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향 소통으로 공동체 신뢰 회복해 가겠다"

▲ 한은숙 신임 교정원장은 원불교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 시대와 호흡하며 교화해 가자고 강조했다.
"역량을 결집해 간다는 것은 잘하고 찬성하는 쪽만 결집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반대를 하거나 부정적인 시각도 관심의 표현임을 알고 어떤 방식으로든 수용해서 한정된 교단의 힘을 결집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7일 중앙교의회에서 취임사 한 여타원 한은숙(61·麗陀圓 韓恩淑) 신임 교정원장. 그는 "이제는 교단이 내적으로 더욱 성숙해져야 하고, 우리 공동체와 그 가치를 소중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전무출신들이 보다 행복졌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그는 '안으로 창립정신의 재정립, 밖으로 결복기 교운을 열어갈 터전 조성, 교단의 안정화'를 전제로 경산종법사의 5대 경륜을 교정목표로 삼아 정책을 심화해 가겠다고 밝혔다. 교단의 역량을 분산시키기보다는 비전을 공유한 결집을 통해 현안들을 타개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그를 만나 교정정책 설계와 교단 현안의 해결 방안 등을 들어봤다.

- 교정원장에 취임한 소감은

모두가 이미 알고 있듯이 우리는 교단 제3대 제3회, 그리고 교단100년의 성업봉찬과 새로운 2세기 역사를 거룩하게 써가야 할 중심부에 서 있다. 이러한 중요한 시기에 부족한 내가 중책을 맡았으니 걱정도 많고 부담도 크다. 그러나 대종사께서 개교한 본의를 늘 화두로 삼고 경산종법사의 경륜과 포부를 실현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얼마 전 한 동지가 '어려운 시기지만 대종사를 마음에 모시고 살면 모든 일이 대중의 호응 속에 잘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는 이를 후천개벽의 새 종교 원불교를 개교한 본의와 교법을 지금 우리가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를 늘 염두에 두고 교정을 운영해 달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 재가교도의 교정 참여 방향은

우리 교단은 소태산 대종사 당대부터 재가 출가의 구별없이 권한과 역할이 동등했다. 법문(교법의 총설)에서도 나와 있지 않는가. 이것이 새 종교 원불교의 기본 방향이다. 다만 교단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모든 것을 불고하고 교단발전에 오롯이 임할 수 있는 출가의 역할이 절실히 요청됐다. 출가들이 그 책임을 다하다 보니 교단 운영의 중심이 된 것이다. 이러한 발전과정에서 재가교도들의 알뜰한 정성과 역할이 없었다면 가능했겠는가. 재가 출가의 개념은 신앙과 수행하는 데 있어 차별하자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책임과 역할의 구분이다.

그러기에 앞으로 새로운 100년을 열어가는 2세기를 맞아 교단이 한 단계 성숙해 져야 하고, 결복기를 열기 위해서는 재가 출가가 교단의 주역이 돼야 한다. 교역자 제도를 개선하고 교화활성화와 교화대불공의 역량을 확대시켜 갈 계획이다. 재가교도의 역할증대는 교단 발전의 역사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본다. 새로운 교정원에서는 이러한 시대적 요청을 반영해 재가교도들이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인재 풀(pool)을 형성하는 데 노력하겠다.

- 치바법인, 서울회관 재건축 등 과제는

치바법인의 문제제기는 교단적으로 국내외 법인에 대한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관리운영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중요한 전환기가 됐다. 제104회 임시감찰위원회에서 치바법인 관련 건으로 결의된 내용이 교정원에 송부됐다. 이를 존중해 앞으로 예산과 인적 자원을 투여해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 본 건에는 전문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사안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니 쉽지 않은 일이지만 교정원 국제부를 중심으로 현지 교구장과 합력해 지혜롭게 풀어가겠다.

원불교100년기념관 건축은 이미 결의 절차를 밟아 진행하고 있는 일이다. 진행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의견수렴과 공감대 형성이 안돼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고 있다. 앞으로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해 충분한 논의를 통해 교단 구성원이 한마음으로 건축에 협력하도록 하겠고, 완공될 때까지 정성을 다하겠다.

