 기꺼이 감수하고 태평양을 건넜죠. 자녀들에게 더 좋은 교육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또 한번은 봄이 깊어가던 5월, 손님을 모시고 겨울 스포츠로 유명한 그라우스 마운틴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죠. '같은 밴쿠버, 다른 삶의 질'을 실감하게 하는 풍경에 깜짝 놀랐습니다. 산 아래는 이미 봄이 완연한데, 이 곳 그라우스 마운틴은 아직도 하얀 눈 위로 스키와 스케이트를 즐기는 가족들로 북적였던 거죠. 산 아래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그 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겁니다.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도, 어떤 가정에서 자라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경험하는 세상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던 겁니다.

어디 이뿐이겠어요? 세상이 크고 다양한 만큼, 우리가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세계는 한정 지을 수가 없습니다. 단지 우리의 안목과 경험이 제한적일 뿐인 것이지요. 그 제한된 안목과 경험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장치를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몰랐던 것을 배우고,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을 경험할 수 있는 과정이자 기회인 거죠.

세상에 소중한 선물이 많이 있지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야말로 선물 중의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4가지 요법 중의 하나로 '타자녀교육'을 제시합니다. 개인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성원이 고르게 발전하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삼으셨던 거죠.

"1. 교육의 결함 조목이 없어지는 기회를 만난 우리는, 자녀가 있거나 없거나 타자녀라도 내 자녀와 같이 교육하기 위하여, 모든 교육 기관에 힘 미치는 대로 조력도 하며, 또는 사정이 허락되는 대로 몇 사람이든지 자기가 낳은 셈 치고 교육할 것이요, 2. 국가나 사회에서도 교육 기관을 널리 설치하여 적극적으로 교육을 실시할 것이요, 3. 교단에서나 사회·국가·세계에서 타자녀 교육의 조목을 실행하는 사람에게는 각각 그 공적을 따라 표창도 하고 대우도 하여 줄 것이니라."(〈정전〉 타자녀교육의 조목)

개인이나 국가 사회 교단에서 적극적으로 내 자녀 남의 자녀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그렇게 교육사업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권장하고 대우하면 '세상의 문명이 촉진되고, 모든 인류가 함께 낙원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좋은 일이 많이 있지만, 교육의 기회를 선물처럼 주는 것을 어떨까요? 우리 아이에게 주고 싶은 그 마음으로 다른 아이에게도 더 많은 교육의 기회를 줄 수 있다면, 세상은 분명 보다 아름답고 발전된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겠죠. 그러고보니, 교육이나 장학사업은 돈 많은 재력가에게나 어울리는 일이라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든 할 수 있는 노력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이 지점에서 한 번 생각해볼까요? 우리는 과연 어떻게 '타자녀교육'을 실행할 수 있을까요?

밴쿠버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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