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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 교무의 마음칼럼 22. 지갑 잃을 때도 마음공부
김현욱 교무의 마음칼럼 22. 지갑 잃을 때도 마음공부
  • 김현욱 교무
  • 승인 2015.11.20
  • 호수 17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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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 교무

군대에 입대하는 청년교도 환송회가 있었다. 청년법회 후, 식당에 가다가 갑자기 그 청년이 지갑이 없다고 했다. 차에는 없었다. 다시 거꾸로 거슬러서 교당에 와 법당을 찾아봤지만 없었다. 침착하게 지하철에서 교당까지 오는 길을 거슬러 갔다. 법회 전에 잠시 앉아 쉬던 아파트 벤치로 갔다. 구석구석 찾았지만 없었다. 근처 경비실은 아무도 없었다.

2시간이 지나 우리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왕래가 많은 길이었다. 의심이 일어났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의심스럽기 시작했다. 근처 경찰서에 가서 지갑습득을 물었지만 없었다. 혹시나 하고 연락처를 남겼다. 환송회의 주인공이 빠지면 안 되겠다 싶어 식당으로 갔지만, 청년은 완전히 실망했고, 환송회 내내 낙담한 얼굴이었다. 집에 갈 차비도 없었다. 차비와 용돈을 주고 지하철역 앞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힘없이 헤어졌다.

교당에 돌아오는 길은 이미 어두웠다. 혼자라도 벤치 주변을 다시 찾았다.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켜고 찾았지만, 지갑은 없었다. 이만 포기할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마지막으로 경비아저씨를 찾아갔다. 나중에 빈지갑이라도 찾으면 연락을 부탁하고 싶었다.

경비실 문을 노크하고, 경비아저씨에게 "저기 혹시 지갑?" 묻자마자 아저씨는 "무슨 색깔인데? 이름이?"라며 두툼한 지갑을 책상 서랍에서 바로 꺼낸다. 와우! 놀랍고, 정말 기뻤다. 바로 청년들에게 전화했고, 지갑은 자신을 자책하고 낙담하던 청년의 소중한 품으로 귀환했다.

지갑을 잃어버리고 다시 찾은 과정을 마음일기로 기재했다. 순간 마음을 방심하여 지갑을 잃어버리는 그름(非)이 있었다. 공연히 사람들을 의심하고 도둑들로 본 죄(罪)가 있었다. 잃어버린 지갑을 찾아 지나온 길을 되짚어 가고, 경찰서도 찾았다. 해볼 일은 다 했기에 포기하는 마음도 들었지만, 다시 경비아저씨를 찾아가 마침내 지갑을 되찾았다. 기분이 정말 좋았다.

이는 〈정전〉 팔조로 볼 때, "지갑을 못 찾을 것이다. 누가 가져갔을 것이다"로 끊임없이 일어나는 불신(不信), 나태(懶怠), 우(愚)의 마음작용들이 있었지만, 분명 찾을 수 있다고 믿고, 내가 할 노력은 최선을 다해보겠다. 즉 마음을 정(定)하고 원동력 삼아서 믿고(信), 분발해서(忿), 잘 생각해보고(疑), 찾기에 정성(誠)을 다한 결과이다.

〈대종경〉 수행품 32장에서 '공부하는 사람은 무슨 일을 당하든지 공부할 기회가 이르렀다 하여 그 일 그 일을 잘 처리하는 것으로 재미를 삼나니'라고 밝혔다. 순간 방심하여 어려운 경계를 당할 때, 스스로 후회하거나 자책만 할 것이 아니라 '공부할 기회'이고 그 일 그 일을 잘 처리하는 것으로 재미를 삼으면 된다. 대종사의 마음공부를 깊고 특별한 공부길에서 찾아 헤매지 말자. 지금 내 옆에 '그 싫은 인간'과 '그 짜증나는 일'로 공부의 '재미'를 삼는 게 수행이다.

/과천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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