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출동의 자부심으로 사는 안전파수꾼
화재·구조·구급 가능한 자격 고루 취득
현장업무 선호하는 경남대표 소방관

예고없이 닥치는 재난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구호활동을 펼치는 소방공무원. 화재는 물론 각종 사고 현장에 출동해 인명을 구하는 안전파수꾼인 이들이 있어 우리는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다. 제53회 소방의 날(9일)을 맞아 소방공무원 이태훈 교도(47·거창교당, 법명 법경)를 만났다. 거창소방서를 찾은 날, 그는 오후6시~다음날 아침9시까지의 야간 근무를 준비하고 있었다. 119구조대 2팀장인 그는 신고 전화가 오면 화재·구급·구조 현장으로 바로 출동해 상황을 해결한다.

"운동과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던 내 적성에 맞겠다고 판단해 이 직업을 선택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이라 즐기면서 일했지요. 출동을 하면 힘들어도 상황이 해결되면 보람이 있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도 돕고, 가족을 위한 월급까지 받으니, 내생에도 소방관을 하고 싶습니다"

언제 출동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밝은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 소방관이 다른 직업에 비해 사고율이 높지만,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순직한 소방관들은 화재 진압 시 건물이 무너지거나, 자동차 사고 수습 중인데 그것을 보지 못하고 지나치는 자동차에 사고를 당하는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것이다. 동료들 중 소방관 가족이 많은 것은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올해로 소방관 근무 20년을 맞은 그는 행정업무보다 현장업무를 선호한다. 서울이 고향인 그는 입사 초기 서울재난본부에서 행정업무와 화재진압대원으로 근무했다. 지리산을 좋아했던 그가 경남지역으로 근무를 자청해 옮긴지도 벌써 11년째다.

"서울은 근무인원이 많아 맡은 업무만 하면 됐지만, 군 지역은 인원이 적어 화재·구급·구조 활동을 같이 수행해야 합니다. 구급 대원으로 일하다가 화재가 나면 화재진압대원으로 활동하게 됐죠. 주·야간 3교대 근무를 하는 소방관 직업이 일반인과 생활패턴이 다른 것은 힘든 면이지만, 체력과 봉사정신이 있다면 도전하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구했던 사람보다 구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한 그는 "내가 좀 더 잘했다면 생명을 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 더 열심히 활동하자는 다짐을 한다"고 전했다.

구조대원으로서 부족하면 채워 가면 된다고 말한 그는 업무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응급구조사2급, 인명구조사2급, 화재진화사2급, 소방차운전을 위해 대형면허까지 취득했다. 이밖에도 그는 2005~2012년까지 경남소방기술경연대회 화재진압분야 선수로, 세계소방관경기대회 금메달 수상, 전국소방기술경연대회 화재진압분야 3위, 세계구조스포츠경기대회 경남대표, 경남소방본부 축구대표로 활약하는 등 거창소방서를 대표하는 열혈소방관이다. 시간이 날 때면 그는 배드민턴, 수영, 축구, 등산을 하면서 체력을 기르고 있다.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무조건 119에 신고해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직접 해결하길 권장합니다. 문이 잠겼다거나, 고양이 우는 소리가 시끄럽다 등의 생활민원으로 신고를 하면 정말 위급한 곳에 출동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지요."

구조대원을 당황스럽게 하는 일은 허위신고다. 출동지령을 받으면 구조대원들은 출동하고, 현장에 도착해야만, 허위신고인지 실제사고인지 알 수 있다.

"현장에 출동한 경우 지역 특성상 어려운 민원은 대체로 해결해주고 돌아옵니다. 팀장으로서 동료들에게 지시하기보다 내가 먼저 시행한다는 각오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근무한 연수에 비해 진급이 늦은 것도 활동하는 현장근무를 선호했기 때문이죠." 이런 그도 가끔은 몸이 편한 행정업무를 선택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 적도 있지만 여전히 현장 활동의 자부심으로 살고 있다.

부인 정인오 교도로 인해 교당과 인연을 맺은 그는 자녀 삼남매까지 일원가족이다. 교도로서 활발한 교화활동을 하지 못해 아쉽다는 그는 교당법회는 물론 정전마음공부 정기훈련에도 참가하는 등 교법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하루에 서너 번 신고전화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에게 트집을 잡는 사람이 있었는데, 하루는 선입견 갖지 않고 공부삼아 신고자의 이야기를 잘 들어줬습니다. 그랬더니 더 이상 트집을 잡지 않아요. 그날 이후 사고 현장에 출동하기전에 미리 걱정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는 평상시 훈련 받은 대로 현장에서 활동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그렇게 하다 보니 업무 스트레스도 덜 받게 됐다. 교법을 알고 마음공부를 하면서 얻은 소득이다.

6시가 되자 그와 동료들의 표정에는 활력이 넘쳤다. 지령이 떨어지면 그들은 지체 없이 현장으로 출동할 것이다. 돌아오는 길, 국민의 안전을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는 소방관들의 헌신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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