- 임기3년 어떤 교정정책을 펼 계획인가

그동안 100년의 역사 속에 우리 교단 구성원들이 혈성으로 이뤄 낸 역사는 참으로 거룩하고 자랑스럽다. 이제 새로운 100년의 시작이다. 초기교단에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발전해 왔다. 지금은 숨고르기의 과정이지 않을까 싶다. 그 성장과정에서 교단 구성원들이 다소 지쳐있다. 이제 무엇을 내실화해 교단 성숙의 큰 저력으로 삼을 것인가, 또 무엇을 정리하고 매듭지어 갈 것인지를 냉철하게 고뇌해야 한다. 전 교도가 합력해 100년성업을 완성하고 희망과 행복으로 결복기 대운을 열어가는 교정이 됐으면 한다.

원기100년에 구인선진을 종사위로 추존했다. 이를 계기로 창립정신을 이 시대에 새롭게 조명해 그 정신이 살아나 교단 성숙과 희망의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트랜드 따라 교단이 시대와 환경에 적응하는 것도 교단발전에 중요하지만, 원불교 브랜드를 강화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원불교' '일원상' '마음공부' '은혜'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높여 일원대도를 보편화시켜 가야 한다. 또한 교역자들이 행복한 교단이었으면 한다. 행복은 내적 성숙과 소통을 통한 서로의 이해와 존중에서 출발한다. 이런 모습들이 교단의 역량을 결집시키고 결복기 대운을 힘있게 열어갈 동력이 된다.

교단 제3대 제3회 종합계획에서 밝힌 '교법실현으로 온 생명 살리는 정신개벽 공동체'라는 비전을 기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책실현을 심화해 가겠다.

- 인사 순환제 역기능에 대한 대책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탄력있는 제도의 활용이 중요하다고 본다. 정책의 연계성, 지속성, 교화의 단절, 지역사회와 함께할 수 있는 역량 축적의 단절, 전문성 단절 등 역기능적인 면이 많이 지적되고 있으며, 오늘 날 교화정체의 원인을 인사순환제로 보는 시각도 많다. 앞으로 이를 보완해 합의를 통해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인사제도는 중앙총부의 기본방침과 각 법인, 기관, 교구 구성원들 간의 면밀한 합의와 협조 속에 이뤄져야 가능한 일이다. 교구의 경우 교구자치제가 정착되는 과정에 있으니 현장의 교구 인사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해 진행하고 교구간 균형과 교단 전체적인 대의에 의한 선택과 집중이 세심히 고려돼야 한다고 본다.

단순히 인사 순환제를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하는 이분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물이 나오는 곳은 계속 솟아오르게 하고, 물이 고이는 곳은 물꼬를 터줘야 한다. 단순한 말이지만 실행은 어렵다. 결국 교단의 인사시스템을 정착하는 연구를 병행해야 한다.

- 교정원 서울이전에 따른 조직개편은

교정원 서울이전은 많은 준비와 합의과정이 필요하다. 교정원 서울이전의 중요시점을 원불교100년기념관이 완공되는 원기102년 말로 고려해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를 위해 전 교정원에서 자체내 TF팀을 구성해 진행한 줄로 알고 있다. 앞으로 구체적인 이전 범위와 시기, 교정원의 직능에 대한 점검, 각 부서별 업무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서울이전의 효율성과 효과성에 대한 점검을 해야 한다. 전문적인 접근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동안 사무행정 관행과 전산화 시스템이 도입된 상황 등을 고려해 안정적이고 역동적인 조직개편으로 교정원 서울이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 감찰 행정(3년)을 하면서 느낀 점은

현장의 어려움 속에서도 교단의 기관마다 상없이 혈성을 다하는 재가 출가들의 합력을 보며 희망을 느꼈다. 이러한 혈성이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며 역량이고 교단 발전의 초석인데 이 역량을 어떻게 결집해 희망과 행복의 공동체를 이룰 것인가가 과제라는 생각을 했다.

또한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 환경과 관련규정에 준한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운영이 요청되는 시대적 상황에서 각 기관이 본래 설립목적에 맞게 운영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이에 발맞춰 교정운영 역시 근본 취지에 맞게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운영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 재가 출가교도에게 당부하고픈 이야기

내년 5월1일에 원불교100년기념대회가 우리의 역량을 모으는 결집의 기회라 생각한다. 다소 다른 의견이 있을지라도 합력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대중과 소통하는 열린 교정원을 지향하기 때문에 누구든지 면담요청이 오면 만나서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다.

대담·사진= 나세윤 기자 nsy@wo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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