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100년 전 대종사는 물질문명의 발달, 물질의 세력과 정신의 자주력, 물질의 노예생활로 다가오는 세계를 전망하며 교법을 짰다.

100년 전과 오늘날을 비교해 볼 때, 21세기야말로 우리 교법에 대한 필요와 수요가 훨씬 증대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되며 어떻게 하면 우리의 교법이 효과적으로 신속하게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더욱 깊게 하지 않을 수 없다.
구글 지도가 나오면서부터 그동안 책으로 묶어진 지도에 대한 효용성이 월등히 뒤떨어지게 됐다.

마찬가지로 몇 년 전 만해도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 통합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정통 있는 리소스였는데, 현재는 수시로 상황에 맞추어 대중들이 첨가, 수정 등에 참여하는 위키백과 디지털 사전이 브리태니커 사전의 역할을 대행하게 됐다.

소태산대종사가 편찬한 〈정전〉과 정산종사와 대산종사가 완성한 〈원불교 교전〉을 구글 지도와 비교해서 생각해본다.

현재 21세기 한국의 지형을 생각해 볼 때 20세기와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21세기 현재에 바다도 있고, 강도 있고, 산도 있고 평야도 있다. 허나 산을 뚫어 터널을 만들고, 바다를 막아 평야를 만들고, 강을 돌려 도로를 내고, 신도시를 건설했으니 많이 바뀌었다.

1960대를 시작으로 많이 바뀌었고, 현재도 바뀌고 있으며, 변화는 계속 되고 있다. 프린트로 된 지도로 그 변화를 수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1세기의 극심한 변화의 현상을 감안하여 창안된 것이 디지털 구글 맵이며 위키피디아 디지털 사전이다. 디지털의 장점은 변화, 수정, 창작이 자유롭고 유연하다는 점이다. 유연함은 살아 있음을 나타내는 특징으로 생명과 진리와 가깝게 통한다고 본다.

과거 수천 년 전에 법을 편 성자들과 비교하면 소태산 대종사가 법을 편 지 이제 10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현대 사회의 변화를 볼 때 그 변화의 속도는 엄청난 것이다. 원불교 〈정전〉과 〈대종경〉을 중심한 원불교 경전이 책으로 묶어진 지도의 위치로 이해된다면 현대사회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우를 가져본다.

소태산 대종사는 재세시에 심혈을 기울여 편찬한 〈정전〉이지만 거기에 묶이므로 제생의세의 경륜이 왜곡될 수 있음을 염려하면서 "사서삼경이나 팔만 장경이나 기타 교회의 서적들만이 경전인 줄로 알고 현실로 나타나 있는 큰 경전은 알지 못하나니…"라고 경계했다.

원불교 교도로서 원불교 〈정전〉, 〈대종경〉, 〈정산종사법어〉만이 경전인 줄로 알고 현실로 나타나 있는 큰 경전을 보지 못하는 오류는 범하고 있지 않는가?

먼저 대종사 재세시와 달라진 현실에 대한 이해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진리적 관점이나 성리의 차원에서 변화하는 현상에 대한 이해가 정립돼야 한다. 그리고 변화하는 현상들 간의 관계에 대해서는 보다 세밀하며, 유동적인 성격들이 규명돼야 한다.

한 예를 들어보자면, 동양철학 사상에 따라 결혼이란 음양의 원리를 따르는 인간규범이 다르다는 관념 하에 동성애를 비정상, 부도덕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그러한 성향의 개인들은 죄악을 범하고 있으니, 교정지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이 몇 년 전 한국 6대 종교 수장들의 발표 내용이었다.

미국에서는 2013년 6월 대법원의 판결로 동성애의 결혼이 합법적으로 인정됐다.
대종사 당시엔 크게 이슈로 부상하지 않았던 사회적인 문제들을 원불교 교법에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원불교 재가 출가교도가 원불교 〈정전〉과 〈대종경〉, 〈정산종사법어〉, 〈대산종사법어〉를 어떻게 해석하고 현실에 적용할 것인가에 따라 원불교 경전이 책으로 묶어진 지도로 머물 것인지, 아니면 복잡다단한 21세기를 향도하는 주세법이 될 것인지로 천양지차 간격이 벌어질 것이다.

21세기의 복잡다단한 현실을 직시하고 그 다양한 양상에 대한 유연성을 가진 구체적 대안을 모색하는 고민과 고뇌, 혈심 노력만이 원불교 2세기의 주인공인 우리들이 헤쳐 나가야 할 몫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미주선학대학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